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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렌지 Oct 05. 2024

모임에서 말하기 위한 방법

 

단골 미용실이 있나요? 머리를 자르러 가는 건지 대화를 하러 가는 건지 모르겠는 미용실이요.


단골 미용사 선생님과는 띠동갑이 넘게 나이 차이가 났지만, 대화가 무척 잘 통했었어요. 물론 그분이 잘 들어주셨지만요.



모임 이야기와 썸과 쌈들 그런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죠. '첫 남자에게 홀라당 넘어가버렸다'며 장난스레 한탄하던 선생님의 연애스토리도 들을 수 있었어요.




이사를 하고 나서 그런 미용실을 못 찾았다가, 이번 주에 발견했습니다. 미용사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여러 가지를 물어봐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대화는 두피 여드름 이야기로 시작해서, 나는 솔로로 한창 떠들다가, 걷기 모임과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와 직업과 결혼유무까지 이어졌죠.



들어주시는 미용사 선생님 덕분에 이야기를 다 늘어놓고 왔어요.  




나이가 들수록 말하기는 쉬워지고, 낯을 더 가리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10대, 20대 때는 어른들은 왜 저렇게 할 이야기가 많은가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서른이 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들어줄 누군가를 찾지 않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한참 동안 말을 늘어놓는 어른은 되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때 귀감이 사람이 있었어요. 이야기를 들어주고, 꼭 필요한 말만 하시던 분 부장님이 계셨거든요. 부장님은 오랫동안 글을 써오시던 분이었죠.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그분의 추천이었어요. 부장님은 그분을 처음 뵀을 땐 그저 책을 낼 거라고만 이야기했었는데, 그 후 몇 개월이 지나 진짜 책이 나왔어요.



몇 년이 지나서 그분은 브런치 대상작가가 되었죠. 독서모임을 처음 가게 된 것도 그분이 추천이었네요.




모임을 진행하면서 직장에서는 내향인이지만, 모임에만 오면 낯을 안 가리는 외향인이 되었어요. 직장에서의 말들은 그저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모임에서는 입이 터졌더랬죠.



물론 그 때문에 모임 초반에는 혼자 말을 계속 이어가는 바람에 운영진의 충고를 듣기도 했지만요

.     




그때 술자리에서의 조언이 기억에 남아요. 운영진 한 분은 모임에서 누가 말을 참고 있었는지 알려주었어요.

그렇게 알고 보면 조용히 듣고 있던 분들은 다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었죠.



그들은 기다리다가 적시에 더 필요한 말들을 건네었어요. 그렇게 모임에서 더 값진 말들을 들을 수 있었죠.      



그때 이후로 대화는 말하는 시간은 서로 비슷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1시간 동안 6명이서 이야기한다면 10분씩의 이야기해야, 혹은 그런 노력은 해야 좋은 대화였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 글을 쓰다 보니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좀 더 생겼던 것도 같아요. 저의 못다 한 말은 브런치에 담으면 되었으니까요.



이후로 낯선 모임에서 첫 바람잡이 역할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렇게 모임을 하고 나면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사람의 역할을 해내면서, 저마다 다른 가치관의 깊은 이야기를 듣는 것도 너무 좋았거든요.



그리고 어쩌면 그게 제가 더 많이 대화하기 위한, 더 말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오늘 대화에서 상대방의 말과 내가 했던 말의 비율이 어땠나 한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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