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스스로의 깨달음을 믿어주고, 현실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을 받아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어렸을 때는 디자인을 하고 미술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요, 부모님께서는 미술 공부는 취미로 하는 거지 공부나 하라고 하셔서 그냥 인문계를 갔어요.
사실 제가 지금 하는 일이 굉장히 개념적인 사고력 하고, 그걸 눈으로 보고 시각적으로 예쁘게 만들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다시 또 그걸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도 같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딱 인문학과 예술적 감각이 합쳐져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예체능계, 인문계, 이공계를 고등학교 때 딱 가르잖아요. 그리고 예체능계가 아니면 절대 미대를 가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보니까, 게다가 저는 문과 계통이어서 선생님과 상담할 때 이렇게 진로를 가지고 대학을 가는 게 가지 않겠느냐 또 하다 보니까, 고등학교 때까지 저는 말을 잘 들어서 대학까지 온 거예요.
그러다 한 때 불문과에서 프랑스로다 같이 언어 연수를 가는데, 아버지께서 그렇게 다 애들 가는데 가면 공부가 절대 안 되니까 ‘쪼르’라는데 너 혼자 가있어야 된다고 하셔서 저 멀리 처음 혼자 보내졌어요. 당시 저는 한 살 빠르게 입학을 했는데요, 18살 때인가 프랑스에 처음 혼자 간 거죠.
걔네는 빵 시옹이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거기 가족들이랑 같이 지내면서 어학원 다니고 이러는 게 있었는데요, 보니까 제가 학교에서 배우는 책이 그 집 딸내미, 아들내미 5살짜리가 배우는 거랑 똑같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 죽어도 이걸 10년을 공부해도, 저 아이들이 10년 공부하는 거랑 차원이 다를 텐데 제가 불어불문과를 공부하고 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던 차에, 태국에서 온 여자 친구를 만났어요. 태국 이슬람 계통 쪽 종교를 믿는 집안이었는지, 자기는 태국에서 가출을 해서 미술 공부를 하러 프랑스로 왔다는 거예요. 그때 이 친구랑 얘기하는데, 너는 바보같이 미술을 하고 싶으면, 미술을 하는 거지, 미술을 못 했기 때문에 미술을 한 화가들이 가장 많았던 프랑스에 와서 미술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라고 그러기도 했죠.
대학교를 못 가게 하셨을 뿐이지 그래도 아버지가 국민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계속 미술을 그리게는 해주셨었거든요? 그래서 그다음 해에는 여름이 되어서, 미술 관련한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아버지께서 막 또 찾아보시더니 그럼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이어야지 다른 데는 안 된다고 하셔서, 가서 하긴 했는데 그런 적은 처음이었어요.
한국에서 학교 다니면서 미술공부를 하다가 화실도 갔다가 했지, 미술만 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해보니까, 6주를 밤을 새우며, 잠을 안 자고 그렇게 일을 해도 그렇게 행복한 걸 처음 느꼈어요. 그리고 내가 다시 와서 불어 공부를 할 생각을 하자니, 발쟈크 등등을 생각만 해도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휴학을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잘 말씀을 드렸어요. 사실 싫어하셨는데, 할머니께 말씀을 드린 게 계기가 되었어요.
사실 할머니께서 너무 미술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할머니의 아버지께서 못 하게 하셨대요. 그런데 할머니가 아기를 7명을 다 낳으시고 미술 공부를 시작하셨거든요. 그런데 사실 고모들도 다 미술 쪽을 하세요. 그런데 저만 우리 아버지가 못 하게 하셨으니까, 제가 할머니께 말씀을 드리니 할머니께서 딱 아버지한테 전화를 하셔서, 내가 너 어려서 클 때 뭐 해라 뭐하지 마라 한 적이 없는데, 걔도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게 두어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그래서 미술로 바꿀 수 있었어요.
그때는 참 역경을 딛고 뭐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버지 덕분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인문학적인 능력과 글 쓰고 책을 읽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려서 정말 책을 읽는 걸 너무너무 좋아했었거든요. 불문과 갔을 때 막 싫어서 간 건 아니고요, 내가 이렇게 해서 글을 쓸 수도 있고, 번역을 할 수도 있고 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인문학적인 배경과 미술 관련했던 게 있어서 Creative Direction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실 Creative Direction은 인문적인 콘셉트를 만들고 그 콘셉트를 비주얼로 바꾸고 비주얼 한 걸 다시 커뮤니케이션이 되게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아버지 덕분에 Creative Director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미술만 공부를 했더라면 Designer로 남아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냥 다른 공부들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고, 분석적인 사고력,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던지, Creative Directing이랑 브랜딩을 만드는 건 어떤 브랜드에 퍼스날 리티랑 내러티브를 집어넣는 거거든요. 그리고 사실 이건 인문적인 배경에서 오는 거기 때문에, 그리고 사실 지금 4팀 안에 에디토리얼 팀이 항상 같이 있을 수 있는 게 그 덕분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