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과외 인생

수요일의 영화

A quite place 2

by 사각사각

수요일 저녁에 브런치에 미리 예고한 대로(?)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기 전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기말 시험 기간이라 수업이 미뤄진 것이었는데 한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요약하자면 '아이가 중간에 이어 기말 시험도 망친 것 같고 도무지 공부를 하지 않으니 과외는 다음 시간을 마지막으로 그만두겠다. 정말 죄송하다.' 는 내용의 구구절절한 장문의 문자가 왔다.


굳이 이틀 뒤면 직접 만날 텐데 문자로 이렇게 일찌감치 기분을 망쳐 놓을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핸드폰이 생긴 이후로 모든 대면 접촉시에 껄끄러움이나 미안함이 예상되는 일은 상대방의 기분이나 문자의 한계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두 통틀어 문자 하나로 간단히 처리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을 해봐야 한다.


얼굴을 마주하고 진심을 담아 처리할 일을 문자로 생뚱맞고 더 불쾌하고 인간답지 않게 해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문자를 자주 사용하고 문자의 편리성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가끔씩 이런 당연한 듯 주고 받는 신세계 핸드폰 문화에 개탄이 나올 때가 있다.


문자는 어쩌면 말보다도 훨씬 더 힘이 강력하며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도구이다. 아무리 진심을 다해 쓴다고 해도 직접 대면하는 것만큼은 의사 전달이 어렵고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때로는 무성의하다고 여겨질 때도 있다. 특히나 그 내용이 부정적인 내용이라면 더.


늘상 겪어 오는 일이라 혼자 아주 잠깐 구시렁댈 뿐 사실 개의치는 않고 가볍게 넘겨버리려 한다. 마음에 근육이 체육관 관장님 급으로 생긴건가?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갑자기 카톡으로 스ㅇㅇㅇ 커피와 케잌 쿠폰을 받았다. 도무지 누군지 모르는 분이었는데 방문 상담을 하고 나서 연락을 안한 것이 죄송하였다면서 한달 여 만에 느닷없이 커피 쿠폰을 보내신 것이다.


문제는 전혀 어느 집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워낙 방문을 수시로 하고 경험상 첫 방문에 마음을 비우고 가기도 하고 혹은 치매에 걸렸는지 실은 어제 뭐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한달 전 일을 또렷히 기억할 쏘냐? 바로 연락을 하시지 않아서 신원을 모르겠으나 답문도 정중하게 보내고 감사히 받기는 했다. 먹을 복은 확실한 듯.


아날로그 인간으로서 가끔씩 받는 기프트 쿠폰은 그리 달갑지가 않다. 아직도 선물은 현물로 보내야 하고 짧더라도 카드도 동봉하여 써야 그 성의를 인정할만 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손가락 클릭 한번으로 선물을 보내기 보다는(그 마음씀도 고맙기는 하지만) 선물을 사고 카드는 쓰는 정도의 수고는 감수해야 마음이 담긴 선물이 아닌가? 하아~까다로운 인간.


일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영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시험 기간을 자축하며 기분 좋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려 왔는데 이 시절 모르고 희희낙락하는 기분에 초를 치고 싶진 않았다. 뭐~ 일어날 일은 무슨 수를 써도 일어나게 마련이다.


영화는 공포물에다가 외계인이 등장하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비선호하고 꺼리는 영화의 두 소재가 종합선물세트처럼 들어있었다. 어디서 온지도 알 수 없는 비쩍 마르고 팔 다리가 연체 동물처럼 긴 문어를 닮은 외계인이 등장하여 다짜고짜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문명 사회를 파괴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인간이 이 괴물에게 감염을 당하면 취향에 맞지 않아 극혐하는 장르인 좀비처럼 변하기도 한다. 대체 인간도 귀신도 아닌 그 중간 어느 쯤의 눈 뜨고 보기 힘든 형상으로 돌아다니는 좀비는 누가 만들고 왜 생겨난 것일까?


다만 영화는 가족애가 깊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었고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희생하고 감당할 수 있는 끈끈한 인간적인 애정이 느껴졌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과 눈이 아예 없는 건지 안 보이는 건지 소리만으로 주변 사물을 인지하는 외계인이 대결구도로 등장한다는 컨셉도 흥미롭기는 했다.


소리가 없는 세상은 어떤 느낌인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크고 갑작스러운 음향 효과 때문에 중간에 심장이 여러 번 철렁 내려 앉기도 하였지만 공포물치고는 피가 낭자하게 튄다거나 칼로 사람을 베어서 신체 일부가 날아간다거나 하는 장면이 없는 것도 괜찮았다.


왠지 정체를 모를 외계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현재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겹쳐진 상징적인 존재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한 가지 남아 있는 희망은 모든 것이 파괴되고 식량 부족과 안전에 대한 불신으로 휴머니즘을 완전히 잃을 만큼 이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완전히 잠식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천만 다행이랄까?


하지만 앞으로 이보다 더 심각하고 통제불가한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난다면 영화에서만 보던 상황이 현실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암울하였다. 가끔씩 날마다 마스크를 쓰고 바이러스 감염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마치 영화에서만 상상하던 미래 사회보다 더 비현실적이고 극적인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두 아이가 당당하게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맞서 싸우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든 현실에서든 을 위한 선택은 단 하나이며 바이러스든 괴물이든 요과이든 결국은 용감하게 나서서 싸워 이길 수 밖에는 없다. 장렬하게 전사할지라도.


영화가 끝나고 모든 것을 내려 놓은 후 어머니께 답문을 보냈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한다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는 마셔라.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저도 죄송하다.' 는 취지로 문자를 보냈다.


성적을 못 올린 대역 죄인인가. 몇 개월만에 성적이 급향상 되리라 기대하는것도 인내심이 부족하고 이치에 맞는 일은 아니지만 사회성이 있는 인간이니 예의상 또 사과성 멘트를 남겨야만 할 것 같았다. 이로써 여름 방학이 곧 시작될 것이고 새로운 수업이 언제나처럼 어김없이 예고도 없이 찾아오리니 실망할 필요는 없다.


문자 통보에 마음이 상하였다고 투덜대었지만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아서 다음 주부터 또 새로운 수업이 시작되었다. 때로는 인간의 결연하고 굳건한 의지에 상관 없이 시작될 것은 시작되고 끝날 것은 끝난다. 보내야 할 것은 보내야 한다. 과외이든 바이러스이든 외계인이든 바이바이.

에라~~모르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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