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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y 27. 2021

쓰기에의 중독

글을 쓴다는 것도 하나의 습관!

피곤한 수요일 오후였다. 오전에 수업을 하나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수업은 다섯 시간 후에나 있으니 잠시 일과 사이의 쉼표를 찍어주어야만 한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집 앞에 주차 자리가 있을지가 금했다. 요 며칠 동안 집 앞에는 공간이 없어서 집 앞에 오기 전에 있는 공터 옆을 지나 집 앞을 한번 슬쩍 둘러본  직진하여 갓길 주변을 훑고 다니다가 공간이 발견되면 차를 하곤 했다. 안 그래도 건망증이 있는데 매일 주차를 하는 장소가 달라지니 혹시 어느 날 치매에 걸린 것처럼 차를 주차한 공간을 완전히 잊게 될까 걱정이다. 휴우~쉬이 끝나지 않는 주차 트라우마.

 

티브비에서 주차 전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그 관련된 사자들을 이해를 하지 못했다. 주차의 어려움을 전혀 겪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집에 올 때마다 날마다 반복되는 주차 걱정은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일이다. 이 주차의 문제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의 한계를 넘도록 날마다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에 있다. 주차 때문에 울고 웃고 싸우고 하는 다른 이들의 모습이 낯설기만 했는데 이제야 그 심경을 알 것 같다. 이러하니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나 상황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않된다. 내 피부와 내 몸으로 그 상황 속에 들어가보기 전에는 그 당사자의 생생한고통과 애로사항을 모를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 집 앞 공터는 점심 시간이라 근처 음식점에 온 차량들로 가득해서  탐색지인 집 앞을 지나며 슬쩍 둘러보았다. 싸~한 공간이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옆 집에 아이가 하나 있는 집의 차가 늘 붙박이처럼 주차하는 자리이다. 옆 집 사람들을 자세히 보거나 만나서 이야기를 한 적은 없지만 딱 한번 여자아이와 어머니를 계단에서 마주쳐서 어색한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는 가끔 외출할 때  문을 여닫는 소리나 아이가 나오면서 까르르 웃거나 재잘거리는 소리 같은 걸 들었을 뿐이다. 마치 그들의 자리를 땅따먹기를 하듯 야멸차게 앗는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또 주변을 배회하며 미지의 주차 공간을 찾아 나설 마음도 없다. 차에서 리면서 나도 모르게 끓어오르는 무의식적인 울분으로 바로 앞 음식점 주인에게 들으라는 듯 차 을 있는 힘껏 쾅 닫았다. 그래봤자 애꿋은 내 차 문만 망가질테지만. 이미 지울 수 없는 화석처럼 울분과 분노가 깊이 자리 잡고 말았. 파블로브의 개 실험에서 종소리->침 흘림 처럼 주차 공간 없음 ->짜증 ->분노 폭발 이러한 자동적인 반응 공식이 겨버린 것이다.


이 일로 인간의 격렬분노가 얼마나 작고 사소한 하찮은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지 알게 되었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좀 더 이 문제에 집착하다보면 마치 이 집 주민들 모두가 합심하여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피해 망상이나 무분별한 공격성이 생길 수도 있을것 같다. 그 정도로 정신력이 약하지는 않지만 가끔 밤 늦게 들어와서 집 앞에 빼곡하게 주차된 차량들을 보면 소외감을 느끼고 이들이 일부러 나를 괴롭히려 이러는가 하는 근거 없는 의심과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매일 운행을 하는 차는 나뿐인데 아무리 항변을 해도 제자리들을 굳게 지키고 조금도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무정한 차들. 아~대화가 필요해.  살인이 날 수도 있다아! (새로운 싸이코 패스의 탄생) 이건 온갖 범죄가 난무하는 '알쓸범잡'을 너무 많이 본 부작용인가.


오늘도 허접스럽기 그지 없는 주차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다. 매일 쓰다보니 무언가 쓰지 않는 이 더 어색하다. 는 것도 부단한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 쓰다보면 오히려 마음 속에 샘물처럼 고여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는 것이 더 허전하고 공허해진다. 마치 오늘 해야 할 숙제를 다하지 못한 처럼. 오늘 저녁 여덟 시를 조금 지나서 레드문이 뜬다고 하니 한번 구경해볼만 할 것 같다. 개기월식이라고 달이 지구에 가려서 태양빛을 반사하여 붉은 달이 뜨는 것이란다. 붉은 달이라니 신비롭지 아니한가? 주차고 뭐고 달 구경이나 할란다.  


여기까지는 어제 쏟아놓은 이야기이고 오늘은 목요일.

새벽부터 창밖에서 웅얼거리는 비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날. 맑은 날과 비오는 날처럼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공존하는 날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알 수가 없으니 우산을 들고 비오는 거리를 자박자박 걸어가 볼 수 밖에. (ㅎ)

요즘 수퍼문이라더니 달빛이 참 밝다 ^^
장미의 계절 ♡♡
레드 문 ? 레드 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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