떨어지는 벚꽃잎 조차도..

미니멀한 생각

by 사각사각

아름다운 계절이다. 오늘도 파란 하늘 속으로 만개했던 벚꽃잎이 하늘하늘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하늘이 벚꽃인지 벚꽃이 하늘인지. 벚꽃은 길어야 수명이 이 주정도 이다. 우리의 삶도 절정의 이삽십대는 짧기만 하다. 그 시절에는 왜 몰랐을까? 하지만 알았다고 해서 크게 다르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매 순간이 진심이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지만 어느 하나라도 바꾸어 놓고 싶진 않다. 추락하는 벚꽃잎이 여리여리한 분홍빛의 꽃길을 만들고 있다. 이제 꽃길만 걸으라 말해주듯이. 꽃길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발에 닿는 느낌이 포근한 흙길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책을 좋아했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라니 제목조차 참으로 고급스럽구나. 우리의 삶도 늘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여자가 쓴 부분에서는 한없이 느리고 평화로운 시간이 행간 사이에 천천히 흐른다. 부자인 미국인을 만나 여유롭게 산다는 내용이지만 그러면 어떠하냐. 아~ 나중에 피렌체로 날아가서 두오모 성당에서 꿈에도 그리던 옛 연인을 다시 만나게 되지. 마지막에는 냉정보다는 열정을 선택한 것이다.


이건 책이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다소 비현실적인 삶이 아닐까? 삶이 지루해서 오후 아르바이트만 깔짝깔짝 하면서 돈을 안 벌어도 굳이 상관없는 삶을 언젠가는 살아보고 싶다. 급하게 앞당기지 않아도 아르바이트에도 채용이 안 되는 노년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지금은 정신을 차리고 착실하게 돈을 벌으려무나.'


노란 민들레와 보라빛 제비꽃이 점점히 박혀 있는 풍경도 참 예쁘다. 또 다른 하나의 꽃길. 어느 꽃길을 선택해야 할까? 이제 억울한 인생에 보상을 좀 받아야 겠다. 풀밭에 옹기종기 머리를 맞댄 비둘기조차 사랑스럽게 풀씨를 쪼아먹고 있다. 언젠가 내 차 위에 똥무더기를 싸는 비둘기들을 살해할 뻔 했는데 살려둔 게 다행이다.


이렇게 용서를 할 때가 오는 것! 우리는 다시 서로를 놓아주고 냉냉한 관계로 돌아왔다. '너는 식사를 하렴. 나는 산책을 즐기겠다.' 이제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가면 된다.


벚꽃잎이 제 자리를 내주니 철쭉이 어느 새 피어날 준비를 한다. 인생은 이렇듯 무심하게 흘러가고 우리도 우리를 자리를 내주어야 할 차례가 올 것이다. 아무쪼록 나풀나풀 떨어지는 벚꽃처럼 떠나는 길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남겨놓은 다시 없을 벚꽃길을 사뿐히 려 밟고 가렴.


자, 다시 봄이 왔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열정이 불타오르려 하나 잠잠하라. 될 일도 안 될 수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니 더 조급해지는 것이냐? 아직은 그래도 떨어지는 벚꽃잎만큼의 시간은 있을 것이다. 냉정을 다시 찾아볼까?


그러기엔 생체시계가 빠르게 흐르고 있다. 째깍째깍 시한폭탄이 터지기 직전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여유는 개뿔.

하지만 세상 일은 마음 먹은대로 다 되지는 않는다.

다시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없이 다정한 꽃길을 걷게 되기를.


아직도 냉정보다는 열정의 길로 가고 싶은 것인가? 나이를 어디로 먹으셨는지. 도무지 말릴 수가 없는 인간이로세. 나이는 숫자에 불과? 답이 없는 인간이니 벚꽃처럼 불꽃같이 살다 죽게 두어야 한다. 아마도 죽기 전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없을 것이니.

백조인 건가? ♡♡
꽃길만 걸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