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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pr 25. 2023

아들이 군대에 갔다

#1 군대에 보내는 이유

얼마 전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 정확히는 1박 2일의 병영체험. 

이렇게 말하면 나이 꽤나 든 엄마로 보이겠지만(맞다. 나이는 들었다) 아이는 이제 고작 초등학교 4학년이다. 

대단한 목적이 있어 정보를 알아내 군대체험을 신청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즉흥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아들이 4학년이 되자 넋이라도 나간 건지, 매일 한 가지 이상의 물건을 흘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어, 이런 아이가 아닌데, 제법 자기 물건을 잘 챙기는 아이인데, 이게 어찌 된 일이람. 이런 일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났다. 


하교 후 태권도 장으로 직행하는 아이는 도복으로 갈아입은 후 옷을 넣어 두는 가방을 툭하면 가져오지 않았다. 몇 벌 없는 옷을 열심히 빨아 입혀야 하는데 옷을 안 가져온 지 이틀이 지나면 다음 날 입고 갈 옷이 없었다. 눈에 띄게 살이 찌는 요즘, 계절도 바뀌는 요즘, 아직 옷가지를 장만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별 것 아닌 옷 몇 벌이 아쉬운 판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그런데 그날은 조금 달랐다.


"옷 또 안 가져왔어? 어디에 두고 왔어?" 

"몰라. 기억이 안 나."

"뭐?"

"정말 기억이 안 나..."


"안 되겠다. 오늘은 도장에 가서 찾아봐야겠어!" 


기가 막혔다. 옷을 두고 다니는 것이 한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급기야 모른다니. 재차 물어봐도 들려오는 대답은 그저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 였다. 하원한 학원에 찾아간다 하니 기겁한 아이였지만 평상시와 다른 아이를 보니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옷이라도 뺏겼나?' 

급기야 생각은 제 혼자 산을 넘어 옷을 뺏기고 발가벗겨져 덜덜 떨고 있는 아이에게로 가서 꽂혔다. 

마침 휴일이라 집에 있는 신랑을 대동해 늦은 오후 태권도 학원에 방문했다. 


"어머니, 지후 가방 안에 옷이 있네요."

미리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 설명을 한 후라, 마침 실장님이 가방을 들고 나오셨다. 다행히 가방은 학원에 있었고 내가 상상하던 그런 일은 없었다는 결론이 났다. 

그런데 아이는 왜 기억이 안 난다고 했을까...


"실장님, 혹시 군대체험 자리가 남았나요? "

"네, 2월에 모집이 끝났는데 그 사이 2명이 취소했어요. 다행히 자리가 남았어요."


언뜻, 학원밴드에서 보았던 체험이 생각났다. 


"그럼, 군대체험 신청하겠습니다."

"어머니, 너무 다그치지 마시고 살살 달래 주세요."

"네."


가방을 들고 차로 돌아와 아이에게 물었다. 가방 안에 옷이 있는데 왜 모른다고 했냐고. 두고 다닐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사실대로만 얘기해 달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외식을 하니 웅크렸던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재잘거렸다. 그래, 그 모습이 너인데. 아까는 왜 그랬니.


"군대 가자. 지후야! 가서 정신 좀 차리고 오자!"

"응!"


군대가 뭔지 모르는 아이, 군대가 뭔지 모르는 엄마.

군대란 그저 다녀오면 정신 바짝 차리는 곳쯤으로 인식한 엄마는 덜컥 군대체험을 신청해 버렸다. 군대가 뭔지 모르는 아이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아이는 그날부터 소풍이라도 가는 양 군대 가는 날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나태해진 아이에게 눈이 번쩍 할 별똥별이라도 떨어지길 기대하는 엄마도 그날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날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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