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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04. 2023

전학만 네 번 간 아이

눈앞이 뿌옇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벌써 네번의 전학으로 난 새로운 곳에 와 있다.

내가 지금 어디를 걷고 있는 건지도 모를 만큼 주눅 들어 있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집으로는 돌아가야 하니 괜한 발걸음만 재촉했다.

늦가을인지 초겨울인지도 모를 흑백티비 같은 거리다.

그때 갑자기


퍽!


누군가가 내 배를 주먹으로 세게 치고 지나간다.

순간 정신이 어찔해지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동안 배를 움켜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지켜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누가 날 때리고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린 나는 모욕감과 창피함에 치가 떨렸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도 보지 못한, 나만이 기억하는 장면이다.

순간 세상이 멈춘 것처럼, 나만이 숨 쉬고 있는 것처럼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다.

그때 그게 주먹이 아니라 칼이었으면 죽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전학만 4번을 했다.

찬란하게 시작되었던 초등생활은 가세가 기울어져 가는 집안 형편처럼 점점 구겨져 갔다.

새하얀 교실 바닥, 영어가 울려 퍼지던 교실에서 시작한 초등1학년.

들어가기도 힘들다던 학교에 운 좋게 추첨이 되어 다닐 수 있었다.

간혹 추첨에서 떨어져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기세등등하게 시작되었던 초등학교를 2년밖에 다니지 못했다.


엄마가 학교에 왔다.

담임선생님과 조용히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교실 뒤 사물함에서 나의 물건들을 담아놓은 박스를 챙겼다.




새로 전학 간 학교는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녔고 먼지 나는 교실에서 선생님은 몽둥이로 위협을 했다.

우리는 다 같이 손바닥을 맞았고 교실은 부산스럽고 시끄러웠다.

그곳에서도 오래 있지 못했다.


또 한 번의 전학으로 새로운 학교에 갔다.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나를 소개해 주신다.

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신다.

어... 나는 ooo라고 해, 친하게 지내자. 으레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다.

난 가 앉으라는 내 자리로 가서 앉는다.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몰려든다.

어디에서 왔니. 너 글씨 잘 쓴다....

아무런 대답도 하고 싶지 않아 수업시간에 배운 걸 노트에 옮겨 적었다.



어차피 또 이사 갈 걸. 난 이곳에 정을 주면 안 돼.
나는 곧 떠날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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