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나는 롤모델들을 끊임없이 찾아. 그러다가 싱가포르에 오게 되었어.”
프리양카는 인도!에서 온 제 하우스 메이트였습니다. 구릿빛 피부에 크고 까만 눈이 깊고, 그 위를 덮은 속눈썹이 길고 촘촘해서, 눈빛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게 하는 작고 예쁜 여자 친구였지요. 저희 아파트에는 총 6명이 함께 살았는데, 제가 처음으로 도착해서 아무도 없는 휘휘한 방을 오 예, 내 차지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어느 날 누가 샤워실에서 몸을 씻고 있는 거에요? 그 때 맨 처음 마주친 친구가 바로 프리양카였습니다.
그렇게 서로 놀라워하며 친해지고 난 후 어느 날 물어보니, 이 친구가 싱가포르에 온 이유가 아주 독특한 거에요. 인도는 계급도 많고, 전통 문화가 굉장히 강하며, 가족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오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사실 여자 아이가 해외에 나가서 공부한다는 생각 자체는 할 수가 없다 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여자 아이이기 때문에'요. 프리양카의 가족이 비교적 개방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서 유학을 하고 싶었던 프리양카의 사촌 누이는 싱가포르로 오지 못했습니다. 싱가포르의 좋은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여자 아이이기 때문에 친척들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리양카 집안에서는 프리양카가 타국 땅을 밟아 본 ‘첫 여자아이’였습니다.
그럼 프리양카는 어떻게 했길래 해외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바로 거래를 했기 때문인데요, 가족에게 한 달의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면 ‘결혼’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인도에서는 문화적으로 24살이 넘으면 여자 나이가 많다는 눈치를 주는 게 있어서, 그 시기를 놓치면 선자리가 들어오지 않아서 아주 늦게 결혼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미 24살인 프리양카에게는 외국에서 공부를 해보고픈 로망이 있어도 인생에 있어서 더 큰 결정과 함께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거지요.
저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혼 적령기 뿐만 아니라 결혼해야 하는 과정도 불평등적이었거든요! 선자리에 나가서 딱 한 번 만나고 결혼을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남자 쪽에서는 상대방을 거절을 할 수 있지만 여자 쪽에서는 거절할 수 없다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여자가 너무 많이 거절을 당하면, 소문이 나서 아예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했지요. 대체 어떻게 한 번 만나본 사람과 결혼을 하겠다 안 하겠다 판단할 수 있죠? 결혼은 평생 함께를 생각하는 건데요! 저는 적잖이 충격을 받으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프리양카는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문화적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결정을 존중한다’고요. 그리고 그런 프리양카는 이제 한 달 간의 수업 후에 또 새로운 꿈을 꿉니다. 바로 싱가포르로 돌아와서 일하게 되는 꿈을 꾸는 것이지요. 스물 네살이었지만 프리양카는 이미 인도의 글로벌 PR기업에서 일해본 경험도 있었고,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쪽으로 석사도 있었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인도와 같이 우리가 살아온 환경과 판이하게 다른 환경에서 자란 프리양카가 이렇게 글로벌한 꿈을 꾸게 될 수 있었을까요? 저는 그 비결이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프리양카, 너는 어떻게 네 꿈들을 찾고 이렇게 인도 밖으로 뛰쳐 나올 수 있었어?”
돌아온 대답은 이랬습니다.
“나는 책을 정말 많이 읽어. 그리고 책을 읽는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카페에 가서 읽든 집에서 읽든 책 속의 캐릭터들과 교감할 수 있을 때 제일 행복하고, 책 속에서 롤모델을 찾아. 그리고 그 롤모델들을 보고 꿈을 꿀 수 있었어.”
그래요. 아무리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책을 펼쳐볼 여력은 있지요. 우리는 롤모델을 찾을 수 있어요. 프리양카처럼 주변에 아무도 해외 유학을 가는 케이스가 없다고 해도, 또 심지어는 결혼을 약속하고 해외로 나와야하는 엄청난 조건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책을 통해 롤모델을 찾을 수 있어요.’
