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전쟁과 마음에 평화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by 사각사각

삼복 더위가 계속 되고 있다. 에어컨을 삼 십도에 맞춰 놓고 애써 잠을 청한다. 몇 시간이나 잤을까 한기를 느끼며 잠에서 번뜩 깬다. 추우니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다시 비몽사몽 잠에 빠진다. 이번에는 더위에 눌려서 다시 잠에서 깬다. 이런 더위와 추위의 파도를 타는 불안정한 수면 생활의 반복.


주차 문제는 한달 여를 잠잠하다가 다시 반복되었다. 새로 이사 온 나이 지긋하신 남자 분도 7~8인승은 되는 듯한 거대한 차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한달 정도는 주차를 하지 않았으나 어느 날 내 자리에 다시 떡 하니 주차를 해 놓으셨다. 다시 집주인과 이사 온 분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을 하였다. 이런 사태는 이 분이 이사오기 전에 네 달을 지겹게 겪었으므로 분명히 안 봐도 예상이 되는 일이었다. 집주인에게 이 집 앞에 분명히 네 자리 밖에 주차가 안된다고 네 달동안 주구장창 전화와 메세지를 보냈건만 또 차가 번듯하게 있는 사람과 계약을 한 것이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주민끼리 대화하고 양보하여 평화롭게 해결을 하라나 뭐라나? 양심이 어디 안드로메다쯤으로 가출한 집주인인지 심히 궁금하다. 주민들과 다정하게도 카톡 단체방을 운영하시면서 진정성 있고 합리적인 배려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다.


아~단호하게 문자를 보낸 이후로 이층 남자분은 다시 밤 늦게 꼴찌로 귀가하는 내 자리를 비워놓으셨다. 다시 평온한 평화의 무드로 돌아가긴 하였다. 하지만 언제 깨어질 지 모르는 잠정적인 평화 협정이다. 협정이라기엔 '내 자리로 배정 받았으니 자리를 비켜주시고 집주인과 이야기 해보시오.' 하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한 것이지만. 그 전엔 허탈하게 웃으며 부탁을 하였으니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뿐이다. 나아~참 이 구차한 주차 문제로만 쓴 글이 대여섯 편은 족히 되는 듯.


수업이 끝나고 다음 수업까지 두 시간 여 시간이 비어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이 시간이 참으로 고요하고 좋다. 공적인 공간에서 지극히 사적인 나의 마음으로 가는 호젓한 길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고 머리 속은 새롭게 들어오는 신선한 활자에 온전하게 집중이 되는 시간. 세상 걱정이나 하찮은 주차 문제 따위는 비집고 들어올 공간이 없다.


하지만 인간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책이 가상의 공간이라면 주차는 날마다 마주하는 현실의 문제이다. 언제든 불거질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째깍째깍 소리가 나는 시한 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상태. 때때로 마음 속에서 가라앉았던 화가 불끈 머리를 들고 허공에 대고 울분에 찬 혼잣말을 중얼거리게 된다. 싸이코 모노 드라마의 한 장면인가?


이 주차 문제는 어디로 흘러갈 지 아직 모르겠다. 끝까지 해결이 안된다면 바람 부는 어느 계절이 오면 홀연히 짐을 싸서 주차 공간이 완전하게 확보된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화두로 주차라는 단어를 꺼내들고 싶지 않다. 내 평생에 이리도 주차로 골머리를 썩어본 적이 없건만. 인생은 참 아무리 대비를 한다고 해도 앞으로 닥칠 일을 모를 수가 있다. 어쨌든 주차는 집을 고를 때 중요한 기준으로 각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사라는 무더위보다도 공포스러운 단어는 고이 접어 넣어두고 일단 버텨야 할 때. 잠도 못 이루는 더위에 이사라니 적과 싸워보지도 못하고 장렬하게 전사할 판이다. 인생은 버티는 것이라고 하였으니! '버티다 보면 즐길 때도 있고 하는 것이겠지.'하며 한밤의 더위처럼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평화를 꼭 붙들어둔다.

독서와 평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