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미셸 Michelle Jul 04. 2018

페미니즘이란 무엇일까요?

      A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아주 많았어요.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왜 불어오는지, 동물들은 왜 말을 못하는지, 정말 그렇다면 사람이랑 소통할 수 없는지, 온 세상이 신기한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실에 가면 손을 들어 마구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또 자신이 배운 것에 대해서 마음껏 말하고,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고 소통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됩니다. 


     여자 아이가 그렇게 나서면 못 써.

     '나서면 안 된다니? 나는 더 말을 많이 하고 싶은데!' 

     그러나 행여 아이는 사랑 받지 못할까봐 말을 아끼게 됩니다. 또 즐겨보는 애니메이션들에서도 아이는 왠지 모를 거리감을 느낍니다. 닮고 싶은 공주님들은 아리따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만, 헌데 그 모습들은 어딘지 여자 아이의 모습과 많이도 다릅니다. 여자 아이는 좋아하는 반에서 좋아하는 남자 친구가 생기자 왠지 계속 말을 걸고 싶은데, 애니메이션 속 공주님은 남자 주인공이 공주님을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며 기다리기만 합니다. 여자 아이의 마음 속에는 혼란이 일어납니다. 다시 공주님을 봅니다. 공주님은 왕자님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며 자기 자신을 가꾸고 있지요. 일곱 난장이와 어울리며 집안을 돌보거나, 성 안에 갇혀 바늘에 찔릴 때까지 바느질을 하고 있습니다. 또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인어 세상 밖으로 나갔지만, 좌절을 맛 봅니다.

     '나도 공주님처럼 왕자님에게 사랑받고 싶은데, 그러면 조용히 잠자코 나 자신을 가꾸면서 기다려야 하는 걸까? 왕자님이 나타날 때까지? 나서면 안 되니까?'

     아이는 내키지 않지만, "선택받기 위해," 또 "사랑 받기 위해" 마음 속에 단단한 코르셋을 입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세상에 환히 켜져 있던 호기심의 조명들은 하나둘씩 사그라듭니다.



     B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걸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책을 읽는 것도 좋고, 노래를 듣는 것도 좋았습니다. 세상 어디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들이 솟아 나는지, 세상 어디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들이 흘러오는지 화폭에 담아내고 싶었고, 악보에 새겨 넣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말이 없는 세상이어도 행복했습니다. 세상 구석구석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습니다.

     

야, 너는 계집애처럼 맨날 그림이나 그리냐? 그리고 그렇게 감성적이어서 어디에 쓰냐?

     계집애처럼 그림이나 그린다니! 계집애 같다는 건 뭐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 놀림을 받을만한 일이라니? 남자 아이의 마음 속은 혼란스러워 집니다. 게다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갈수록 놀림은 심해집니다. 풍부한 감수성을 드러낼 수도 없고, 드러내면 "약해 보인다"는 말 때문에 마음 속 깊이 빗장을 겁니다.

     '나도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싶고, 나도 때로는 울고 싶은데, 이 답답한 감정은 뭘까?'

     남자아이는 자라서, 더 강해져야 한다는 말만을 듣습니다.

     "에이~ 남자가 이것도 못 해?," "야 무슨 남자가 그렇게 눈물이 많냐?"

     아이는 또 내키지 않았지만, "관심 받기 위해," 또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을 가리고 숨기는 법을 터득합니다. 더 강해지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함께 놀리고, 여자 아이 같다고 놀림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던 그림을 포기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니까요. 그렇게 다채롭던 영혼의 빛은 차차 수그러듭니다.




    위의 두 가지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는 제 어렸을 때를 떠올리며 써 본 글이고, 두 번째 글은 ‘반 고흐’의 삶에 영감을 받아 써본 짤막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두 이야기 다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성별’이라는 코르셋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만한 문제 아닐까요? 그리고 그 코르셋을 벗어 던지기만 한다면, 우리 모두는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저도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왜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할리우드에서부터 시작 되어야 한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심지어 제가 인터뷰이 분들을 인터뷰할 때 던지고 다닌 첫 질문은 이랬습니다. 


    ‘여성’이어서 혹은 ‘동양인 여성’이어서 직장 내 불평등을 느낀 적은 없나요?


    물론 저는 앞으로 제가 일하게 될 업무 현장이니, 그 현장에서의 불편함과 해결점을 미리 여쭙고자 했지만, 제 질문은 반쪽 짜리 질문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불평등을 느낄 수도 있는 건 비단 ‘여성’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저는 이제 여성들의 불편과 피해 사례에서 더 나아가, 여성과 남성, 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성별 모두가 페미니즘의 주체이자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모두가 페미니즘의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더 나은 세상이 된다는 것도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페미니즘이란 무엇일까요?


    ‘여성주의’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개념일까요?

    

    페미니즘의 사전적 정의를 우선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페미니스트 :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페미니즘 : 정치적, 사회적 운동과 이념에 속하며 정치, 경제, 개인, 사회 전반의 성평등을 실현하고 정의하는데 목적을 둔다. 페미니즘은 계급, 인종, 종족, 능력, 성적 지향, 지리적 위치, 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을 의미한다. -위키백과-


    또 <나의 페미니즘 레시피>에서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이자 아시아 여성학 센터 소장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내리기도 하셨습니다.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편협한 이념이 아니다. 여성주의는 여성의 시각에서 역사 사회 문화를 분석하는 것이지만 이는 가족, 사회, 나아가 다른 생명체 및 생태계와 어떤 관계를 구성하는가 하는 질문들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이 성별에만 관심을 두는, 특히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편협한 이념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면 페미니즘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존재라는 믿음이 페미니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미니즘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만일 당신이 모든 성별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다면, 당신도 페미니스트입니다. 그리고 그 평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경우에 정의를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도 페미니스트입니다. 쉽게 말해 ‘성별’의 측면에서 ‘정의와 평등’의 편에 있다면 그런 당신은 페미니스트입니다.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이 ‘페미니즘’에 포함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책에 그녀는 이렇게 페미니스트를 정의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여자든 남자든, 그 밖에 어떤 성별이 되었든,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그럴 힘이 있습니다.



* 오늘의 생각해볼 문제

    여러분 마음 속에 ‘성별 역할’이 있나요?

    여러분 마음 속의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왜 우리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해야하는 걸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더 멀리 본다면 어떤 점들이 좋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