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비행은 늘 경유를 했다. 주로 남편이 중남미 지역에서 근무를 했기 때문이다. 1년에 최소 한 번씩 남편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을 왔다 갔다 했다. 나는 남자아이가 둘이다.제일 빠른 비행시간은 27시간여이고 지방에서 주로 출발했던 우리는 총 비행시간이 30여 시간을 훌쩍 넘었다. 부산-인천-뉴욕-최종 목적지 이런 식이었다.아이가 하나일 때부터 둘째가 만 5세가 될 때까지 거의 10여 년 간의 유아 동반 비행 노하우라면 노하우를 써보려고 한다.(저희 아이들과 여행하며 얻은 팁이므로 아이들의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점 감안하시고 읽어주세요.)
유아 연령별 비행 여행법
1. 만 0세~1세유아
이때의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편한 시기다. (아이가 크면서 안 사실이다. 맞다, 그런데 이때는 이때가 가장 힘들더라.) 아이가 걸어 다닐 수 없고 베시넷 bassinet에 누울 수 있는 키와 몸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의 자리가 따로 필요하지 않고 굳이 엄마의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이유식을 시작했다면 이유식과 분유나 모유 수유를 위한 물건들을 잘 챙기면 된다. 이때 아이들이 우는 이유는 배고파서, 기저귀가 불편해서, 졸려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행기 안이라는 특별한 환경이 불편해 울기도 한다. 이착륙 시 기압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의해 아이가 울 수 있고, 갑갑하고 건조한 기내 환경때문에 아이는 운다.
* 그래서 팁은?
베시넷을 미리 꼭 예약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가방을 효율적으로 싸야 한다. 수납공간이 잘 되어 있는 최대한 가벼운 재질로 만든 가방에 젖병, 이유식 저장용기, 숟가락, 분유 등을 잘 담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물고 빨 수 있는 장난감 한 두 개도 꼭 챙겨야 한다. 작은 손수건을 챙겨서 건조한 기내 공기에 힘들 아이들을 위해 수시로 물을 적셔 베시넷 주위에 걸어두면 좋다.유아식을 신청할 수 있지만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간식으로 나오는 주스, 스낵류는 큰 아이가 있다면 큰 아이에게 몰아주거나 엄마가 드시길.
* 이 시기의 엄마들에게 보내는 한마디
첫 비행이라서 걱정이라고요? 아이도 낳았는데요 뭘. 당신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2. 만 1세~2세
가장 힘든 비행으로 가는 단계다. 아이의 호기심은 폭발하고 있고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며 걷기 시작한 아이는 이동성이 커져서 이제 무조건 자리를 벗어나 걸으려고 한다.그런데 혼자 걷기엔 직립보행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위험하다. 기차는 철로를 따라 확확 꺾이는 과격한 움직임이 크다. 이에 비해 기내는 급격한 움직임이 덜하지만 언제 넘어져서 바닥에 엎어지거나 의자 팔걸이에 부딪혀 이마가 찢어질지 모르는 일.비행기를 떠올려보면 알겠지만 그다지 걸을 만한 공간이 많지 않다. 복도는 공간이 협소하고 면세 쇼핑을 위한 뒷자리로 이동을 하면 1등석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려고 할 것이다. 엄마는 본인이 지불하고 산 좌석에 앉아있는 시간이 적어 자릿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 그래서 팁은?
그래도 엄마가 자리에서 다양한 놀잇감을 돌려가며 아이를 유혹할 수 있으니 어떤 방법으로 놀아줄지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자. 퍼즐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퍼즐을,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리기를,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책 읽어주기를 하면 된다. 스티커 붙이기, 블록놀이 하기, 색칠 놀이 하기 등을 번갈아 해야 하고 부피가 작고 소리가 나는 장난감이 있다면 한 두 개 정도 챙기자.
* 이 시기의 엄마들에게 보내는 한마디
아이가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힘들죠? 다 지나갑니다. 아이의 이 때도 가고요, 비행시간도 가더라고요.아이가 베시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몸무게와 키라고 해도 베시넷을 신청하면 아이 용품을 두기도 편하고, 베시넷 이용 좌석 공간이 다른 좌석보다 넓으니 좌석 예약에 신경 쓰시면 좋아요.
3. 만 2세~3세
아이가 만 2살이 되면, 성인 티켓 가격의 80%를 지불하고 아이의 좌석을 구입해야 한다. 이 시기 아이의 발달 상황을 고려해보면 엄마에게는 완전 고비다. 패닉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행기 값은 내기 시작해서 아이 자리도 하나 샀는데, 그 자리에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망했다. 뽀로로도 몇 분이다. 아이는 연신 일어날 것이고 궁금한 것들을 찾아 비행기 안을 뒤질 것이다. 이동성이 향상되었고 뇌도 발달해서 궁금증이 폭발하는 에너제틱 내 아이와 함께 하는 비행, 죽을 지경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훅 튀어나온다.
