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각사각 May 10. 2021

비오는 월요일

우산을 들고 걸어보자

비가 오는 소리가 새벽녁에 계속 들려왔다. 새벽에 창이 환하게 밝아서 문득 잠이 다. 벌써 아침이 온 줄 알았는데 베란다쪽 불을 켜놓은 채로 잠이 들어서 햇빛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새벽 3~4시경. 정신이 너무  맑으나 몸은 일어나지 않으려해서 한참을 각종 sns와 유투브를 보다가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 늦게 느지막히 일어났다.


언제나처럼 열 두시가 넘어서야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나왔다. 그래도 계속 집에 있고 싶지는 않다. 비오는 날이라도 산책은 할 수 있으므로. 비는 아주 약하게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내리고 있다. 비가 오는 풍경을 찍어보려 했으나 쉽지는 않았다. 우산을 쓰고 핸드폰도 비에 젖지 않게 하면서 한 손으로 화면을 눌러야 하니까. 손가락이 짧아서 슬픈 짐승이여. 짐승까지는 아닌데. (ㅋ)

다리는 길다 ^^

비를 맞고 서 있는 소나무를 보니 그 속마음은 단비에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라도 처량하게 보인다. 나무 껍질이 젖어서 점점 짙은 빛으로 변해가고 그나마 위 부분은 나무 껍질마저 없어서 헐벗어 보인다. 왠지 우산도 없이 비를 맞고 서 있는 인간처럼. 비를 맞으며 도로 위를 걸어가는 비둘기는 더욱 처연하다. 깃털이 물에 푹 젖어서 걸어가는 모습이 투덜투덜하며 욕이라도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집 없이 사는 조생(?)이지만 차가운 비를 그대로 맞으며 걷는 건 기분이 별로 일 것이다.

그래서인 전에 살던 집에서는 비 오는 날마다 늘 난간에 비둘기가 날아왔었는데. 날아오는 것까지는 좋으나 반대 지붕으로 날며 똥을 한 무더기씩 싸놓아서 내 차를 완전히 뒤덮어 기겁을 하게 하였다. 아침에 구구~ 하는 비둘기의 이상하게 배속에서 쥐어짜내는 것 은 울음 소리가 들리면 비장하게 막대기를 들고 애꿋은 창문을 툭툭 열심히 치곤했다. 놀라서 도망가라고. 하지만 어느새 날아갔다가도 제자리에 돌아오는 끈질긴 비둘기떼.

오늘은 착해졌는지 비둘기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싶다.

간이란 이리도 마음이 갈팡질팡하는 존재.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소나무

비는 세상 만물을 적신다. 나뭇잎에도 물이 올라 더 르른 초록으로 빛이 나고 소나무 시 마다 작은 물방울이 달려 있었다. 조팝나무도 비에 젖어 무거운지 축 늘어져 있었다. 비오는 날 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몸이 비를 흡수하는 것 같이 무거워서 한 바퀴만 걷고 그만두었지만. '아이고~에미야 보일러 ㅇㅇㅇ'

빗방울

여름 내내 주구장창 었던 샌드위치와 음료를 파는 카페에 왔다. 한동안 이 카페는 음식점으로 등록이 되어서 코로나로 카페 출입이 제한 되었을때는 반짝 수를 누렸었다. 샌드위치를 반드시 주문해야 했지만 모임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이 곳을 이용할 수 밖에 없어서 북적북적하였는데. 지금은 다시 한산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장소가 꽤 넓고 혼자 오래도록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아서 우 선호하는 카페 중 하나인데. 가끔은 옆 가게에 가서 쇼핑도 하고 일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글도 쓰고 개인 사무실이자  놀이터 같은 곳인데. 제발~문 닫지 않을 만큼 손님을 보내주소서.


베리베리 딸기라떼를 마시며 남은 시간은 또 무얼 할까 궁리해 보는 행복한 월요일이다. 모두 한주 동안 힘내세요! ♡♡

거꾸로 사진을 많이 찍은 비오는 날 ^^
매거진의 이전글 내 집 주소를 모르다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