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의 루틴

엄마와의 산책

by 사각사각

갈비탕을 든든하게 먹고 언제나처럼 산책에 나섰다. 벌써 몇 달째 계속되는 루틴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요일 수업을 마치고 엄마의 집으로 향한다. 하루 밤을 자고 다음 날 점심을 함께 먹고 산책을 한다. 엄마는 참 무던하다. 갈비탕이 벌써 몇 달째인가 질리지도 않는 지 일주일에 한번씩 갈비탕을 먹으러 간다니. 갈비탕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효녀가 되어 까다로운 엄마의 입맛에 맞춰 드리고 싶다. 언젠가 이 시간을 함께 할 수 없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 후회가 없도록 말이다.


꽃샘 추위가 찾아왔으나 오후 햇볕은 따뜻하기만 하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늘 봄기운이 완연한 삼월 말에는 눈발이 날리면서 겨울 추위가 반짝 찾아왔었다. 겨울이 심술을 부리듯 부르르 한번 몸을 떨고 고개를 홱 돌리고 물러가는 것처럼. '아쉽겠지만 겨울아~ 이제 자리를 내주고 물러가려무나. 우리도 겨우내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봄과 함께 피어나야 한다.'


엄마는 운동도 열심히 하신다. 다리 근육이 부족하고 살이 빠지신다고 하여 운동 기구를 같이 해보기로 했다. 신이 나셔서 공원 여기저기에 있는 각종 운동기구를 섭렵하신다. 엄마가 이리도 운동 기구에 열심인 줄 미처 몰랐다. 날마다 단련이 되신 듯 곳곳에 비치된 운동기구를 찾아 가볍게 날듯이 움직이셨다 '엄마, 진짜 잘하네.' 하고 연신 칭찬인지 감탄이지를 연발하였다. 느릿느릿 운동기구에 오르는 순간도 있지만 납렵한 몸놀림이 78세 할머니라고 여겨지지 않아서이다.


공원에서 '오금 펴기'라는 운동기구를 가르쳐 드렸다. 한번은 내가 기구쪽으로 다가가자 할머님 한분이 바람같이 얼른 뛰어와서 자리를 맡으셨다. 냉큼 비키라는 냉엄한 눈빛을 보고 깨갱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순서를 계속 노리면서 기다리셨을 테니 어리디 어린 내가 비켜드릴 수 밖에는.

궁시렁거리면서 다시 산책길을 걷다가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엄마에게 사용법을 알려드렸다. 다리에 힘을 주고 하나 둘 하나 둘 폈다 오므렸다 하면서 다리 근육을 키우면 된다.


다리가 튼튼하셔야 꽃 피는 봄이 오면 들로 산으로 나들이를 다니시지 않을까? 엄마는 노란 개나리 몽우리를 가리키며 "개나리 봐라."며 설레어 하시고 공원 한켠에 홍매화가 피었는데 향이 좋다고 소곤소곤 알려주신다. 아~ 어제도 봄의 첫머리에 피어난 진분홍빛 꽃에 감탄하고 향기로운 매화향이 언뜻 끝을 스쳐갔던 것 같다. 봄을 마주한 우리는 마음이 간질간질 셀렌다.


어제는 어버지의 추모관에 다녀왔다. 꽃과 편지를 써서 넣어드리고 한참 눈물이 났다. 직원분이 작은 사다리에 올라 봉인된 유리문을 열고 꽃과 편지를 넣는 내내 떠나가는 겨울처럼 소리를 죽여 울었다.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저는 좀 마음껏 울어야 겠습니다. (꺼이꺼이)너무 오래도록 아버지를 잊은 것 같아서요. 십 여년이 지나서 이제서야.'

'아버지, 저는 언제나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부디 평안하시고 우리를 굽어 살펴주세요.'


인생은 희극인지 비극인지 그 사이를 갈팡질팡 오가는 지도 모른다. 한참 내 설움에 북받쳐 울고 있는데 직원분이 유리문의 숫자를 거꾸로 하여 헤매고 계셨다.

"저.. 숫자가 똑바르지 않아요." 울면서도 정신을 차리고 알려드렸다.

울다가도 웃는게 인생인가.


아버지는 저 먼 하늘 나라에 계시지만 살아 있는 엄마와 나에게는 새봄이 오고 있다. 올해도 꽃이 피어나는 봄길을 함께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엄마를 보니 나도 어린애처럼 곱고 천진난만하게 늙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느새 웃음이 난다.

사랑합니다 어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