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요즘 티브이를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몇 년전에 갑자기 멀쩡하던 티브이가 나오지 않았어요.리모컨을 켰다 껐다 아무리 조정을 해봐도 무정한 회색빛 얼굴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머 내 친구 티브이야, 왜 이러니?'고장이 난 것 같은 데 귀찮아서 그 때부터 티브이를 보지 않기로 했어요.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헐. 전 티브이를 너무나 사랑하는 인간이었거든요.
지금보다도 신경이 훨씬 더 예민하던 시절, 퇴근을 해서 돌아오면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루 종일 애들이랑 화기애애한 대화를 하다보면 말도 하기 싫어져요. 언젠가 제가 학교에서 극도로 말하기 싫어서 직업에 회의가 왔었던 일화 말씀드렸던가요? 학교란 가지각색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거든요. 수업, 대화, 설득, 수업, 앙탈, 억지, 수업, 싸움, 소음 ×100 등등.
집에 오면 저녁을 챙겨먹고 소파에 비스듬이 드러누워 티브이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어요. 티브이란 바보상자든 뭐든 참 재미납니다.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 상자인건가요?
저는 티브이를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전원을 끄고 얌전히무표정으로 앉아있는 티브이는 아무 잘못이 없어요. 다만 깨어나자마자 너무 매력적인 녀석이에요. 한번 마주보기 시작하면 세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고요. 한참 멍 때리고 깔깔대면서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마주치다가 스르르 곤한 잠에 빠져들기에도 참 훌륭한 친구이예요.
티브이와 강제 이별을 한 후에는(미니멀 라이프도 돈 없어서 강제로 시작했건만) 시간이 남아돕니다. 원래도 단촐한 삶이라 그다지 바쁠 일은 없으나 집안이 그야말로 고요뿐이네요. 물론 유투브를 보긴 하지만 유투브는 또 핸드폰 화면이 작으니 그렇게 몰입이 되진 않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글을 쓸 시간이 없으시다면 티브이를 치워보세요. 잃어버렸던 하루 세 시간을 기적처럼 선물받게 되실겁니다. 참으로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네요.
쓰는 일도 습관인 것 같습니다. 매일 틈나는 대로 쓰기 시작하면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돼요. 쓰기와 연애를 한다고 생각하시고 사랑에 빠진 것처럼 매일 만나는 겁니다. 대화할 사람이 없고 적막뿐이라면, 혹은 무료한 오후에 카페에 혼자 가셨거나, 마음 속에 화가 끓어오르신다면, 낮이나 밤이나 마음이 공허할 때, 핸드폰을 켜시고 글을 쓰기 시작하시면 됩니다.
결국은 외로운 자가 글을 쓰는 거군요. 훌쩍.
자, 눈물 닦으시고 저기 아리따운 글이 말을 걸어오네요. 오늘도 넌 혼자로구나. 어디 네가 하고 싶은 말을 나에게 다 해보렴. 자, 언제까지고 네끊이지 않는, 천일야화 같은 이야기를 들어줄게. 이야기가 끊어지면 죽는거다. 어디시작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