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산책

비오는 밤의 행복

by 사각사각

0늦은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배도 부르고 몸이 나가고 싶다고 조를 때가 있다. 그러면 우산을 쓰고라도 걸어주어야 한다. 비가 오는 밤 골목은 시간이 정지된 듯 움직임 없이 조용하기만 하고 만물이 깊이 잠들어 있다. 걷는 것은 몸과 마음에 다 약이 된다. 장운동을 하여 소화도 촉진시켜주고 다소 복잡하고 우울한 마음도 머리속에서 놓아줄 수 있고 정리가 된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주는 것은 가라앉는 마음에도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것 같다.

걸으면서 감사의 기도가 저절로 나올 때도 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집중이 되니 오히려 눈을 감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기도에 적합한 시간일 수도 있다. 모든 주변의 일을 신의 발 앞에 내려놓고 주변인들에 대한 걱정이나 기원을 마음속으로 잠깐씩 빌어본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들을 꺼내 쓰레기 봉투처럼 비워 놓고 보면 정신이 한없이 잔잔해진다. 무의 상태이자 더 바랄 것이 없는 절대 평온의 상태. '이 주어진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내는 것 외에 무엇을 더 마음에 두고 괴로워해야 하나?' 우리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고 우리 손에 언제 얼마만큼이나 주어질지도 모른다. 신의 분명한 영역을 내어 주고 인정해야 마음은 비로서 평온을 걷게 될 것이니.

한적한 주택가를 걷다보면 환희 불을 밝힌 가게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어둡고 캄캄한 세상에 희망의 빛과 같은 존재가 되어야할 텐데. 엄청나게 밝은 태양빛은 아니라 해도 밤길을 비추는 은은한 가로등 하나는 되어야 할 것이다. 나의 미미한 존재가 이 세상에 작은 빛 한줄기는 비출 수 있기를 빌어본다. 내 주변 반경 몇 미터에 닿는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비추는 빛일지라도 그 한 사람의 인생길에는 다시없는 소중한 사람이기를.

놀이터에 아이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으면 슬며시 자리를 피하게 된다. 어른보다도 무서운 청소년들. 끔찍한 사건들이 많은 세상에 살아가다 보니 사람이 문득 무서워질 때도 있다. 서글픈 일이지만 낯선 사람의 마음도 믿기가 어렵다. 이 과분한 호의를 보이는 사람의 저의는 무엇일까? 새초롬한 눈을 뜨고 의심을 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주었다가 또 관계에 실망을 거듭하게 되지나 않을까 지레 겁먹고 물러서기도 하고. 허나 이 험한 세상에서 우연이든 필연이든 만나는 사람들과 한자락 마음을 주고받지 않으면 살아가는 의미가 또 무엇인가? 한낱 연약하고 유한한 인간을 너무 믿거나 기대지는 않아도 또 너무 멀리하지도 말아야 할 일이다.

비가 잠잠해지니 편의점 앞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떠들고 노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고단한 한 주도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과 시간의 나눔으로 서서히 밤 공기속으로 풀어져가고 있는 것이겠지. 밤은 어두우나 또 어김 없이 찬란한 아침이 다시 밝을 것이다. 다시 각자의 삶에서 무거운 한 주를 짊어지고 갈 이들이여~ 휴일의 끝자락을 아쉬운 듯 붙잡고 놀며 웃으며 마음껏 즐기시라.

밤은 깊어가고 낭랑했던 빗소리도 잠이 오는 듯 점차로 나지막해진다.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고양이처럼 아무 시름 없이 잠들어야겠다. 모두 내내 평안하시길.

쿨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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