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옷장을 정리하는 이유

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 우리는 연간 목표를 적어봅니다. 돈을 더 모은다던가, 건강 관리를 한다던가, 혹은 사람 관계를 개선한다던가 말입니다. 나를 위해 무언가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늘 좋은 것이죠. 나의 미래를 위한 것이니까요.

 저 또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비슷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부터 운동과 식사 관리는 어떻게 할지 등등, 다른 사람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옷장 정리'입니다. 이게 어떤 의미냐고요?

 올해를 돌아보며 얼마나 옷과 액세서리, 패션에 돈을 썼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당장 가을 겨울에 구매한 큼지막한 가격의 코트나 패딩 점퍼는 기억이 날 테지만, 여름에 입었던 반팔 티셔츠 중 몇 개를 구매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옷을 쉽게 잊어버리는 건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고, 또 그만큼의 소중함을 갖지 않아서입니다.

 다양한 SPA 브랜드의 매장이 곳곳에 위치해 있고 당장 무신사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면 가성비 넘치는 브랜드를 24시간 만날 수 있습니다. 옷 값이 올라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린 예전보다 선택지가 많아졌고 이는 분명 우리에게 다양한 스타일, 컬러, 무드를 즐길 수 있는 풍요로운 시점입니다.

 다만 그 풍요로움이 자신이 가진 옷에 대한 중요성을 잃게 만듭니다. 본래 인간이란 새로운 것에 더 흥미를 느낍니다. 옷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늘 신상, 새로운 패션, 마지막 남은 상품에 대한 갈구를 합니다.

 제가 옷장을 정리하는 것은 새로운 것과는 반대로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이 옳고 재밌다는 생각을 잠시 넣어두고 옷장에 넣어둔 것들을 돌아보면서 그때의 추억과 또 새로운 조합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이 행동은 단순히 보유한 옷을 다시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옷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게 만들어 줍니다. 한 해동안 내 옷장에 있었던 옷을 다시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분명 반가움과 회상이라는 감정이 섞일 테니까요.

 연말 혹은 연초, 많은 약속이 있을 테지만 하루 정도는 온전히 옷장을 정리할 마음으로 시간을 비워두세요. 술을 좋아하신다면 와인이나 맥주 하나를 사다 두고, 혹은 포근한 라테 하나를 옆에 두고 옷장 정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좋아하는 음악도 하나 틀어두시고요.

올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난 어떤 일에 웃고 울었는지, 옷들이 이야기해 줄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애정을 느끼고 내년을 기약해 보시기 바랍니다. 옷장 안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더 사랑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