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IBM Korea 디지털 세일즈/소셜마케팅 스페셜리스트 이아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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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근육
#지향하는 가치
#행복이 뭘까요?
#인터뷰를 마치며
UC 버클리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의 얘기예요. 저는 외국에서는 한국 학생들이 똑똑하고 빠릿빠릿한데 과연 그러면 외국에서 외국애들이랑 같이 공부를 했을 때에도 그런지, 외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외국 학생들이 괜히 더 똑똑해 보이는 건지 직접 비교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솔직히 저도 겁났어요. 교포도 아니고, 원어 민도 아니라서 영어가 그들만큼 능숙하지는 않았죠. 그래도 결국 공부하면서는 두 가지를 배웠어요. 한국 학생들도 진짜 똑똑해요. 하지만, 외국 학생들도 진짜 똑똑한데요, 똑똑함의 정의가 달라요. 생각의 근육이라는 차원에서 외국애들이 정말 뛰어나요.
제가 UC 버클리에서 공부를 하고, IBM에서 외국분들과 일하면서 느낀 거예요. 한국분들이 주어진 걸 빨리 소화해내는 건 잘 하는데, 생각의 근육은 좀 부족한 것 같다는 거였어요. 한국분들도 자부심을 느껴도 될 정도로 일 처리도 잘 하고, 머리가 좋고 그래요. 그런데 외국애들이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생각의 근육이 좀 부족한 것 같은데 그게 뭐냐면, 우리는 주입식 교육을 받아서 한 사고에 갇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친구들은 다각도로 생각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는 거죠.
외국애들은 토론을 진짜 많이 해요. 그러니까 이러면 이래야 돼 이렇게 제한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토론을 많이 연습을 하고, 예를 들어 내 주위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고, 원래 저러니까라고 넘기지 말고, 왜 저래야 하는데? 하면서 생각의 근육을 많이 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의문점을 항상 제기하는 것. 지금 이런 프로젝트 같은 거에 적용을 해보자면, 브런치에 올릴 수도 있겠지만, 다른 플랫폼을 활용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다양하게 생각해 보는 것. 또는 이 프로젝트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또 생각을 해 봐요. 제가 말하는 생각의 근육은 그런 의미였어요. 그렇게 자신만의 생각하는 힘이 쌓이면 내공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매우 중요시 여겨요. 다양한 사람, 사고, 인생 등 다양함에서 저는 영감을 얻고 또 동기부여를 얻거든요. 가끔 다양함에서 오는 갈등도 있지만 그걸 넘어서면 훨씬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는 걸 경험하게 되고 다양성을 더욱 중요시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제 삶에도 적용해서 제 삶을 흰 도화지로 표현한다면, 한 개의 색으로 진하게 칠하기보다 여러 가지 색을 칠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그래서 제 스펙트럼이 어디까지인지, 제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색은 몇 가지인지 계속 찾아가고 싶어요.
행복을 예전엔 정의하려고 해봤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을 정의할수록 불행해지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행복을 계속 정의하지 못할 것 같아요. 행복은 정의할 수 있는 어떤 결과물이 아니라 계속 하루하루 더 나아지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재미나게 삶을 채워나가는 과정 속에서 발견하는 순간들이라고 생각해서요. 비록 정의할 수는 없지만 제 행복에 꼭 필요한 것은 가족과 건강. 이 두 가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아롬님과 스카이프 통화를 마치니, 긍정적이지만 현실적인 조언들로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다.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중심이 잡혀계신 분이어서 멋지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나를 공부하라'시던 말씀이었다. 공부에 왕도가 없듯 ‘나’를 공부하는 때에도 늦은 때는 없을 테니까.
행복도 정의할 수 없는 결과물이라는 의견도 좋았다. 우리 모두 과정에 속한 사람들이며, 과정 속에서 찾는 순간들이 다 행복아닐까. 또 울끈불끈 생각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나를 포함하여) 더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Michelle's Note
어려서부터 마음의 소리를 따라 직업도 물 흐르듯 순탄하게 잘 고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라면서 뭘 잘 하고, 좋아하는지조차 모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직업은 ‘자아실현의 기회’보다는 ‘먹고살기 위한 방편’이 된다. 그것도 자신에게 맞기만 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직업을 찾기도 전에 많은 이들이 진로 자체를 고민하며 방황한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사회라는 정글에 뛰어들다 보니, 일을 하다 말고 방황하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내 본질만 몰라서 방황하지는 않겠지만, 가끔 어렵게 기업에 입사했다가도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다. 물론 너무 멋있다. 특히 과감해 보이는 결정일 수록 나도 모르게 물개 박수를 친다. 늦게나마 더 나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는 아무나 낼 수 없다. 그럼에도 느끼는 안타까움은 대학교 내내 고민하며 선택한 직업을 왜 떠날 수밖에 없는가? 였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수능' 공부하느라 바빴다면 대학교에 와서는 '나' 공부를 더 하면 좀 낫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 때쯤, 아롬님과의 인터뷰는 큰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동안은 ‘스펙’을 포켓몬 잡듯이 여러 종류로 모아야 구색을 갖추는 것쯤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보고 싶은 건 ‘얼마나 다양한 포켓몬 종류를 잡았니?’가 아니라, ‘그 포켓몬 잡느라 네 능력치는 얼마나 향상되었니? 또 어디, 네가 우리 회사에 오면 그 능력을 얼마나 펼칠 수 있겠니?’였다. ‘본질’이 달랐다. 또 취업을 위한 스펙뿐만이 아니다. 취업 외에 삶을 대할 때에도 내가 찾아야 하는 건 내 안의 ‘본질’이 아닐까?
우리가 봐야 할 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도, 달도 아닌 왜 그 달을 가르치는지 '이유'다. 그게 본질이기 때문에. 따라서 ‘내 본질’인 ‘왜?’를알면 어떤 쓰나미가 와도 끄떡없을 것 같다. 전문직을 가든, 취업을 하든, 바다를 건너 가든, 결국 ‘내 안의 본질’을 지키면서 세상과 줄다리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세상 모진 풍파에도 그래서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뭔데?’ 한 번쯤 자기 자신에게 물어봐 주면 좋을 것 같다. 여전히 ‘꿈’은 미스테리고,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내 안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은 등불이 되어줄 테니.
다시 한번, 통통 튀는 발랄함으로 즐겁게 인터뷰해주신 이아롬 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
* 아롬님은 지난 5월 IBM코리아를 퇴사하셨으며, 이 인터뷰 기사는 IBM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