프리양카에게 추천 책을 물었더니, 여러 책 중에서도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과 루이스 L.헤이의 Gratitude(감사)를 좋아한다고 했는데요, 이렇게 좋아하는 책을 정해두든지, 끊임없이 책을 읽으면서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 캐릭터들을 발견하든지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또 어렵겠지만 여러분이 계신 그 자리에서 여러분 자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다음은 <김현정의 뉴스쇼>를 운영하고 계신 김현정 PD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롤모델은 없었어요. 제 경우에는 일단 직장에 여성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제가 시작할 땐 전부 남성이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SBS에서도 여성 진행자가 그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고, 또 이제는 낮에 하는 시사 프로그램 몇 개도 여성들이 진행합니다. 한 사람이 나서서 길을 만들어 주면 뒤이어 온다는 얘기에요. 저는 솔직히 롤모델이 없어서 힘들었지만, 여러분 분야에서는 꼭 한 명씩 롤모델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만일 없다면 여러분이 그 주인공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또 요즘은 여대 외에도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공간, 오픈 채팅방, 세미나, 스터디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요. 제가 알고 있는 그룹만해도, 걸스인텍, 스여일삶, 헤이조이스 등의 온오프라인 공간들이 있죠. 그리고 온오프믹스, 이벤터스 등에서도 다양한 세미나를 골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는 유투브와 구글이라는 무료 나눔 공간이 있어서 듣고 싶은 주제에 대해 얼마든지, 언제든지 검색하고 구독해볼 수 있어요. MOOC, Udemy, Linda닷컴 등의 무료, 유료 교육 사이트도 참고하실 수 있구요.
1) 우선 걸스인텍(페이스북 페이지)은 디자인, 공학 등 테크놀로지 분야로 묶을 수 있는 커다란 분야에 종사하거나, 종사하고 싶은 학생들, 커리어 우먼 등을 위한 글로벌 비영리 단체에요.
페이지 소개에 따르면 "글로벌 비영리단체로 테크분야의 여성 리더쉽 양성 비전하에 부트캠프, 세미나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로 소개 되고 있어요.
오픈 채팅방도 있어서, 가입하여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스여일삶(페이스북 페이지)은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의 줄임말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거나, 일하고 싶은 여성들과 그들의 일과 삶, 고민과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에요.
페이스북 페이지 정보를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일했거나, 일하고 싶은 여성들이 모여 일과 삶을 이야기하는 커뮤니티입니다. 스여일삶은 스타트업 여성들을 연결하고 힘을 복돋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강해 지는 데에 일조한다는 비전을 가진 커뮤니티로, 온-오프라인을 통한 다양한 활동을 인정 받아 2018년 페이스북에서 선정한 전세계 100대 우수 커뮤니티에 대한민국 유일로 지원 받게 되었습니다. 변화는 여성끼리'만' 연대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에서 현재 근무하지 않아도, 남성이어도, 창업가가 아니어도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에 관심 있는 누구나 가입 신청할 수 있습니다."
느슨한 연대의 힘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스타트업 초년생들을 위한 각종 강의나 모임 등에 관한 정보가 자주 올라와서, 꼭 스타트업에 바로 조인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이 궁금하다면 얼마든지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어요.
3) 마지막으로 헤이조이스(페이스북 페이지)는 유료 커뮤니티이긴 하지만, 일하는 여자들의 멤버십 커뮤니티에요. 정기적으로 각자의 분야를 개척해오신 여성 연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열기도 하고, 평일에는 멤버들이 편안하게 쉬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교류도 할 수 있도록 멤버십 기반으로 공간을 제공해주기도 해요. "가슴 뛰는 프로그램, 안락한 아지트로 여성의 성장, 연대, 자기다운 삶을 지원하고 지지합니다"가 모토인데, 홈페이지는 이 곳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어요.
또 멤버 그룹을 인스파이러와 멤버라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자연스레 롤모델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주는데요, 여성 리더들의 인터뷰와 헤이조이스에 등록되어 문제 해결 도우미로 활동 중이신 여성 멤버 펠로우에는 어떤 분들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