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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pr 19. 2021

월요일의 기다림

미니멀한 생각

외를 하러 왔는데 아이는 아직 학교에서 오지 않았다. 인터폰을 받지 않았을 때는 아직 방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몇 번 시도를 하다가 마침 입을 하는 주민이 있어서 얼른 함께 엘리베이터로 들어왔다. 현관문 앞에서 벨을 눌렀다. 또 대답이 없다. 두 번 눌러도 대답이 없자 '아~이번 주에는 학교에 갔구나. 아직 아오지 않았구나.' 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전화를 했더니 아직 학교라고 한다. 게다가 삼십 이나 더 시간이 걸릴 거라고 하니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떨어진 자유의 시간이 주어졌다. 한낮의 날씨는 어느 새 초여름처럼 뜨거워서 반팔을 입지 않을 수 없다. 운전을 하고 오면서도 이미 뜨거워진  공기를 식히려고 창문을 어두었다. 거대한 트럭의 시끄러운 차 소리가 귀를 때리고 접촉 사고난 차량들이 길하게도 드문드문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나라도 진정으로 아열대 기후가 되어 가는구나. 4월에 벌써 초여름이 오다니.'


꽃이 가득한 아파트를 조금 걷다가 배드민턴장 앞 벤치에 앉았다. 팔십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와 그녀의 딸인지 간병인인지 모를 팔짱을 끼고 잔디 한 면을 걷고 있다. 아마 연로하신 할머니와 무료함이 내려앉은 오후 시간에 잠시 운동 삼아 산책을 나온 것 같다. 두 사람은  햇빛을 가리는 분홍빛 모자에 지팡이를 짚고 마스크에 하얀 면 장갑을 똑같이 끼고 한눈에 쏙 들어오는 네모난 잔디밭 변을 천천히 돈다.


바로 옆 벤치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 앉아서 뉴스를 듣고 계신다가 지루하신자리를 뜨신다. 잔디밭을 한 바퀴도 돌지 않은 것 같은 두 여인도 할머니는 휠체어에 타고

앉아 계시간병인은 서 있다.  이십 미터나 걸었을까  한자리에 멈춰서 쉬다가 다시 걷다가 하신다. 할머니는 아마도 몇 십분 걷는 것도 힘들 만큼  몸이 많이 불편하신가보다.


하늘 빛은 마냥 푸르고 오늘도 구름 한점 없다. 가깝고 먼 나무에서 여러 종류의 작은  소리만 나지막히 들려올 뿐이다. 네모난 잔디밭 공간 안에 오후의 시간이 잘려져 가두어져 있는 것 같다. 노랑과 진분홍빛 밝은 칼라의 옷을 입은 아이 둘이 발랄하게 엄마와 함께 지나간다. 운동을 하려는 듯 뛰어나가는 청년  다음에도 주로 노인들몇몇 다들 바쁘게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푸른 잔디와 배드민턴장이 그려진 미동도 없이 움직이지 않는 그림 안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하는 것 같다.


다른 들은 모두 몇 초 안에 프레임을 벗어나 나가는데 오직 할머니와 간병인만 휠체어와 잔디밭과 벤치를 삼각형으로 그리며 오가고 있다. 무료한 김에 그들이 옆 벤치에 앉아 나누는 이야기를 귀를 기울여 들어보려 하였으나 말소리가 너무 작고 뜨문뜨문하고 조용해서 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하교하는 아이조차 몹시 기다려진다.

뜬금 없이 한가로운 오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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