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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Mar 06. 2019

킹스턴에서의 평범한 하루

데본하우스와 파티, 그리고 스파

얼마 전 Gustazos*에서 스파샵의 핫스톤 마사지와 매니 패디큐어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다. 제 가격 다 주고 다니기에는 아까워서 늘 할인하는 것을 눈여겨보다 내가 좋아하는 스파샵에서 sale을 시작하면 구입하는 편이다. 구입한 지는 꽤 되었는데 만료 날짜가 다가와 전화 예약을 하려는데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데본 하우스 Devon House에 있는 스파샵인데 이럴 수가! 먹.튀.한 거 아니야?, 일단 Gustazos 서비스 팀 연락처를 메모했다. 이게 지난주 이야기다.




토요일, 아이들이 공을 좀 차고 싶고 집 근처(컴파운드 놀이터)에만 있는 것이 답답했는지 데본 하우스를 가자고 했다. 데본하우스는 킹스턴 관광객이 밥말리 뮤지엄과 함께 꼭 가봐야 하는 머스트고 플레이스로, I SCREAM의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 공차기보다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을 테지. 간 김에 스파샵에 문이 열렸나 봤더니, 먹튀 아니고 계속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하~ 토요일에도 문을 열다니, 월부터 금까지가 서비스 시간인 걸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일이람. 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예약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핸드폰 미캐리 중이라 코드 번호도 없는데 예약을 해 주었다. 너네 연락이 너무 안 된다고 이야기한 뒤 후다닥 예약을 완료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제일 신뢰하는 곳 중 하나인데. 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기 전...




둘째가 낮잠을 자는 바람에 점심을 놓친 것이 생각나서 데본하우스에 있는 베이커리에 갔다. 인기 많고 저렴한 비프 파티 beef patty는 다 떨어지고 그나마 둘째가 새우를 좋아하는 편이라 쉬림프 파티shrimp patty를 주문해서 든든히 먹였다. 자메이카 음식 파티 patty는 빵 사이에 고기나 새우 등을 끼워 넣어 만든 음식으로 자메이카 사람들이 즐겨 먹다가 둘 중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음식이다. 제일 평범한 끼니 때우기 용 식사가 아닌가 한다.




그러고는 메인 메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갔다.


세상에나, 하하하,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친구 한 명을 만나 인사하는데 아는 사람이 줄줄이네. 그리고 내가 말했다, 내가 널 따라다니는 거지? 했더니, 아니, 내가 그러는 거 같은데... 이 대목이 자메이카 살이의 아주 중요한 대목을 말해 주는데,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에는 그다지 갈 만한 곳이 없다. 쇼핑할 곳은 더더욱 없다. 내가 스타벅스를 가면 그 친구를 자주 만났는데, 세상에나 그 날은 데본하우스에 딱 와 있는 거 있지. ㅋㅋㅋ 그래서 가는 곳마다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 농담하며 둘 다 웃음이 터졌는데, 속으로는 따분한 타향살이에 좀 씁쓸한 기분이랄까?!




데본하우스에 대해 짧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데본하우스는 자메이카 최초의 억만장자 George Stiebel이 본인의 집을 정부에 기증해 대중에게 오픈한 곳으로 맨션(메인 빌딩)과 분수대, 넓은 잔디밭으로 구성되어 있고 높은 야자수 나무와 망고 나무, 아름다운 정원은 각종 꽃들로 가득 차 있다. 플러스, 데본하우스를 방문한 방문객을 사로잡는 여러 종류의 샵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George Stiebel은 유태 독일인과 자메이카 가정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나중에 베네수엘라의 광산에 투자해 큰돈을 벌게 되었다고 한다.




아들 J는 학교에서 맨션 투어를 간 적이 있었다(J야, 네가 뭘로 보나 자메이카 문화와 가장 근접한 우리 가족의 대표주자구나). 내부 사진을 보니, 아름다운 앤틱 가구들이 볼 만했다. 9개의 방이 있다고 하고, 자메이카와 카리브해, 영국과 프랑스의 가구들로 꾸며져 있다고 하니, 멀리서 킹스턴에 여행을 온다면 맨션 투어를 한 번 해보시라고 권하고도 싶다. 작다면 작지만 자메이카에서는 분명 가장 유명한 장소가 아닐까 한다. George Stiebel의 이야기가 있고 아름다운 대지 위에 지어진 맨션, 그리고 현재는 관광객에게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충족시켜주는 샵들이 즐비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 안전한 곳이기도 하고.




무한도전팀이 4여 년 전인가 자메이카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레게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왔었는데, 페스티벌에는 참여할 수준이 못되어 유명 관광지 Rick's Cafe 절벽에서 다이빙하고 우사인 볼트 만나기를 시도하고 등으로 끝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페스티벌 참석을 갈음하고자 데본하우스에서 열린 작은 레게 콘서트에 무한도전 팀이 참석해서 몇 개의 무대를 선사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서 무대 아래에서 열심히 소리 지르고 방방 뛰며 같이 즐겼다. 지금도 하하와 스컬은 현지 밥말리의 아들 등의 아티스트와 콜라보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레게의 고장, 밥말리 스피릿으로 충만한 아티스트의 고장 자메이카! 음악성, 미술성, 심미적 혜안은 정말 인정!




우리 가족은 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거나, 탁 트인 공원에서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자메이카 현지 아이들이 생각날 때, 데본하우스에 있는 피자가게에 가고 싶을 때, 아이들의 요청에 의해 가는 편이고, 엄마인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아주 가끔씩 평일 오전 한적한 데본하우스에 들러 스파를 받기도 한다.


스파를 받고 나니 점심시간이라 데본하우스 베이커리에 들러 마이 페이보릿 shrimp patty를 샀다.


캐치볼, 축구 등 공놀이를 하기 좋았던 데본하우스. 며칠 전 작은 공으로 주고 받는 놀이를 했더니 시큐리티가 공놀이는 금지되었다고 했다. 방문객들을 위함이니 인정!


데본하우스 베이커리. 자메이카 대표음식 파티patty 와 각종 버터 케익 및 빵 등을 판매하고 있다.


쉬림프 파티 속은 이렇게 생겼다


빵 사이에 들어간 비프파티. 탄수화물 폭탄!! >.<



I SCREAM = ICECREAM. 이 사진은 예전 아이스크림 샵. 현재는 더 크게 확장해서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인기 있는지 알겠쥬?!


맨션 전체 전경을 못 찍었네. 맨션이 살짝 보이쥬?


초록이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




자메이카로 놀러 오세요. 밥말리와 레게, 파티, 저크 포크, 데본하우스의 아이스크림, 그리고 말로는 표현 못하는 아름다운 비치가 있는 곳이랍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에 사는 마미의 평범한 일기였습니다.


비치 + 자메이카의 맥주 Red Stripe = 천국이쥬


야만! 리스펙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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