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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Jun 07. 2021

유월의 일요일

평범하나 소중한 매일

수업을 하고 교회에 갔다. 지난주부터 교회 동생에게서 연락이 와서 우리는 예배에 가기로 했다. 작년 2월이 마지막 참석이었으니 벌써 일년 하고도 삼개월동안 교회를 가지 못한 것이다. 코로나가 발병한 이후에 교회의 무분별한 예배 강행으로 벌어진 감염 사태를 뉴스에서 많이 접하였다. 아무리 기독교인이라 해도 맹목적인 신앙에 반대하기 때문에 교회에 가는 것은 자제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교회는 텅텅 비어 있었고 마스크도 꼭 쓰고 있고 좌석은 한 줄 이상 띄워져 있었다. 교회를 가는 것은 페에 가는 것만큼이나 안전한 일이라 판단이 되었다. 원래도 걱정이나 근심이 많은 타입은 아니므로 교회에 가기로 결심했다.


교회 동생과 만나 점심을 먹었다. 우리 둘 다 좋아하는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 분짜를 먹었다. 이 곳의 분짜는 소스가 특히 새콤 달콤하고 딱 적당한 감칠맛이 난다. 주방을 보면 베트남 젊은이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진정한 현지인  맛집. 베트남에서 이 년 정도 거주한 동생도 현지의 맛이 난다고 인정하였다. 고기와 야채와  쫄깃한 얇은 쌀국수면이 어우러져 깔끔한 한끼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커피 타임. 일여년 전에는 거의 매주 만나기도 하였으나 참으로 오랫만에 다시 만나게 되어 할말은 끊이지 않았다. 오랜  반강제 고립생활 사람들과의 만남과 수다에 한이 맺혔는지 요즘은 지인만 만나면 두 세시간은 기본으로 떠들 수 있다.

별 것 없는 내용 같지만 무방비 상태로 어떤 주제이든 다 털어놓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다. 우리 삶과 주변 이들에게 펼쳐지는 갖가지 고난과 어려움들이 이야기를 한다고 모두 해결될 일은 아니라도 다만 열어놓고 분출하는 순간 마음의 무거운 짐을 한결 덜어낼 수는 있다. 마음에 담아 놓은 것들을 풀어내어 꺼내 서로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안도되는 시간. 우리의 삶을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 너의 당찬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위로.

 

교회는 여전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모임이 축소되고 위축되었지만 서서히 서로를 격려하고 기도하며 상공인들을 돕는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힘을 더하고 있었다.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의 모임을 잃는다는 것은 삶에 큰 부분이고 마음이 아픈 일이다. 내 친구들은 역마살들이 있는지 나이가 들고 가정을 꾸리면서 제각기 지방이나 외국으로 흩어져 갔고 최근 나에게 유일한 사적인 모임은 교회밖에 없었다. 나이의 압박으로 나날이 끼어들 모임이 줄어가기는 했으나 다문화 예배, 한국어 봉사단, 사적인 커피 타임 겸 수다 모임 등 일주일에 한번 있던 소중한 시간들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난 후 우리는  곳을 잃고 한층 더 마음이 공허해지고 말았다.


예배가 시작되고 찬양을 부르는 시간이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감정에 북받쳐 마음껏 울 수 있었다. 어느 한가지라고 꼭 집어서 이유를 말할 수는 없다.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파도처럼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에 대한 슬픈 회상과 최근 파국을 은 관계에 대한 안타까움과 외에작년에 쓰나미처럼 몰려와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은 아직은 뿌리 깊은 우울한 감정 때문일 수도 있다. 마스크를 쓰고 있고 강렬한 찬양이 공간을 가득 우니 우는 것이 더 자유로웠다. 장마비처럼 쏟아지는 눈물을 가려주는 고마운 마스크.  하나 좋은 점은 아무에게도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처럼 울어도 마음은 한없이 편안한 곳. 그곳에 나의 믿음이 있다. 하늘의 아버지 앞에서 눈물 바람.

 

어렵고 암담한 시절을 모두 자기 만의 출구와 빛을 찾아서 외롭고 고독한 주변인들을 다독이며 견뎌내시길 바란다. 결국은 어둡고 긴 캄캄한 터널을 지나 빛의 세상으로 성큼 걸어나올 때가 있으리니. 대체 언제요?(ㅎ)

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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