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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Apr 26. 2021

산부인과 방문기

아~창피함

병원을 가야 겠다고 결심하였다. 계속 되는 소화불량의 원인을 찾아내야겠다. 그 첫 번째로 산부인과를 생각해냈다. 산부인과란 내게는 멀고도 먼 병원이다. 아이를 임신하거나 낳아 보았다면 어느 정도 익숙해질 수도 있었겠지만은 그러한 경험이 없다보니 내 일생에 두 세번 정도 밖에 가보지를 못했다.


남자분들이 산부인과가 어떤 곳인가 궁금하시면 비뇨기과를 올려보시면 아주 유사한 기분일 것 같다. 많은 여성분들이 터넷에서 여의사를 찾아 헤맨다. 너무나 자세히 늘어놓기에는 민망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집 근처에 아리땁고 절하신 여의사 분이 계셨다. 아마 간판에 여의사라는 문구가 있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방문했던 것 같다.


연도가 기억이 안 났는데 건강 검진차 방문했을 때 자궁 근종이 있다는 진찰을 받았었다.병원에 갔더니 2018년도 였다고 하고  월마다 병원에 가서 체크를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병원 의자에 두 다리를 올리고 반쯤 누워서 기계가 몸으로 들어가는 걸 느끼며 진찰을 받을 생각을 하면 정신이 아찔하다. 안 할려고 했는데 상당히 적나라한 설명이 되어 버렸다. 미안하지만서도  격적인 경험을 좀 나눠서 덜어 내야겠다. 으윽~ 이러하여 산부인과는 왠만해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나의 근종은 크기가 더 커졌으나 아직 수술을 할 단계는 아니라 하셨다. 큰 증상이 없으면 그대로 두고 체중을 조절하면 없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여기에 큰 걸림돌이 있다. 이 몸은 하루 저녁 한 끼 정도 굶기 전에는 살이 왠만해서는 안 빠진단 말이다. 억울하다. 위가 작은지 포만감을 빨리 느끼고 남들보다 적게 먹는단 말이다. 그런데도 끝 모르고 살이 찌는 건 세계 8대 불가사의에 넣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내가 적게 먹는다고 회식을 가면 나와 한 테이블에서 먹는 걸 선호했었는데. 우이쒸.


거기다 요즘에는 늙어서인지 소화도 안 되어 더더구나 먹는 걸 줄이고 대부분이 집밥이다. 내가 먹고 싶은 만큼 다 먹었어봐라. 단숨에 고도 비만이 되는 것크게 문제가 없는 신진대사가 남다르게 안 되는 몸이다. 진작에 스모를 했어야 하나.


나름대로의 분석과 고백을 하나 하자면 몸을 움직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체력이 부실하여 또 과로하면 몸이 아프고 피로하면 염증이 생긴다는데 누워서 쉴라치면 살이 끝없이 찌고 성인병이 생기니 대체 어쩌란 말이냐. 이건 죽어야 끝.난.다.


많은 여자분들이 자궁 근종이 있다고 하는데 이건 마치 시한폭탄을 몸 안에 가지고 다니는 기분이다. 예전에 알던 지인분이 대로 방치했다가 어느날 근종이 터졌다는 일화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근종은 아직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자궁염이 있다고 약을 처방받았다. 사 샘이 자꾸 다이어트 하여 오 킬로만 감량하라 하셔서 마음은 굴뚝 같으나 힘이 드니 살이 찌는 이유를 아무래도 갱년기가 다가오는 것 같다고 핑계를 대었건만. 의사 샘이 딱 잘라 난소가 아직 멀쩡하다고 갱년기가 아니니(다행이고만) 하루 만보를 걸어서 살을 빼라 하였다. 하루 만보라니 세상에나. 누가 봐도 날씬하고 어여쁘신 의사샘도 마흔이 넘어서 살이 찌는 것 같아 아침, 저녁으로 만보를 걷고 계시단다.


병원에 온 김에 바로 옆 내과도 들렀다. 고혈압 판정을 받았기 때문인데 오늘은 또 혈압이 정상이라고 한다. 혈압은 원래 올랐다가 내렸다가 하는 것이나 혈당 조절도 안되니 밀가루를 줄이고 잡곡밥을 먹으라는 처방을 받았다.

아~ 사랑하는 나의 빵들, 칼국수, 콩국수, 수제비, 냉면, 러스 맛 꼬북칩 외 바삭 바삭 맛나는 과자들. 

'아가들아 잘가라 바이바이~ 내 몸이 아니라 다른 멀쩡한 몸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 찌고 혈당도 정상인 인간들의 몸에서 행복하렴.'

아~ 인생에 낙이 없다. 억울하도다.


국은  병원에서 약 두 봉지와 함께 똑같이 살 빼라는 처방을 받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먹는 비빔밥.

'중에 비빔밥아 왜 이리 맛있냐?' 

그래도 고심하여 나름 건강식으로 골랐다! 흥 쳇. 


아~장수할 수 있으려나. 

건강식으로 먹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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