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나의 최애 음료다. 커피 때문에 아침을 기다렸을 정도로 커피를 좋아했다. 사랑했다고 해야 맞는 걸까. 살아있지 않지만 커피가 사람이라면 난 그 사람을 미치도록 사랑할 게 뻔하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진하고 고소한 냄새가 나를 사로잡는다. 까마면서도 갈색을 띠는 알 수 없는 색이 나를 사로잡는다. 쓴데 분명 악 소리 나게 쓴데 입에 머금고 목으로 꿀꺽 내려보내는 순간 혀 끝에 남는 고소함은 실로 매력적이다. 이렇게 쓴 걸 꿀떡꿀떡 음미하며 사랑한다고 표현하다니.
그러고 보면 쓴 걸 좋아했다. 자몽의 씁쓸함을 좋아했고 담배의 쓴 연기를 좋아했고 나물에서 간간히 느껴지는 씁쓸한 맛도 좋아했다. 이쯤 되면 이상한 입맛을 가진 사람인가.
커피라고 하면 20년 전부터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마셔왔다. 그러다 차츰 물에 희석한 아메리카노가 되었지만 맹숭맹숭한 아메리카노는 걸레 빤 물이라며 마시지 않았다. 아메리카노라도 진하디 진한 인스턴트 맥심커피를 밥숟가락으로 크게 한 스푼 정도 퍼넣고 뜨건 물을 휘휘 저었을 때의 딱 그 농도를 좋아했다. 아침이 되면 첫 술로 커피를 한 잔 크게 타서 마시는 게 나의 제1 루틴이었다.
위가 나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말을 분명 언젠가 의사로부터 들었지만 간단히 무시했는지도 모른다.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요. 그렇담 커피를 달고 사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요.라는 변명 아닌 변명이 내 안에 가득했으니까.
올여름부터 혹독한 역류성 후두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되는데 사실 내 마음이 그렇다. 진단을 받고 가장 먼저 끊어버린 커피. 20년을 넘게 입에 달고 살았던 것이 무색하게 1번으로 내 인생에서 추방당한 커피. 커피를 못 마신다는 생각에 울적했다. 커피 향이 사라진 주방에서 아침마다 무얼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서성거렸다. 어떤 차로 커피를 대신해야 하나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도 했다. 다시 사랑할 대상을 찾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고통이 우선이었다. 고통은 모든 걸 나에게서 밀어냈다. 그 좋아하던 커피도 까만 사약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다시는 만나선 안 되는 그 무엇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가끔 마음이 기웃거린다. 저 까만 물 한 모금만 내 목안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 이런 마음으로 용케도 40일을 참았다.
40일 참은 기념으로 오늘 카페모카 한 잔을 마셨다. 까맣지 않으니까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