* 그래서 팁은?
비행기 안에서 아이와 어떻게 놀아줄 것인가 상세하게 생각해 두면 좋다.아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몇 개만 준비하고 새로운 놀잇감을 생각해 두는 게 좋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여기서 아이와의 밀당이다. 무조건 좋아하는 것을 아무런 요구도 없는데 선뜻해주면 안 된다. 자극을 점점 더 높여가는 방식을 추천한다. 문제는 비행이 14시간(예. 인천-뉴욕 구간) 여를 육박할 때다. 어른도 지겨운 여행이다. 아이를 어떤 루트로 돌릴(?)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이를테면, 아래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최근, 30여 시간의 긴 비행시간을 앞두고 지인 한 분께서 파우치 하나를 선물해 주셨다. 파우치 안에는 아이 2명분량의 여러 손놀이를 할 수 있는 제품이 담겨 있었다.
세트 1) 도우 세트 (되도록 부피를 덜 차지하는 엿가락 같은 도우를 추천한다)
세트 2) 팽이 (테이블 위에 놓고 돌릴 수 있는 아주 작은 플라스틱 팽이를 추천, 엄마와 게임을 할 거라면 2개를 사시길 추천한다)
세트 3) 구슬 미로 장난감
세트 4) 물에 담그면 커지는 색구슬
자 한번 쓰윽 보니 어떤가. 세트 1에서 4를 보고 별거 없네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이어야 하고, 파우치의 탑승은 절대 비밀이라는 거다. 파우치를 쓰는 비결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사실, 이 별 것 아닌 것이 큰 역할을 한다. 아래의 평범한 조언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
1)아이들의 눈에 절대 띄지 않아야 하고,
2)아이들이 지겨워 온몸을 비뜨는 그 순간에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비행기 안에서 온갖 종류의 장난감, 책 등을 한꺼번에 내놓고 놀게 하거나 비행 전부터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싸는 모습을 공개한다.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장난감을 집어 든 아이는 실증을 금방 낼 가능성이 높다. 나의 최악의 비행은,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거리들을 사전에 미리 공지함으로 해서 장난감 등의 놀잇감이 더 이상 아이들에게 흥미롭지 못할 때였다. 가지고 탄 각종 장난감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이 노력에 비해 빨리 도래한다. 그러니까 평소 때 하던 대로 하다가 아이가 정말 힘들어할 때 비장의 무기 중 1번을 주는 것이다. 둘째 아이가 인천에 착륙을 앞둔 시점, 가장 지루할 14시간 비행의 끝자락에 엄마가 던져 준 도우로 1시간은 족히 코끼리를 만들고 가지고 놀더라. 2번에서 4번을 사실 쓸 일이 없었다. 둘째는 벌써 만 5세이고 2~4번으로 가기 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본인이 잘 놀았기 때문이다. 아이도 이렇게 비행을 적응해 간다.
* 이 시기의 엄마들에게 보내는 한마디
사실, 이 시기가 비행하기에 가장 힘든 시기예요. 어쩌겠어요. 시간은 간다는 생각으로 사실 버티는 거예요. 버티는 게 제일 잘할 수 있는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4. 만 3세~4세
이제 점점 태블릿을 좋아하게 되는 시기다. 그리고 1세, 2세 때에 비하면 한결 수월해진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아이들은 기내 모니터가 제공하는 여러 키즈용 게임이나 영화를 볼 수 있다. 대신 조작은 엄마가 도와주어야 한다.1세~3세의 기간을 거친 엄마들에게는 이제 점점 누워서 떡먹기와 같은 시기가 오는 것이다.
* 그래서 팁은?
