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나에게 남긴 것

by 이다

언제부터일까.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자꾸만 목에 뭔가가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빴다. 나도 모르게 계속 침을 삼켰다. 이번에 침을 삼키면 남아있는 게 없기를. 이런 생각을 하며 목 넘김을 했다. 그러나 무언가가 목에 남겨진 느낌은 여전했다.


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미끌미끌하고 아주 얇은 표피가 목에 걸린 느낌. 그것은 시시때때로 양이 늘어나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한다. 다행히 통증은 없다.


이런 생각을 한 지 며칠이나 지난 걸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반질반질한 표피가 뇌의 한구석에서 떠나지 않는다. 며칠 전엔 생각해 본 적도 없던 표피가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궁금한 존재가 되어 내 목구멍에 자리 잡았다.


그런 상태로 일주일을 보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머릿속에선 상상의 표피를 더 만들어 냈는지 밤이 되자 목구멍에선 거대한 표피덩어리가 되어 솟아오른다. 누워있다가 순간 벌떡 일어났다. 명치 아래에서 분명 덩어리가 솟아올라 목을 조이려 했다. 공포가 밀려왔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공황증상인가. 목에는 아직도 거대한 덩어리가 걸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은 주말이었지만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아침 차를 몰고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서려 할 때였다. 어젯밤 갑자기 솟아올랐던 덩어리가 또 올라왔다. 후덥지근한 차 안에서 숨이 안 쉬어졌다. 심호흡을 했다. 후하 후하... 이런 심호흡이 도움이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최대한 숨을 몰아 쉬었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병원 문을 열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병원이 꽉 차 있다. 대기만 하는 것도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갈 정도다. 여기저기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부랴부랴 오느라 마스크 같은 건 신경도 안 썼는데 이곳엔 아직도 코로나가 판을 치는 중이다.


이름을 적고 대기를 하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근처 다른 병원에 대기를 걸었다. 어느 쪽에서 더 빨리 진료를 볼 수 있을까. 이곳도 만만치 않지만 아까 그 병원보다는 나은 듯하다. 40여분을 기다려 나이 지긋한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나이 든 의사를 만날 때 이상하게 편안한 마음이 든다. 내 할아버지도 아닌데 가끔 할아버지 같은 친근함을 바라기도 한다.


혀를 쭉 내밀라고 한다. 얼마나요. 더더더.


아휴 목이 너덜너덜하네. 나는 볼 수 없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처음 한 말이다. 목이 너덜너덜하다. 그래서 그렇게 목에 이물감이 느껴졌던 것일까. 역류성 후두염이라는 진단을 내리신다. 이비인후과에 목때문에 오는 사람 중 70%가 이 증상을 호소한다고 한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병명이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흔한 질병으로 여겨진다.


10일 치 약을 처방하신다. 병원 다니면서 10일 치 약을 받는 건 처음이다. 동아줄이 내려진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단 약을 먹어보자 싶었다. 그러나 10일이 지나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인터넷으로 같은 증상을 검색해 가며 잡다한 지식만 늘려갈 뿐. 내 목구멍 안의 표피는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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