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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y 09. 2021

내 집 주소를 모르다니

난 역시 바보인가

택배의 집주소를 잘못 기재하였다. 카톡으로 온 배송 알림을 보니 어제 아침에 배송 완료로 되어 있었다. '어~택배가 오지 않았는데.'

심히 짜증이 솟구쳤다. 안 그래도 수십 만원을 카드로 긁은 오일 등 값비싼 다이어트 세트 때문에 나의 어리숙함에 부아가 슬슬 치미는데 배송마저 속을 이다니.

담당 기사님께 전화를 하니 처음에는 받지 않으셨다. 어마무시한 금액 때문에 혹시나 분실될까 하여 마음이 초초해져 왔다. 문자를 두 개 보내고 다시 전화를 하니 받으신다.기사님이  얼른 확인해보겠다고 하고 바로 배송 주소로 오셨다.


알고 보니 내가 주소를 판매자에게 부동산 주소로 잘못 알려준 것이었다. 급하게 부동산 계약서 사진을 찾아서 알려준다는 게 집 주소가 아니라 부동산 주소를 불러준 것이다. '두둥~ 난 진정 바보인가?' 아직도 주소를 못 외운 것도 문제이고 계약서도 하나 똑바로 못 보다니.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온게 다행일 지경!


택배 기사 아저씨는 내가 주소를 잘못 쓴 것에 처음에는 화를 내셨지만 헐레벌떡 부동산 주소로 뛰어가니 오히려 내 걱정을 한다. 그 때까지도 상황 판단이 안되어 계약서에 집 주소가 부동산 주소로 잘 못 쓰여진 것으로 착각했다.

기사 아저씨는 부동산에 연락하여 고쳐 달라고 하라며 동료 중 한 명이 이 근처 주택에서 비슷한 일을 겪어서 보증금도 못 받고 나왔다고 충고를 해주신다. 하루 밖에 없는 휴일에 나오게 한 것도 죄송한데 오히려 어리바리한 내 신상 걱정을 대신 하시다니.


집에 와서 다시 확인해보니 나의 주소 착오.

'헐헐~ 도를 닦고 산으로 들어가야겠소. 힘들게 들고 온 두 박스의 택배를 열어 내용물을 보니 더욱 화가 나오. 당장에 취소하고 싶지만 마음 약하고 창피하여 또 그렇게는 못하겠소. 영양제 약병만 열 개는 되는 것 같은데 약 챙겨 먹다가 배부를 것 같소이다. (설마~)오히려 살 빼려다 이 비싼 약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더 찌겠구려. 아~~울적하오!


오늘 남의 집 고양이도 새벽까지 잠을 못자서 계속 비몽사몽하고 있었다. '침팬치는 어릴 때부터 사람처럼 가르치면 수화로 단어를 말할 수 있다던데. 고양이는 불가한가?' 말 안 듣는 아이 대신에 고양이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상한 생각을 해보았다. 고양이에게 말 가르치기는 포기하고 인형을 던져 주어도 한번 쓱 쳐다볼 뿐 미동도 하지 않는다. 계속 제 집에 누워서 잠만 자려하는데 억지로 깨워서 아이와 사진만 수 십장 찍었다. 고양이 묘생 최대 귀찮은 인간 두  등장.

'에잇~가출하고 싶네. 휴일 아침에 이제 좀 잘려는 데 자꾸 건드리네. 이것들을 확 마!' (고양이의 속마음)

'저 어린 집사놈은 물고 퀴어도 꼼짝 안하니 저 가끔 오는 뚱뚱한 인간을 노려봐야겠다. 으르렁.'


곰곰히 생각해보니 고양이도 귀찮아서 못 해 먹을 노릇이다. 예쁘다고 추근덕거리는  생긴 인간들이 너무 많다.

다시는 환생하지 않는 게 답.

오늘은 게으른 인간 고양이에게도 매우 거추장스러운 에피소드가 많은 하루!

단백질 쉐이크와 편의점 도시락을 챙겨 먹고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일찍 잠이나 자야할까보다. 우이쒸~ 단백질 쉐이크는 애피타이저 일뿐.

어찌 단백질 쉐이크를 식사라 하시오. 떼끼!

다이어트님이 물 건너 가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ㅎ)

고양이 만큼이나 어리바리한 인간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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