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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콜과 구공탄 Feb 15. 2023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사람, 우왕좌왕, 그리고 소통

 무엇을 해야 할지, 아니 그 할 일의 선택지조차 모르겠다. 그것이 문제다. 


 용기를 내서 빌더 구하는 회사들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없다. 지원을 한 것은 아니니 답장이 안 올수도 있다. 


 오늘 아내가 접촉사고를 당했다. 쇼핑몰 주차장에서 주차하는 찰나에 뒤에서 들이받았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다. 소식을 듣고 또야? 싶은 마음에 열이 올랐다. 몇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 또한 크게 마음에 남아있지 않다. 


 이런 생활 속 중요한 일들보다 더 앞서 앞으로 뭘 할 것인가, 이것이 내게 상당히, 적어도 지금은 가장 중요하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 한 사람으로서 나의 존재감을 키워나가는 의미,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통로로서의 기능 등. 그런데 감이 오지 않는다. 어쩌면 그냥 아무 거나?? 해버리면 된다. 어떤 일을 해도 앞 선 세 가지의 역할들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 30대 중반 일했던 그곳에서처럼 내가 즐거워하면서, 잘 하는 일들을 찾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상당 부분 그렇다. 그런데 또 뭔가 더 있을 거 같은 마음에 찝찝해진다. 


 어쩌면 아직도 나는 어릴 때의 꿈? 또는 가장 눈부시던 자신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사는지 모른다. '몰입'. 특정 시기만은 아니다. 삶의 몇몇 장면들이 뚜렷이 존재한다. 20대 중반 외국 어느 동네에서 동네 아이들과 함께 지냈던 그 시간들, 30대 중반 전공을 살린 직장인으로 살았던 몇 년, 종종 있던 무언가에 강하게 몰입하던 시간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몰입이라는 이상향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쾌락은 가족 부양의 책임, 내 존재감을 키우는 일, 내가 하고 싶을 일을 위한 도구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나는 그 지점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이 40대 중반에 몰입을 꿈꾸고, 그 몰입을 이루고 있지 못 해 방황한다는 것. 상당히 실없는 소리일지 모른다. 그런데 나에게는 매우 실있는 소리라는 것. 현실과의 연결끈을 찾을 수가 없다. 아니 아직까지는 못 찾고 있다. 


 10대에 이런 기분이었으면 자살을 생각했을 것 같다. 삶의 의미를 못 찾으니.

 20대에 이런 기분이었으면 막 살았을 것 같다. 발버둥 쳐도 뭘 해야 될지 모르니. 

 30대에 이런 기분이었으면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찾고, 열심히 묻고, 열심히 책을 읽었을 것 같다. 어딘가, 누군가는 답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드디어 40대 지금 내 나이. 이런 기분에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일단은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눈을 떠서 밥을 먹고, (기꺼이 원하는 일은 아니더라도) 나가서 돈을 벌고, 돌아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나의 현실을 최우선하고 있다. 태풍이 지난 흔적에 귀뚜라미가 열나게 우는 이 밤이 되어서나 현실 밖으로 쏙 빠져나와 몰입을 틈탄다. 최근 내가 발견한 몰입의 최소한의 기회는 글쓰기다. 책읽기도, 영화도 몰입의 경험을, 온전히 내 자신에 쑤욱 빠지는 시간을 주지는 못 한다. 책 읽다가 궁금한게 생겨 검색하고, 검색하다 옆의 광고에 눈길 한 번, 관련 동영상 보다가 쇼츠들을 몇 개 보면 30분이 휙. 영어를 본격적으로 잘 하고 싶어 영화도 영어 자막으로 보다 보니 영화의 내용들과 앞뒤좌우를 속속들이 알기가 어렵다. 재미는 언제 보나... 이래저래 몰입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내가 글쓰기로 우리 아이들에게 용돈이나 줄 수 있을까? 글쎄... 내가 경험한 나는 뭘 해도 이익이나 비즈니스적인 부분과 연결하는 머리는 없다. 내 글쓰기가 딱히 누군가에게 공감을 선사하거나 수익을 낼 수 있게 해주는 류의 글쓰기도 아니다. 


 자, 그러니 이제 이런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자살의 때도 지나고, 막 살 용기도 사라졌고, 내 앞의 질문에만 몰두해서 답을 찾는 열심도 찾을 수가 없어졌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나?" 

 "나는 어떻게 살아갈건가... 


20230215 22:27


*사진: UnsplashJared Braine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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