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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Jun 05. 2021

밤의 계절

여름의 시작

월에 접어든지도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다. 여름은 밤의 계절이다. 한낮 방안의 기온도 28도 정도 되어 후덥지근한 것이 지금 나가면 오후의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의 산책은 힘들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해가 지고 밤이 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밥을 겨먹고 독서를 하면서 저녁이 오기를 목 놓아 기다렸다.


산책을 나왔는데 갑자기 롯ㅇㅇㅇ의 버거세트가 간절히 땡겼다.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햄버거 세트 하나를 낼름 먹고 독서에 또 몇 분간 깊이 빠졌다가 해가 져서 깊은 푸른빛을 더해가는 저녁하늘을 보고 기억이 난 듯 길을 나섰다.

햄버거의 뿌리칠 수 없는 유혹

해가 막 지는 시간대하늘빛을 참 좋아한다. 깊고 깊은 바다를 닮은 하늘. 파란 색은 나에게 잘 어울리는 칼라 중 하나이다. 어렸을 때는 옅은 분홍이나 파스텔 빛의 칼라의 옷을 고르곤 했지만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파란색을 비롯한 선명한 원색이 나에게 어울리는 색임을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옷장에 파란 물결이 치기 시작했다. 각종 채도의 초록, 파란색과 보라색이 섞인 원피스, 코트, 셔츠 등등.

흰 피부에 홍조가 있으니 핑크보다는 파랑이 맞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파랑에 대한 예찬이다.


인생에는 살아가면서 하나씩 알아가게 되는 것이 많다. 배우 윤여정 님도 "67세는 처음 살아본다. 그래서 새롭다. " 라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남기신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이 들어가는 인생도 매번 안팎으로 처음 겪는 일들이 생기니 기대되고 흥미로운 건지도.

파랑 ♡♡

밤을 기다린 사람들은 많았다. 여름은  더위를 피해 밤에 책 나온 사람들로 공원이 북적이게 된다. 모님과 함께 나온 아이들은 반짝거리는 현란한 불빛이 나오는 킥보드를 타면서 목소리를 높이며 신이 났다. 역시 웅성거리는 사람의 소리가 들리는 공원은 사람 사는 맛이 난다.


"코로나여~이제 그만 우리 곁을 떠나다오. 너무 오래 머무르면 정이 더 떨어지게 된다. 그만 하고 고양이처럼 쿨하게 훌쩍 떠나 우주의 너의 별로 가렴."


공원의 어두컴컴한 풀숲에서 이상야릇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서로 위협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가 있는 듯 하였다. 어두운 밤에 묘한 소리로 울며 싸우는 집 없는 고양이들이 왠지 안쓰럽기도 하다. 야생의 삶도 인생만큼이나 쉽지는 않을 터인데.


오늘은 아침 9시 30분에 헐레벌떡 수업에 갔는데 아이는 공부 하기 싫다며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잠도 설치고 겨우 수업 시간에 가까이 일어나 허겁지겁 시간에 맞춰 깄는데 대답도 안하고 퉁명스러운 아이 눈치를 살금살금 보며 수업을 하자니 기가 막혔다.


수업을 하다 말고 육십세에 열정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 대표님에 대한 이야기와 일생동안 영어가 얼마나 너를 따라다닐 지에 대한 경고와 개인적인 영어 사랑을 설파였다. 유학을 원하는 아이에게 당근도 주었다.


"앞으로 유학을 가면 레포트를 쓰고 해야 하니 수능영어도 필요한 것이다. 요즘 수능 영어는 대학 원서 수준이다.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니라. 대학 가서 회화를 배우면 된다." 이러다가는 태어날 때부 시작하여 인생 전반의 영어 관련 경험을 다 훑어내려갈 상황이었다.


각설하고 얼마나 알아 들었지는 미지수이나 일단 내 속은 시원하다. 농담처럼 웃으며 속에서 열불이 난다고는 하였지만 세상 쉽게 돈 버는 일은 없다는 걸 인정하고 가볍게 넘기면 된다. 하는 걸 보아하니 계속 하고 안 하고는 곧 결판이 날 터이니.

'평양 감사도 제가 싫으면 못한다.' 하였다.


그건 그렇고 칠월에 교회에서 자원 봉사로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했다. 주 1회만 하는 것이고 한달 안만 한정인 것 같지만 움을 원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은 돈을 떠나서 나의 정신 건강과 자아실현에 매우 유익한 일이다.


인도네시아 학생들에게 화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한다. 우리 교회는 원래 다문화 예배라는 게 있어서 골, 캄보디아, 중국 등등의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다.


그리하여 토요일 밤은 녹차 라떼 한잔과 함께 평화롭게 흘러가고 있다. 샬롬.


마지막으로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의 공감되는 한 구절을 남긴다.

삶에서 고난은 불가피하다고 부처는 말했다.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암도 마찬가지다. 암에 걸린 뒤에 부딪치게 되는 어려움들은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다.


하나를 피하면 결국 둘, 셋이 되어 돌아오는 것 까지 지독하게 인생을 닮았다. 그러니 고통이나 힘든 일이 없기를 바라기보다 마땅히 있을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56 페이지)

여름은 밤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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