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골골해지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운동이다. 이제는 운동을 해야 하는구나를 절감한다. 이래서 다들 걷고 뛰었던 거구나. 책에서 읽었던 장면이 온몸으로 이해되는 순간이다.
덥다. 더워도 더위를 뚫고 걷는다. 그러다 보면 간혹 시원한 바람이 훅 불어오기도 하고 송골송골 맺히는 땀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힘든데 기분 좋은 쾌감이 있어서인지 4일 넘게 꾸준히 걷고 있다.
혼자 걷는 건 아니고 아이와 함께 걷는다. 아이의 살도 뺄 겸,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운동이다. 단 한 가지 불만사항이 있다면 나는 조금 더 걷고 싶다. 그러나 아이는 30분이 넘어가면 돌아가자고 보채기 시작한다.
오늘은 걷기 앱을 켜고 한 시간 정도를 걷자고 제안해 봤다. 의외로 순순히 넘어온 아이는 헉헉 대면서도 잘 따라온다. 어슴푸레한 여름밤이지만 간간히 사람들이 보인다. 사람들이 보이니 조금 어두워도 그런대로 씩씩하게 걷는다.
물론 음악과 함께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없었으면 진작에 돌아갔어야 할 길이다. 요즘 푹 빠진 노래는(지올팍's 크리스천) 내가 듣기에도 꽤 힙하게 들려 걷기에 좋다. 걷다가 지치면 박자에 맞춰 춤을 춘다. 춤을 추다가 사람이 다가오면 가던 길을 묵묵히 걷는 척한다.
땀과 더위와 날파리를 뚫고 춤추고 걷는 사이 반환점에 다다랐다. 그때 부채를 부치는 검은 원피스 차림의 할머니 한 분이 아이 앞에 나타났다. 저만치서 아이의 춤을 보셨는지 한 번 더 춰보라 하신다. 머쓱해진 아이는 실실 웃고는 반환점을 돌아 걸음을 재촉한다.
한참을 걷던 아이가 뒤를 돌아보더니 할머니가 따라온다고 말한다. 얼핏 보니 10미터 정도 뒤에 계시다. 그 순간 아이에게 슬그머니 장난을 치고 싶어 진다. 저 할머니 왜 이렇게 빠른 속도로 따라오냐. 너 잡으러 오는 거 같다. 홍콩 할머니 귀신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하니 기겁을 한 아이가 내 손을 꽉 잡는다. 갈길은 구만리인데 뜨거운 손이 내 손을 놓지 않는다. 매일 엄마에게 공포영화 보자던 아이가 작은 소리에 놀라 소리를 꽥꽥 지르지 않나, 뒤에 오는 할머니를 힐긋대느라 분주하기 짝이 없다. 몇 번을 뒤돌아 보는지 내가 다 민망할 정도다.
목표한 코스를 다 돌고 뒤를 보니 할머니가 그새 사라졌다. 그런데 말이다. 희한하다. 좀 전까지 10미터 뒤에 계셨는데 갑자기 어디 가신 걸까. 정말 이상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내 손을 잡은 아이 손에 힘이 훅 들어간다. 힘만 들어간 게 아니라 손바닥까지 축축하다. 엄마가 그렇게 좋은 거니? 응? 손 좀 놔줄래?
엄마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거야. 으흐흐흐.
달밤에 춤도 추고 오싹한 체험도 하고 땀도 흠뻑 나고 운동도 잘했다.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걸어야겠다. 으흐흐흐.
그런데 바로 뒤에 오시던 할머니는 어디 가신 걸까. 나도 신경이 쓰여 계속 두리번거렸는데. 거긴 어디론가 빠져나갈 곳이 없는 막다른 길이었는데. 갑자기 어디로 사라지신 걸까. 내일도 이곳에 와야 하는데... 그건 참 미스터리다. 으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