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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ey Jan 17. 2018

2018.1.12_익숙하지 않은 것에 익숙함을 넣기

살면서 가장 추운 날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추위 영하 17도


 와인을 편의점에서 곧잘 사온다. 잠들기 전 한 두잔 정도로 가볍게 마시고 자는 편인데 와인은 그런 습관에 적격인 술이다. 소주보다 약하고 와인보다 덜 배부르고 막걸리보다 머리가 덜 아프다. 편의점에서 만 원 정도의 저렴한 와인을 사다 두면 길게는 2주, 보통은 열흘 정도 마시게 된다.


 보통 와인 잔에 따라 마시고 다음 날이면 말라붙은 잔 안에 물을 부어놓고 출근한다. 잔이 고급은 아니지만 다른 컵보다는 설거지가 쉬운 편은 아닐 뿐더러 잔의 얇은 두께 때문에 조심스럽게 만지게 된다. 또한 긴 잔의 디자인 때문에 컴퓨터를 하면서 옆에 두면 항상 시야를 가린다. 여러모로 불편한 멋이다.


 디퓨저를 찾으러 간 자라 홈 (ZARA HOME)에서 넓은 컵을 구매했다. 두꺼운아랫 부분과 얇은 겉면이 미니멀하면서도 묵직한 멋을 주는 컵이다. 아마 싱글 몰트를 언더락으로 마시기에 적합한 잔이지 않을까 싶은 여기에 와인을 따라 마셨다. 생각보다 적당한 양이 들어가고 마시기 수월하며 모니터 시야를 가리지도 않는다. 또한 편안한 멋까지 준다.


 가끔 사람은 고정 관념에 혹은 그래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불편함을 감수할 때가 많다. 물론 그것이 예의고 매너라면 지켜야 하는 것이 맞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라면 와인 잔 대신 언더락 잔에 와인을 마시는 게 큰 무례함일까. 익숙하진 않지만 그 곳에 익숙한 것을 집어넣으면 꽤 근사한 조합이 나타난다. 삶은 이렇게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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