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산책에 나섰다. 어제 배탈로 인해 기운이 떨어져서 이른 밤부터 쓰러져 잤으므로. 덕분에 아침의 상쾌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흐린 날씨와 비가 예보되어 있으므로 하늘은 구름이 덮인 옅은 회색빛이다. 비를 머금은 듯한 나무와 풀들은 한층 더 짙고 선명한 녹색을 띄고 있고.
더 더 선명한 초록!
개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여기저기. 작은 하얀 꽃잎에 가운데 부분은 노란색이어서 흔히 계란꽃이라고도 불린다. 마치 프라이팬에 계란을 막 깨트려 놓은 계란 프라이를 닮지 않았나?
'개'망초꽃이라는 건 망초꽃과 비슷하게 생긴 잡초라는 뜻으로 쓰는 것 같은데 차라리 계란꽃이라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어여쁜 꽃이름에 '개'자를 붙이는 건 불손하고도 가당치 않은 일. 양귀비꽃도 '개'양귀비가 있던데. 듣는 개양귀비꽃은 얼마나 기분이 나쁘랴.
꽃 이름을 외우려면 너무 어려워서 여러번 들어도 기억이 안 날때가 많다. 앱이 있으므로 사진만 찍어 올려도 이름은 금방 검색이 되지만 이왕이면 식물학자님들께서 기억에 남고 부르기 용이한 이름을 붙여주었으면 좋겠다. 너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너는 내게 와서 '꽃'이 된다고 했으므로.
계란꽃, 너는 망초만큼이나 예쁘다.
바닥에 흩어져 떨어져 있는 노란 매실을 몇 개 주워보려 하였으나 가까이 가서 보니 이미 무르고 썩고 흙이 묻어서 불가하였다. 집에 유기농 원당도 잔뜩 있어서 마침 매실이 있다면 엑기스를 만들 절호의 기회였는데.
무엇이든 때를 놓치면 영영 기회를 잃게 되는 일도 있다.
은행마다 정부지원자금 대상이라면서 대출 받으라는 문자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주주장창 보낸다. 받을 때마다 차단을 해도 다른 번호로 계속 보내는 것 같다. 정말 화가 난다. 공짜도 아니고 이자를 톡톡히 쳐서 받아낼 것 이면서 아둥바둥(?) 간신히 먹고 살고 있는데 현혹될 가치조차도 없는 정부자금은 개뿔 무슨 대단한 것이라고. 아직 살만하다고 그리 나홀로 코로나 전장에서 벽을 보며 외치고 있는 데 대출 받으라고 난리인 걸 보면 은행들도 어지간히 유동 자금이 부족한가 보다.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어서 영화를 보려고 한다. 어차피 일이 없고 노는 거 여유를 가지고 실컨 놀려고 마음을 먹으니 셀레고 기대가 된다. 종일 비가 예보되어 있다 해도 새로 만나게 될 영화를 상상하면 소개팅에 나가는 것처럼 마음은 두근두근.
시중 은행들아~ 대출 따위 안 받아도 잘만 살고 있다! 연락하지 마라. 흥.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