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유?

머 거창한 이유가 있겠냐마는.

by 사각사각

요즘에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글을 써서 만인이 보는 온라인에 올리고 있지만 그다지 댓글을 많이 받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딱히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가끔 다음 같은 곳에 올라가서 조회수가 치솟을 때 은근히 마음에 걸리는 글을 발행 취소하기도 한다. 왜냐면 혹시나 관련된 사람이 그 글을 읽을지도 모른다 라는 사실이 무섭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글을 발행취소하거나 사진을 삭제하거나 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브런치 글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재수 없으면(?) 그 글에 관련된 지인이 직접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의 내 글쓰기는 내 자신 안에 쌓여 있는 이야기를 상당히 충동적인 성향으로 쏟아놓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어느 정도 계획을 하고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날 떠오르는 일상에서의 생각과 경험을 단시간에 신나게 풀어놓고 바로 발행을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뒤늦게 수정을 꽤 하긴 한다. 순서가 뒤바뀐 것 아닌가?세상에는 여러 다양한 성향의 인간이 있다고 보시면 된다.

어떤 글이 예상치 못하게 조회수가 올라가면 자본주의 정신으로 그 글은 주로 수정 대상에 들어간다. 그래도 여러 사람이 읽는 글인데 이보다는 멋지고 정확한 표현으로 올려야 하지 않을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양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솔직한 글이 가장 좋다. 현재는 쓰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원래 읽는 것도 좋아하므로 다른 사람들의 글도 틈나는 대로 많이 읽어본다. 가장 좋은 글은 잘 쉽게 읽혀지는 글이다. 물론 소재도 참신하고 공감이 되는 글이어야 하지만 어려운 한자라든가 단어가 많이 들어가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한문에 취약하고 문서도 아니고 많은 이들이 컴퓨터나 핸드폰 같은 기기로 브런치의 글을 읽고 있다면 한 번에 잘 이해가 되고 읽혀야 한다.


그리고 글이 너무 길어지면 그만큼 매력이 넘쳐야 끝까지 읽게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닫아버리게 된다.


진실의 힘을 믿는다. 글을 읽다가도 솔직함이 느껴지는 개성 있는 표현들이 있으면 그 글은 마음에 와 닿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꾸며낸 듯한 어색하고 늘 드라마에서 자주 듣던 레퍼토리 같은 대화체나 혹은 교과서처럼 한없이 교훈적이거나 하면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만하게도 이 글을 왜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나에게 하는 독백일뿐) 이유가 어찌되었든 솔직한 글을 쓰고 싶고 읽고 싶다. 그저 개인적인 글쓰기에 대한 주장을 쏟아놓는 것 일뿐이니 괘념치 마시길.


브런치에는 현재 아주 많은, 수만의 작가님들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작가라는 호칭 자체도 아직 부끄럽다. 왜냐면 최근에 글을 쓰기 시작하신 분들은 매우 어려운 심사 과정을 거쳐서 칠전팔기의 도전 정신으로 합격이 되셨다는 수기들을 읽게 된다. 나는 매우 우연한 기회에 브런치가 막 시작된 초창기에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한 번에 통과가 되었다. (그래서 고마운 줄 모르는 ㅋ)


아마도 브런치가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작가에 도전한 분들이 극히 적었었던 것 같다. 살다보면 운칠기삼이라고 노력도 아주 없지는 않으나 운이 좋아 되는 일도 많지 않은가? 그래서 한참 매우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다가 또 한 삼 년간은 브런치를 떠나 사업을 한답시고 바쁘게 다니다가 아무도 모르게 접었다.


다시 작년 어느 때부터인가 인생에 상치 못한 폭풍이 쳐서 정신을 차릴 수 없고 삶이 바라고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마음을 한곳에 붙잡아두고 나를 돌아보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만을 위한 위로인가 공감이 되고 있는 것인가 가끔은 고민이 되기도 하고 심히 부끄러울 때도 있으나 인간은 대상이 무엇이든 집중하기를 열망한다. 그러니 앞으로도 쓰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쓰려고 한다. 가능한 표현을 절제하고 혹시라도 거론되는 사람들의 존재를 특정하기 어렵게 희미하게 만들고 신상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어쩌면 그렇게 조심할 만큼 유명하지 않으니 하등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의 파급력이란 또 놀라운 것이고 네티즌의 수사력은 대단하고 쓰는 사람으로서의 양심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그러면 갑자기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된 박완서님의 에세이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의 한 부분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 라는 것밖에는 없다. 잡문하나를 쓰더라도, 허튼 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 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작가가 될까 말까 하던 4년 전의 고민은 아직도 끝나지 않는 채다. (216쪽)


와~ 나는 이 글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 거의 삼 십년 이상을 글쓰기를 해오시고 문단에 당당하게 등단하여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열에 오르신 분도 처음에는 끝없이 고민을 하면서 글을 쓰셨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누구나 계속 이런 무거운 고민을 안고 글을 써야 하고 항상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너무 힘주지 말고 자연스럽게. 모래알 한 톨같이 작으나 보석처럼 빛나는 진실을 일상에서 깨내어.


쓰는 일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읽히는 것 또한 부끄럽다. 나는 내 소설을 읽었다는 분을 혹 만나면 부끄럽다 못해 그 사람이 싫어지기까지 한다. (218쪽)


양말 깁기나 뜨개질만큼도 실용성이 없는 일, 누구를 위해 공헌하는 일도 아닌 일, 그러면서도 꼭 이 일에만은 내 전신을 던지고 싶은 일, 철저하게 이기적인 나만의 일인 소설쓰기를 나는 꼭 한밤중 남편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며 하고 싶다.

규칙적인 코 고는 소리가 있고, 알맞은 촉광의 전기스탠드가 있고, 그리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술술 풀리기라도 할라치면 여왕님이 팔자를 바꾸쟤도 안 바꿀 것 같이 행복해진다.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220~221쪽)


아~ 글을 쓰는 혼자만의 은밀한 즐거움이 날 것처럼 그대로 느껴지는 고백이다. 양말 깁기나 뜨개질 보다는 글쓰기가 더 좋고 의미 있다 여기는 일인으로서는 앞부분은 도저히 공감이 가지 않으나 세대가 엄연히 다르고 네 아이를 낳고 사십에 등단 하신 주부로서의 입장이라고 이해해 본다.


무엇보다 글쓰기가 '이기적인 나만의'이라는 단어에는 깊이 공감한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주변 모든 일들을 잊고 내 안으로 깊이 침잠하는 일이나 누구에게도 피해는 주지 않고 운이 아주 좋으면 타인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문을 불어일으킬 수 있는 .


밤새 내리던 거센 비가 어느 새 잦아드는 아침, 글을 쓰면서 모두 이기적인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나름의 행복을 찾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어제의 작은 언쟁과 주차 공간 부재로 늦은 밤 비 맞고 골목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 신세가 된 쓰디쓴 마음을 다독이며. 이기적인 글 하나 남긴다.

이기적으로 계속 써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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