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서 말하기 위한 방법

by 전자렌지

단골 미용실이 있나요? 머리를 자르러 가는 건지 대화를 하러 가는 건지 모르겠는 미용실이요.


단골 미용사 선생님과는 띠동갑이 넘게 나이 차이가 났지만, 대화가 무척 잘 통했었어요. 물론 그분이 잘 들어주셨지만요.



모임 이야기와 썸과 쌈들 그런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죠. '첫 남자에게 홀라당 넘어가버렸다'며 장난스레 한탄하던 선생님의 연애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어요.




이사를 하고 나서 그런 미용실을 못 찾았다가, 이번 주에 발견했습니다. 미용사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여러 가지를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대화는 두피 여드름 이야기로 시작해서, 나는 솔로로 한창 떠들다가, 걷기 모임과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와 직업과 결혼유무까지 이어졌죠.



잘 들어주시는 미용사 선생님 덕분에 이야기를 다 늘어놓고 왔어요.




나이가 들수록 말하기는 쉬워지고, 낯을 더 가리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10대, 20대 때는 어른들은 왜 저렇게 할 이야기가 많은가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서른이 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들어줄 누군가를 찾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한참 동안 말을 늘어놓는 어른은 되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때 귀감이 된 사람이 있었어요.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꼭 필요한 말만 하시던 분 부장님이 계셨거든요. 부장님은 오랫동안 글을 써오시던 분이었죠.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그분의 추천이었어요. 부장님은 그분을 처음 뵀을 땐 그저 책을 낼 거라고만 이야기했었는데, 그 후 몇 개월이 지나 진짜 책이 나왔어요.



몇 년이 지나서 그분은 브런치 대상작가가 되었죠. 독서모임을 처음 가게 된 것도 그분이 추천이었네요.




모임을 진행하면서 직장에서는 내향인이지만, 모임에만 오면 낯을 안 가리는 외향인이 되었어요. 직장에서의 말들은 그저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모임에서는 입이 터졌더랬죠.



물론 그 때문에 모임 초반에는 혼자 말을 계속 이어가는 바람에 운영진의 충고를 듣기도 했지만요

.




그때 술자리에서의 조언이 기억에 남아요. 운영진 한 분은 모임에서 누가 말을 참고 있었는지 알려주었어요.

그렇게 알고 보면 조용히 듣고 있던 분들은 다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었죠.



그들은 기다리다가 적시에 더 필요한 말들을 건네었어요. 그렇게 모임에서 더 값진 말들을 들을 수 있었죠.



그때 이후로 대화는 말하는 시간은 서로 비슷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1시간 동안 6명이서 이야기한다면 10분씩의 이야기해야, 혹은 그런 노력은 해야 좋은 대화였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글을 쓰다 보니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좀 더 생겼던 것도 같아요. 저의 못다 한 말은 브런치에 담으면 되었으니까요.



이후로 낯선 모임에서 첫 바람잡이 역할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렇게 모임을 하고 나면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사람의 역할을 해내면서, 저마다 다른 가치관의 깊은 이야기를 듣는 것도 너무 좋았거든요.



그리고 어쩌면 그게 제가 더 많이 대화하기 위한, 더 말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오늘 대화에서 상대방의 말과 내가 했던 말의 비율이 어땠나 한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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