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garden Jun 24. 2019

자메이카는 쑨 컴의 나라

Soon come! Jamaica's culture

*이미지 출처: gettyimages.com



쑨 컴이라니, 그 어느 나라 말인가요?!


'쑨 컴 Soon come'은  '(I'm) Coming soon'이라는 뜻으로 여기 자메이카에서 즐겨 쓰 표현이다. 둘째 아들이 프리스쿨에서 엄마를 오매불망 기다리면서 듣고 배운 첫 말이 바로 "Mommy soon come."일 정도로, 이 곳에서 굉장히 흔하게 쓰는 말이다.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곧 갈게, 좀만 기다려." 정도가 되겠다.




살고 있는 집이 지은 지 10여 년이 된 집이라, 가끔 이곳저곳 고장이 날 때가 있다. 에어컨, 개수대, 샤워기... 하다못해 냉장고 얼음 정수 필터까지... 세세한 것 까지 잔고장이 좀 있는 편이다. 자메이카에 처음 왔을 때, 플러머에게 연락을 하니 "쑨 컴, 쑨 컴." 이란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당황했는데, 주변에서 주워듣고는 '아, 곧 온다는 뜻이구나'하고 의미를 파악했다. '쑨 컴이라니 적어도 30분 안에는 온다는 말이겠거니' 했지. 그런데... 그날 나의 스케줄은 플러머를 기다리느라 다 할애를 해 버렸다.


"오 마이 갓, 플러머 아저씨여, 나의 하루를 돌려다오오오하하!"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하하, 쑨 컴에 이젠 속지 않는다구. 쑨 컴이라는 말을 듣고 나도 외출을 하게 된 경지에 이르렀다. 전화 오면 재빨리 달려가야지의 경지라고나 할까.


하하, 쑨 컴이라고? 그건 빠르면 3시간, 늦으면 하루 이틀이겠지.라고 빠르게 적응!


그런데 이게 웬 일이란 말인가!


한 번은, 플러머가 온다길래 마음을 비우고 있었더랬다. 하루, 이틀, 사흘... '아예 올 생각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 날, 한 2주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나 보다. 갑자기 누가 문을 두드린다. 그것도 저녁 7시 즈음. 이웃에 사는 친구가 잠시 들렀나 하며 문을 여니, 그 플러머가 떡 하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젠 더 이상 argu 하지 않는다. 왜? 쑨 컴의 정의를 너무 타이트하게 했던 탓이고 이제 그 의미를 조금 더 넓히면 된다. "들어와, 그때 이것 때문에 연락했었어. 좀 고쳐줘" 하고 만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조금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생겼지만, 그래도 급한 불이 떨어졌을 때는 그 쑨 컴이라는 말이 원망스럽기만 하지. 그래도 쑨 컴은 이제 빠르면 3시간에서 늦으면 2주까지 간다는 걸 경험했으니, 갑빠가 단단하고 빵빵하게 생겼다.





자메이카에 오시는 분이라면 꼭, 쑨 컴의 속 깊은(?) 의미를 알고 오시라 당부드리고 싶다.


야만~! 쑨 컴!

Ya man, Soon come!





 

매거진의 이전글 자메이카 Rick's Caf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