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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garden Jun 28. 2019

내 아이가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부모대처법 #StopBullying

* 이미지 출처: gettyimages.com


2여 년 전의 일이다. 오후 5시만 되면 동네 아이들은 집 밖으로 나와 함께 논다. 한국, 인도, 스페인, 일본, 미국, 영국..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모여사는 컴파운드에서 살고 있다. 오후 시간, 여느 때와 같이 첫째 아들은 집 밖을 뛰어나가 동네 친구들과 놀고 있었고 나는 집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바로 우리 집 맞은편 사이드 워크에 에 주차되어 있는 차(색깔도 분명히 기억이 난다, 빨간색) 앞에서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엉덩이를 내민 춤을 추고 있었다. 다들 신나 보였고 무슨 놀이를 하는구나 하던 차에 엉덩이 춤을 유일하게 추지 않고 있는 아들 J를 발견했고 친구들의 엉덩이가 J를 향하고 있는 것도 알아차렸다. 나가봐야 되나 망설이 더 분명한 단서를 찾고 있던 나는, 그중 가장 큰 남자아이 둘이 번갈아가며 아이 얼굴을 양손으로 한쪽씩 번갈아가며 때리는 시늉을 하고, 아들이 차 앞으로 내몰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자리를 옮기려 하자 다른 아이가 차 쪽으로 아들을 밀고 발로 차는 시늉을 했다. 시늉인 듯했어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J는 큰 소리도, 하지 말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있었다. 길고도 긴 나였다. 지나가던 어느 큰 여자아이가 우리 집 창문 쪽으로 걸어와서 나에게 말했다. "아주머니 잠깐 나와보세요, 친구들이 J를 놀리고 있어요."


나가 보니, 그 친구들은 미안한 기색도 없다. 무슨 일인지 1대 1로 물어보는 나에게 큰 심각성이 없이 노는 중이라고 답하는 아이도 있었다. 한 여자 아이가 J에게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 는 중이라고 대답한 아이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군중심리에 따라 그저 노래와 춤을 따라한 듯 보였고 남자아이 형제가 선두인 듯했다. 아이들에게 친구가 싫다고 하는 놀이는 나쁜 놀이니까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그 아이 엄마를 찾아갔다. 하지만 엄마는 출장 중이었고 (아빠는 함께 살지 않는다.) 그 집 가사와 더불어 시터 일도 하고 있는 헬퍼만 집에 있었다. 엄마가 돌아오는 날 다시 오겠노라고 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에는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분위기를 조장한 듯 보이는 아이도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괴롭힘을 당할 때 부모가 해야 될 대처법을 본 기억이 났 나는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오은영 선생님의 조언을 마음에 담았다. 다시 한번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꼭 이대로 해주리라 다짐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다음 날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집으로 달려온 한 남자아이. J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장을 찾아갔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이라면 아주 혹독한 가르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인지 물었다. 키를 낮추고,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숨을 고르고 이야기했다.


"도미니크, 어제 분명히 아줌마가 경고하는 걸 들었을 텐데 오늘도 날 실망시키는구나. 좋아, 이건 정말 마지막 경고야. 오늘이 말이야. 다음부터는 네 엄마한테 말하지 않을 거야. 난 바로 경찰서로 가서 네가 한 행동을 아주 분명하게 말해줄 거야. 그리고 J를 고통스럽게 했으니 나도 널 아주 고통스럽게 만들 거야. 여기에 있는 모든 학교 교장들을 다 만나서 네가 어떤 학생인지를 말할 거거든. 이 말 네가 여기서 다닐 학교가 한 군데도 없을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도미니크, 이건 진짜로 마지막 기회야. 그러니까 꼭 명심해. 로니, 너도 마찬가지야. 알아들었니?"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제 알아 들었겠지. 잠 못 잔 어젯밤이 약간은 보상받는 듯했다.


학교에서 상담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여동생에게  일을 말하니 더 심각하게 받는다. 동생은 어릴 적 받은 이런 괴롭힘의 상처가 훗날에 어떻게 자리 잡아 괴롭히는 지를 학생들을 통해 너무나도 많이 보아와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했다.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가 피해 아동과 피해자 부모에게 무릎을 꿇는 정도의 용서를 구하는 방식이 입은 상처를 치료해 줄 거라 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말이다. 


최대한 아이에게 상처가 남지 않기를 바랐다.


해당 아이에게는 분명히 말했고 이번엔 그 엄마가 알아야 될 차례였다. 며칠이 지난 후 그 사람이 출장을 다녀와 집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때 남편이 제안했다. 아무래도 자기가 이야기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나와 아이들은 집 밖에서 놀았다.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기도 하며.. 그런데 그때 남편이 왔다. 자초지종을 다 이야기했고, 그 엄마가 말하길, 본인이 피해아동의 엄마로서 그 장면을 목격했더라면 그 가해 아이를 바닥에 내동댕이쳤을 거라고, 신 와이프가 그렇게 했더라도 자기는 말할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고 했다. 아이를 증오하고 용서가 안되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 집 아이들의 전후 사정과 아이의 행동이 연결되며 한 편으로 너그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엄마가 자기 아들들을 불러 진짜로 때렸든 시늉만 한 행동이든, 용서받지 못할 일을 저질렀다며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을 냈다고 했다. 그리고 에게 아이들을 보냈다. 두 아이는 차례대로 나에게 와서 용서를 구했다.


나는 "알겠어. 그런데 지금 용서할 수 없다."라고 했다. 쉬운 용서는 금방 망각으로 이어질까 봐서였다. 그리고 "J에게 직접 가서 미안하다고 이야기 하렴."을 덧붙였고 아이들은 J에게 가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밤잠 설치게 만들었던 내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는 문제는 이렇게 일단락이 났다. 그리고 그 뒤로 어떤 괴롭힘도 반복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 아이들과 재미있게 농구도 하고 축구도 하며 논다. 나이차가 좀 나은 형이라 둘도 없는 친구까지는 아니어도 놀이를 할 때, 특히 운동을 할 때는 서로 찾는다.


아이의 문제에 부모가 늘 참견하고 간섭하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괴롭힘이나 왕따 문제에 있어서는 부모들의 단호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 운이 좋게도 상대 아이의 엄마가 나의 감정을 읽어주고 정말 잘못했다고 미안해했기에, 그리고 그 아이들이 J에게 진정 용서를 구했기에 마음에 상처나 응어리를 남기지 않고 이 사건이 해결된 것이다. 아이들 일에 어른들의 교육 철학이 잘 맞아 한 방향으로 이렇게 끝난다면 럭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미완의 아이들의 잠재력을 크게 생각해주고, 어른들인 우리가 올바로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어른들 역시 잘 되지 않는 감정 조절이나 해결되지 않은 응어리들 때문에 얼마나 사회적 물의가 많은지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사회를 치유하는 은 못하지만 내 자리에서 아이를 교육할 수 있으니, 그 아이들이 훗날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게끔 도울 수 있으니, 지금의 부모의 자리가 모두 소중하다.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Stop bull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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