모니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해서 너무 그것만 보여주면 역효과도 일어나기 때문에 아이에게 신선한 놀잇감은 이 시기에도 필수다. 해보지 않았던 것이지만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을 찾아보자. 그리고 비행기를 타기 전에 몇 개의 약속을 하면 엄마가 훨씬 수월하다. 이제 말이 통하니까! 아이들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1) 소리 지르거나 떼쓰지 않고 말로 하기
힘이 들 때는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약속을 꼭 한다.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비행기가 가버리거나 공항 경찰이 와서 비행을 못 할 수도 있는 등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설명을 해주어 최대한 협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2) 화장실은 원하지 않아도 가야 할 때가 있다는 것
화장실을 당장 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엄마가 가자고 할 때는 꼭 가야 한다. 이착륙의 시간이 꽤 길어 이용하고자 할 때 화장실을 갈 수 없는 경우들이 허다하다. 기저귀를 막 뗀 아이들이라면 그리고 화장실을 자주 가는 아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3) 아이가 챙겨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줄 것
아이의 모든 짐을 스스로 챙길 수 없다 해도 최소한의 것을 지정해 아이에게 임무를 주는 것이 좋다. 스스로 해냈다는 자신감이 생겨 다음 비행에서는 자신감을 내비칠 것이다. 독립적인 개체로 인정해 주면 더 잘하게 되는 법이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 큰 아이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캐리어 가방을 직접 싸고 헤드폰, 아이패드, 목베개, 물통 등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아이들 이런 물품들을 스스로 생각해서 가방 안에 집어넣거나 가방의 손잡이에 걸어두는 방식으로 물건을 챙긴다.
* 이 시기의 엄마들에게 보내는 한마디
아이와 사전에 미리 약속한 것을 잘 지켜주면 무난한 여행이 될 거예요.
5. 만 4세~5세
첫째 아들의 경우 만 4세가 되니, 동생과 비행하는 엄마는 한결 수월했다. 이때의 아이는혼자서도 화장실을 갈 수 있고 심지어 큰 용무 처리도 혼자 가능하다. 만 1세 둘째를 데리고 함께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첫째에게는 손이 1도 가지 않았다. 대신 탑승 전 컨디션 조절에는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가 고열이나 멀미 등으로 힘들어하게 되면 엄마는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그 최악의 사례가 궁금하다면, 이전 글(아이와 함께 한 최악의 비행 1)을 참고하면 된다.
* 그래서 팁은?
기내에서 놀 거리에 대해 미리 설레발만 치지 않는다면 수월한 여행이 될 거다. 놀 거리를 챙기는 팁은 위와 동일하다.
* 이 시기의 엄마들에게 보내는 한마디
이제 아이들은 자신의 놀 계획을 스스로 짤 수도 있고 본인의 물건을 챙길 수도 있어요. 여행을 하는 주체자로 인정해주고 칭찬을 많이 해 주세요.
여행할 때마다 자주 설명해주고 이해시켜 주면 아이도 어느새 여행의 주체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필수 준비물
비상약 및 체온계 준비는 필수이고, 기내가 건조해서 물을 가지고 타는 것이 좋다. 조금 큰 아이는 물을 가지고 타는 용량도 제한적이다. 가능하면 500ml짜리일회용 물통이 유용하니 가지고 타면 좋다. 수시로 한 컵씩 물을 요청할 수 있지만 나도 스튜어디스도 성가시다. 물통에 물을 채워달라고 하면 양 쪽 모두 수고가 덜하다. 웬만큼 잘 걸을 나이가 되어도 만 5세까지는 가벼운 휴대용 유모차가 유용하다. 아이가 잠이 들었을 때나 피곤해서 걸을 수 없다고 떼를 부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걸을 수 있는데 왜 걸리지 않고 유모차를 태우냐고 하는 한국사람들의 오지랖에 신경을 쓰는 것은 집어치우자. 디즈니월드는 45킬로까지 유모차를 탈 수 있게 유모차를 대여해주고 내가 아는 외국인 친구들은 그 정도 나이까지는 유모차가 필수라는 것에 모두 공감한다. 한두 시간이 아니지 않은가. 터미널을 이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챙기는 것이 좋다. 가방은 지혜롭게 싸야 한다. 여러 가지 부피가 큰 장난감은 자제하고 작고 유용한 것들로 챙겨야 한다. 그리고 이동하기에 무리가 되면 안 되기에 수납공간이 우수한 가벼운 재질의 가방이면 좋다. 어떤 이는 백팩이 편하고 어떤 이는 어깨에 매는 숄더백이 편하다. 자기가 편한 가방으로 챙기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백팩보다 숄더백이 편했다. 바로 어깨에서 내리면 벌어지는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바로바로 꺼낼 수 있었기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엄마의 컨디션 조절 팁
장시간 비행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신경이 곤두서 있게 마련이다. 미리 몸보신을 추천한다. 갈비탕도 좋고 삼계탕도 좋고 각종 영양제도 좋다. 미리미리 나부터 컨디션을 확인하고 최고의 상태로 비행기를 탑승하자. 그래도 체력이 부칠 때가 많다. 사실 밤새 짐을 싸고 아이 둘을 데리고 비행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행 전 일주일은 웬만하면 잘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잘 재우고 먹이고 절대 무리하지 않도록 컨디션 관리를 잘 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