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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의 산책
17화
비오는 밤 마음에도 비가 내리고
한 인간의 마음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었던가?
by
사각사각
May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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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지 못하는 밤에 천둥과 비소리만 함께 깨어 있었다. 창밖에도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나의 경솔함, 성급함이 부른 대참사.
어긋나는
마음. 부유하는 진실.
우리는 대화를 하고 마음을 나누었다고 착각했는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매번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각자 듣고 싶은 대로만 들었을 수도.
그래서 결국은 귀가 열려 있어도 서로의 진심을 듣지 못하게 된 거겠지.
우리가 나눈 말들이 아직 공기 중에 떠돌고 있는데
그 중에 진실이 한 조각, 아주 티끌만한 한 조각이라도 있었을까?
내게는 진실이었어도 상대방에게는 땅에 굴러다니는 휴지 조각만 못한 것이었을수도.
각자 허공에 대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으면서
혹은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들으면서
우리가 함께 같은 시간과 공간을 마주보고 있을 필요가 있었을까?
너가
모의한
복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장작불처럼 타오르는 마음을 놓지 못하는 것 자체가 미련이라는 걸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결국은 너 자신을 통째로 불 속으로 던져넣고 태워서 하얗게 재로 변할 때까지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걸.
마녀의 화형식처럼 끔찍하게 너 자신을 옳아매서.
진정한 복수는 이를 갈며 나에게 피를 흘리는 고통을 안겨준 이에게 똑같이 갚아주리라 매일 다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이에 단 한번도 진심이 없었던 것처럼
다시는 그 이름조차도 까맣게 기억하지 않는거야.
네가 나에게 준 고통의 댓가는 다시는 나를 만날 수 없고
나에게서 받았던 위로의 흐릿한 그림자조차도
밟을 수 없는 것이고.
마치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고 거리에서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간 인연도 없었던 것처럼
허망하게
땅속에 묻히는 관계를
똑똑히 목도하는 것.
아주 가끔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너도 눈물이 흐르는
날이 있겠지.
그
눈물의 정체를 알 수가
없으리
.
나의 뼈아픈 참회의 기도와 눈물이 너의 눈물샘까지 이어져 흐르는지도.
그래 그렇게 하렴. 네 마음이니까 네 마음대로.
내가 알고 있던 너는 네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였을까?
켜켜이 쌓인 분노가 너를 악의 화신으로 바꾸어놓은 거니?
내 처절하게 외로운 본성이 만들어낸 허상이었을까?
너는 나의 존재로 외로움을 한 스푼이라도 덜어낸거니
아니면 네 삐뚤어진 복수의 천진한 도구인거니.
네 찬란한 화형식에 던져지는 장작개비니.
비와 함께 이 용서 못할 존재도 함께 씻겨가기를.
내 안에 있던 너는 이미 죽은
이.
한때 너를 내 혈육처럼 여기고
너의 지난 모든 아픔과 회환까지 껴앉으려 했건만
한낱 간밤의 꿈처럼 흩어지고 깨어지는 부질없는 짓이었음을
악마가 너의 영혼을 사로잡은 듯
천사에서 악마로 역할을 바꾼 것처럼
한 인간 안에 공존하는 두 존재의
아이러니
결국
누구의 손을 들어주려는 거니
너를 사랑으로 본 내 하찮은 눈을 빼내야 할지도
한밤에 느끼는 자아에 대한 파괴의 욕구
밤 공기에 가루처럼 내 자신을 흩뿌릴 수민 있다면
그대로 사라져도 생에 더 구질구질한 미련은
없으련만
삶을 짊어지고 간다는 건 참으로 무거운 십자가로구나
장미가 아름다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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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의 산책
15
글을 쓰는 이유?
16
전화번호를 차단할 때
17
비오는 밤 마음에도 비가 내리고
18
용서밖에는 답이 없다
19
비오는 목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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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물음> 출간작가
영어,한국어 프리랜서 교사. 전자책 출간작가 이며 자기 반성와 함께 삶에 대한 희노애락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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