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다단계 제품을 하나 구매했다. 내 손으로 자발적으로 카드를 꺼내 긁었지만 그 외 제품까지 악착같이 권하는 집요한 강매로 얼떨결에 구매한 것 같아서 나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어리숙함에 속이 부글부글 끓던 참이었다.
일부 반품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인의 소개도 있었고 해서 한번의 통 큰 결재의 추억으로만 뼈아프게 새겼다. 꼬박꼬박 다이어트 보조제를 아침, 저녁으로 하루 여덟 알씩 털어 먹고 단백질 쉐이크를 주식의 곁들이 음료로 마시며 까맣게 잊으려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판매를 하신 분께서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하기 시작하셨다. 아~ 막 시작하는 뜨거운 연인 사이도 아니고 이게 무슨 난데없는 전화 폭탄인가. 우리 엄마하고도 이렇게 자주 통화를 안하는고만.
평소 말하느라 기 빠지는 전화 통화보다는 간편하고 상대방에게 방해를 주지 않는 문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가끔 동생과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할 인간이 없으면 봇물 쏟아놓듯 수시로 통화를 하긴 하지만.
이 분을 한번 만나보았으나 도저히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싶지 않은 소개팅남처럼 깨끗이 잊고 싶었다. 필요하면 회원 가입까지 했겠다 온라인 싸이트에서 제품은 구매를 하면 되는 것이고 내게는 아직 필요치 않은 사치품 같은 느낌이었다. 몇 번의 전화를 받지 않음으로 의사표현을 에둘러 하였으나 이제는 전화 대신 문자를 보내기 시작하셨다. 각종 건강 정보와 상담시에 말씀드린 내 질병에 관련된 소식까지. 매일 매일. 아~대체 이 일방적인 구애(?)에 어떻게 거절을 하면 좋단 말인가?
어느 날 오후 또 하릴없이 오는 문자에 깊숙히 눌러두었던 화가 슬슬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문자로 '보조제를 잘 복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좀 바빠서요.'라고 은근히계속 종용하는 상담전화에 대해 거절의 의사를 드러내었다. (반백수 이건만)
사실은 '제가 필요하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너무 연락을 하시니 심히 부담스럽네요.'라는 심정이었으나 차마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문자를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분은 '아~많이 바쁘시군요.' 하더니 또 다음 날에도 문자를 연거푸두 개씩 보내기 시작하셨다. 누워서 세상 행복하게 노니락하는 중에 '띠리~리옹' 하는 문자 알람음을 듣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름대로 긴박하게 답해야 하는 문자들도 있는데 매번 이런 스팸 문자까지 확인하려면 짜증이 솟구친다. 조용히 차단 버튼을 눌러버렸다. 요즘에 이 외에도 070으로 시작되는 각종 보험, 대출, 투자 관련 등의전화번호도 받을 때마다 하나씩 꼬박꼬박 차단하고 있다. 집중을 흩뜨러트리고 은근히 신경을 건드리는 스팸 문자들이 많지 않은가? '님들아~걱정 안해도 그럭저럭 잘 먹고 살고 있으니그 관심 제발 끊어주시오. '
차단을 풀고 다시 문자를 정중히 보내야 맞는 것인가 싶지만 일단은 덮어두기로 한다. 그 분의 입장에서는 이미 판매한 제품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 차원으로 한 명의 호구(?)고객관리를 하고 계신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받는 입장에서 이리 불편한 일을 계속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휴우~ 날카로운 첫 키스가 아니라 다단계 구매의 추억.차라리 첫 키스였다면 오죽 좋았을 뻔.
'님들아 다단계 판매는 한번 걸려들면 무서우니 조심하시오. 내 건강을 얼마나 극진히 생각해 주시고 듣기에도 간지러운 문자를 보내며 감성 마케팅을 하시는지 에효, 대신 정신 건강이 피폐해지고 있소이다. 더 이상 노 코멘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