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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12. 2023

결혼의 함정

그들은 결혼을 하고 함정에 빠졌다. 

결혼의 시작은 함께하기 위함이었으나 결혼을 한 뒤로 그와 그녀는 정확히 함께하지 못했다. 

이것은 결혼의 함정이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던 그들은 더욱 함께 같이 있고 싶었다.

그 소망은 자연스럽게 결혼으로 이어졌다.

이제 매일 붙어 있을 수 있다!라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영영 같이 있을 수 없었다.


더 이상 함께 일을 하지 않는 그들은 낮에는 당연히 얼굴을 볼 수 없었고,  

점점 늦게 퇴근하는 그를 기다리다 지친 그녀는 혼자 잠들기 일쑤였다. 

그들은 아침이 되어야 잠깐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아이를 가지게 된 그녀는, 그 이후로도 내내 혼자였다. 

너무나 심심한 그녀는 대화라는 걸 하고 싶었다.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 당장이라도 라푼젤의 말동무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랬다.






어느 날, 동화 속의 왕자가 나타나 듯 그녀에겐 영원히 대화할 아이가 나타났다. 

그녀는 더 이상 그와의 대화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어 기뻤다.

그러나 태어난 왕자는 아직 말을 하지 못했으므로 그녀의 조용한 생활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혼잣말만 늘어갔다. 가끔은 혼자 웃기도 했다.

그것이 비록 결혼의 함정이었더라도 아이가 태어난 후로 함정 따위를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들은 가끔 밤에라도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다음 날을 위해 각방을 쓰기로 했다.

그녀와 아이는 한 몸이 되었고, 그는 홀몸이 되었다.


"결혼은 왜 한 거지? 결혼하고는 얼굴을 볼 수 없잖아."


아이는 불쑥불쑥 자랐다. 아이가 크는 사이 그도 불쑥불쑥 커갔다.

이제 그는 혼자서도 잘 잔다. 더 이상 그녀의 손길을 필요치 않는다.

오직 아이만이 그녀의 손길을 필요로 할 뿐이다. 


그들은 이런 생활에 점차 길들어갔다. 

그들은 생각한다. 


'우리는 왜 결혼을 했지?'


결혼을 한 뒤로 매일 얼굴을 볼 거라는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다.

그녀는 얼굴도 몰랐던 아이얼굴을 매일 본다.

그를 닮은 아이를 보면, 그를 보는 것인지 아이를 보는 것인지 헷갈려오기 시작한다.


그녀는 결혼의 함정에 빠진 것만 같다.

그를 매일 보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볼 수가 없었다.

이걸 미리 알았더라면 결혼하지 않았을까?


그녀는 말한다. 

"그의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그럼, 결혼하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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