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종 가는 북카페에서 '사랑 설명회'라는 모임이 열렸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모일까 라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그래도 8명이 모여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물론 처음의 어색함에 사장님은 진땀 흘리며 필살의 멘트를 다 쏟아부었고, 다행히 분위기는 풀렸죠.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사랑은 희생과 불안, 맹목적인 것, 감수하게 만드는 것, 있는 그대로의 긍정 등 여러 의견들이 나왔어요.
사랑에 대한 가치관은 성장과정에서 받은 사랑이 이어지는 듯했죠.
다들 어릴 적 받았던 그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구나, 그런데 참 쉽지 않구나라고 느꼈죠.
예쁘고 잘생긴 청춘에게도, 8년째 연애 중인 커플에게도, 결혼한 부부에게도 말이에요.
글쓰기를 시작한 뒤로 목표는 사랑이었어요.
브런치에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솔직한 글들을 예쁘게 봐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였죠.
싸이월드 시절에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을 보면 관심이 확 갔었으니까요.
브런치 글쓰기에 3년이 지나도, 구독자 수는 두 자리였고, 점점 글쓰기가 늘고 있는 건지도 애매해졌지만요. 그때 우연히 독서모임을 가게 되었어요.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듯이 독서모임에 매주 나갔어요.
회원이 200명이나 되는 독서모임이었기에, 매번 테이블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달랐어요. 자유롭게 책을 갖고 와 읽고, 읽은 책에 대해 설명했죠.
성장과 열정에 대한 이야기, 불안과 위로에 대한 이야기, 가족과 결핍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곳에서 너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여러 주제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매주 모임이 끝나서는 더 건네었으면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는 날들이 쌓였죠.
모임이 열심히 간 덕분인지 저를 좋게 본 사람이 있었어요.
어느 날, 작가제의를 통해 누군가로부터 메일이 왔죠. ‘브런치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했습니다’라고요.
거기 쓰여있었던 내용은 기고나 출판 제안이 아닌 다른 제안이었어요.
독서모임에서 만난 유쾌한 그녀의 제안이었어요.
그녀는 괜찮으면 밥이나 먹자고 브런치에 있던 메일에 연락처를 보낸 것이죠.
그렇게 먹은 밥 한 끼로 제 글을 좋아해 준 그녀와의 관계가 시작됐어요.
매일같이 붙어 다니는 사이가 되었죠.
혼자 다니던 넓은 카페를 가서 함께 글을 쓰는 사람이, 맛있는 저녁을 함께할 사람이 생겼죠.
이제는 침대맡에서는 출근을 함께 걱정하고, 출근이 아니라면 떨어지지 않는 사이가 되었어요.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요.
신혼인 요즘 몇 년 전에 선배에게 들었던 말이 떠오르죠. "결혼은 여자친구가 집에 가지 않는 일이야."라고요.
익숙한 솔로의 삶을 벗어나 매일 살 맞대어 사는 가족이 되어 아직도 적응 중이에요.
그중 매일 둘이서 함께하는 일상 중에서 모임은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둘이서 모임을 다녀오면 할 말이 많아지죠.
이번 달 글쓰기모임이 끝나고 다음 모임은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이에요.
사랑의 중심에서 모임을 외치고 있달까요.
독서모임은 제게 다양한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이야기하는 것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요.
관계와 사랑에 있어서 이야기하는 능력은 무척 중요하지만 그걸 배운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남중남공공대,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많이 갖지 못했거든요.
아직 신혼이지만, 서로에게 많이 익숙해져 가는 만큼 이야깃거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야기를 잘하고 싶어요. 이런 핑계로 사랑의 중심에서 모임을 외치고 있습니다.
혼자 모임을 가던 이야기를 이만 마무리 하고 다음 달에는 '결혼하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만'에 대한 신혼생활 이야기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