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한바탕 말싸움을 하게 되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싸우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둘 다 마음에 쌓아놓은 말들이 있었던 것 같다. 동생과는 마음이 잘 맞는 편이고 여기 저기 여행도 다니고 친구 같은 사이이다. 하지만 성격도 아주 똑같지는 않다. 가끔은 소심하고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동생이 답답하게 여겨질 때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동생은 거리가 먼 지역에 있는 나를 방문하는 것이 버거웠었던 같다. 나는 당연히 여겼었고 가끔 동생이 와서 같이 밥을 먹거나 커피 마시며 수다 떠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고백하자면 내가 사업을 한다고 벌였을 때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만만한 동생에게 자주 요청을 했었다. 나름 강사비도 책정하고 하여 불렀지만 돈이고 자시고 동생은 힘들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업은 가족이랑도 하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과 사는 늘 분명해야 하는 것.
말싸움도 보면 항상 별거 아닌 일로 시작이 된다. 나는 동생이 집에 관련된 어떤 일을 자꾸 재촉하는 것이 힘들었고 동생은 빨리 그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컴퓨터도 망가지고 은행 인증서가 없어서 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은행에 갔지만 코로나로 인원 제한을 한다며 열 명씩 밖에서 줄을 서서 은행에 들어가야 했다. 무려 은행에 들어가는 데 두 시간이 걸린다는 것.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인증서를 받지 못했다고 했는데 동생은 얼른 가서 인증서를 받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람은 자기가 보는 대로 상황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일처리를 못하면 같이 밥이나 먹지.' 라고 생각했다.
결국 헛걸음을 하게 된 동생은 화가 많이 나는 듯 했고 자기를 종으로 여기냐고 했다. 그런 생각은 없었으나 나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
나도 조급증이 있는 편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마음이 바쁜 사람들인 것 같다. 오죽하면 총알 배송이라고 하며 오늘 주문하면 내일 아침까지 문 앞에 배달을 해줄까? 하지만 요즘 택배 기사님들이 과로로 사망하고 하는 뉴스들을 보면 과연 이 속도가 정상적인 것일까? 내가 편리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받겠다고 다른 사람을 과로하게 하는 게 옳은 일일까? 이 점 때문에 빠른 배송이라는 단어를 보면 우려가 된다. 꼭 그렇게 하루만에 물건을 받아야만 하는 건가.
물론 우리나라는 모든 부문의 서비스가 매우 빠른 편이고 이 점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인정하는 바이다. 인터넷 설치, 은행 업무, 택배 배달 등등 우리나라는 아무리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해결이 된다. 외국에 살아본 분들은 그 나라의 느린 서비스에 혀를 차는 지경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에서 뒤 사람이 버스나 지하철에 빨리 타려고 등을 꾹꾹 밀거나 하는 상황은 힘들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한동안 지낸 어떤 원어민은 필리핀에 휴가를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천천히 걸어 다녀서 적응이 안 됐다며 웃음을 지었다. 우리나라에 얼마간이라도 살면 이 무서운 속도에 익숙해지게 되고 결국 다른 사람들이 느린 것을 참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동생과의 싸움은 곧 해결을 해야 할 것 같다. 화가 난 동생이 점심도 먹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내 고독사를 방지해 줄 유일한 인간이므로 화해를 해야한다!) 둘 다 감정이 격하여 자기 할 말만 하고 언성만 높인 후 각자 갈 길을 갔다. 이러니 소통은 항상 차분한 상태에서 조곤조곤 해야 한다. 불쾌한 감정이 들어가게 되면 각자 할 말만 하다가 엉뚱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사람이란 감정이 있는 동물이다. 일단 마음이 상하게 되면 어떤 일도 해결이 안 된다. 차근차근 상황을 따져보면 큰일도 아니다. 은행에 인증서를 받으러 다시 가보면 되고 아니면 상담전화로 다시 해결을 해보거나 다시 인터넷을 시도해보면 운 좋으면(?) 될 때도 있다. 보안에 보안을 걸어놓아 힘들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참 인터넷 보안도 유별나게 한다. (이로써 나는 아날로그 인간임을 인정.)
마음은 괴롭지만 아직 오늘의 과외가 시작도 되지 않았으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또 해보자. 나도 최근 늘어난 과외 때문에 심히 피곤했던 것 같다. 이것은 먹고 살기 힘들었던 작년을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이다. 어제 밤 11시 반에 수업이 끝나서 집에 와서 화장을 한 채로 쓰러져 잤다. 아무 기억이 안 난다. 인생 누구나 힘들 때가 있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