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garden Feb 12. 2020

지금 이 순간을 붙들다

너를 내 삶에 안으니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감기가 유행이다. 춥고 메마른 공기는 특정 바이러스가 이동하기에 최적인 환경을 만들고 우리는 그것의 숙주가 되어 몸 앓이를 한다. 6세인 작은 아들은 그제부터 기침을 하고 열이 식는다고 그러는지 머리에 땀을 흘리며 잠을 잔다. 자기 전에 아들의 땀을 살짝 닦아주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얼굴색과 기침소리를 살피고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춘다. 아이의 냄새. 나를 곧잘 행복하게 하는 냄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의 숨소리를 듣는다. 가래소리가 어제보다 더 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다행히 오늘부터는 처방받아온 다른 항생제를 쓸 수 있어 약간의 기대감을 가진다. 이걸 먹으면 가래소리가 나아지고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될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는 굉장히 작게 태어났다. 만 2세가 되기 전까지는 폐가 정말 약했다. 모세기관지염, 폐렴으로 입원했고, 따뜻한 나라로 이주해서는 잘 지내는 듯했지만, 호텔만 다녀오면 늘 감기에 걸렸다. 호흡기가 약한 아이. 그의 숨소리만 들어도 상태가 짐작이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면, 이게 37도 대의 미열인지, 38도대인지, 39도 대인지가 감지가 됐다. 그런 나를 어떤 의사는 비웃었지만, 어느 정도 매서운 감각을 장착하게 됐다. 없던 능력을 가지게 해 준 아이. 그 아이가 잘 커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면역력이 강해진다. 유리 면역력이었던 그가 처음 상태에 비해 점차 강한 보호체계를 장착해 간다고 할까.


아이는 가끔 나에게 부탁한다.


엄마, 나 괴롭혀 줘.


짓궂은 장난을 쳐달라는 말이다. 그럼 나는 누구 아들이냐고 예정된 질문을 하고, 아이는 엄마 아들, 아빠 아들, 형아 동생이라는 모법답안 대신, 엄마 아들, 형아 아들, 아빠 동생 등의 틀린 답을 내놓고 나는 벌칙을 준답시고 아들 얼굴을 비비며 뽀뽀를 다. 발을 먹겠다고 발가락을 깨물기도 하고 그러다 실수로 냄새를 맡고 기절하는 시늉을 한다. 아이는 까르르 자지러지게 웃겨 재끼고 다시, 다시 처음부터 예정된 순서대로 놀이를 하자고 한다.


오늘 아침에 유치원 원복을 입히기 전. 내의를 먼저 입혔다 발이 쏙 빠져나오는 모습에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내의 끝에 머문 아이의 발이 마냥 귀여운 나는 그것을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나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막 태어난 아이들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눈물이 나고, 예능 프로를 보며 남들이 웃는 장면에서도 무엇이 느껴지는지 울게 되고, 남녀의 선자리에서 주고받는 대화를 보며 젊은 현대인의 살이가 고달프게 느껴져 울기도 한다. 세월이 나에게 안겨준 선물들이다. 그것을 붙잡고 싶어, 기억하고 싶어 늘도 사진을 찍거나 아니면 마음에 담는다.




작년 12월에 쓰고 지금(2월)에서야 발행합니다.
오래 글쓰기를 쉬었어요.
다시 시작해 보렵니다. 저의 소중했던 글쓰기 일상을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