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수업을 두개 하고 다음 수업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간밤에 잠을 심하게 설친 관계로 집에 가서 좀 쉬다가 나오려고 했다. 자다가 더워서 깼다가 에어콘을 켜고 다시 잠을 이루면 추워서 깼다가 무한반복. 온도에도 민감한 변덕스러운 인간이다. 인공지능 로봇처럼 몸의 온도가 자동으로 조절되면 참 좋을 텐데. 집에 왔는데 시간이 별로 안 남아서 밥까지 허둥지둥 알차게 챙겨먹고 나와서 과외하는 학생의 집 인터폰을 눌렀는데 응답이 없었다. 아~기분이 묘하게 쌔하고 이상하다. 다시 확인해보니 한 시간이나 빨리 온 것이었다. 아~~~×100 억울하다 억울해. 시계를 잘못 본건가 졸려서 비몽사몽하다가 꿈속에서 튀쳐나온 건가.
별 수 없이 카페행이다. 동네 빵집에 들어와서 한 시간을 꿋꿋하게 버티면 되지. 아~딱 한 시간만 자고 나왔더라면 가뿐한 저녁수업을 하는데에 금상첨화였을텐데. 이 상황에서 누구를 탓하리오. 쓰디 쓴 아메리카노로 정신을 깨워서 몇 시간을 더 버텨내야 한다. 카페인 때문에 또 밤잠을 설칠까봐 가능한 오후 늦게는 안 마시려 하나 잠이 부족한 몸이 카페인이라도 공급하라고 아니면 파업을 하겠다며 아우성을 쳤다. '그래 그래~조금만 더 참으렴.'
드디어 다음 주에는 코로나 백신을 신청할 날이 기다리고 있다. 무사히 선착순으로 예약이 잘 되어야 할텐데. 코로나에 걸려도 아직 죽을 운명은 아닌 것 같으나 혹시라도 학생들에게 전염이라도 시킬까봐 얼른 맞고 당당하게 백신을 맞았다고 선언을 해야 할 것 같다. 별일 없이 예약이 되고 주사를 맞고도 잘 버텨내야 할텐데. 이래저래 '~텐데.'로 끝나는 문장만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어떤 지인분이 말씀하시길 바이러스는 숙주를 죽이려고 하지 않는 본능이 있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셨다. 이 분이 고급 학습자들 때문에 <사피엔스> 같은 책을 원서로 읽으시기 때문에 왠지 신뢰가 갔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몸에서 기생하여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인간이 죽으면 같이 죽게 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는 이론이다. 바이러스의 지능이 그 정도로 높기만을 바랄뿐! (바이러스야~ 살려만 다오) 상당히 유식하게 들려서 일부 공감은 하였으나 면역력이 낮으면 어쩔 수가 없고 뭐~만인이 바이러스 감염을 두려워하고 있으니 지금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이다. 영국은 코로나는 독감과 같다며 마스크도 이제 안쓰고 다녀도 된다고 선언하였는데. 앞으로도 계속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면 그렇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도 또 하나의 해결책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로 인해 나의 과외 생활은 오히려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아마도 학원에 가지 못하고 대면 수업을 못하면 일대일 과외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엄청나게 숫자가 폭발하지는 않으나 꾸준이 늘어나는 편이다. 음~하나가 끝나면 하나가 들어오고 숫자는 항상 파도를 타고 있으나. 인생이 어차피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는 것 아닌가.
놀러다니지 못할 바에야 일이나 열심히 할까? 얌체 같이 코로나 특수를 노리는 건가. 사실 현재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늙어가는 부실한 몸의 눈치를 슬슬 보게 된다. 내 몸아~나중에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들로 산으로 외국으로 놀러다니게 해줄테니 잠자코 묵묵하게 일하는게 어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