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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렌지 Sep 28. 2024

와인모임 8년 차, 저가와인만 먹는 이유

 오래전 교양과목 교수님이 낯선 모임을 소개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가는 모임들이 있다고 했다.



 10년 전, 처음으로 참가했던 번개. 영화관 앞에서 어색하게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쭈뼛쭈뼛 인사를 나눈 후에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함께 봤던 기억.



 영화 후엔 근처 중국레스토랑으로 가서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아직도 그때의 묘한 긴장감이 떠오른다.



 그 모임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혼자 밥 먹는 게 싫을 때 이런 모임에 온다고. 그 말이 왜 그리 솔직하고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하루키가 말했었나, 사람은 너무 많은 관심 속에서도, 또 너무 적은 시선 속에서도 살아가기 힘들다고 말이다.






 시간이 흘러, 낯선 도시에 직장인이 되어 처음 찾아간 모임은 와인 모임이었다. 와인이라니, 처음엔 좀 낯설었다.



 술이라면 소주나 폭탄주를 떠올리며, 요란한 분위기 속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대학 동아리 모임생각났다. 그래도 주말에는 혼자 집에서 맥주 한잔 하는 것보다, 어딘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처음 와인 모임에 갈 때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대화가 어색하지 않을까? 와인보다 차라리 친목을 중시하는 고량주 모임이 더 어울렸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와인모임에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남중, 남고, 공대 출신으로는 조금 낯선,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자리였다. 가 반반인 그 공간에서 함께 와인을 배우는 경험은 새로웠다.



 음에는 와인 병의 가격으로 6병을 맛볼 있다는  가장 좋았다. 번 다른 맛과 향에 대한 기대는 초보가 갖는 큰 재미였다.

리적인 가격 대 번개모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학생 때 기념일을 위해 급하게 구한 레드와인은 떫고 시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와인이 숙성 기간이 짧은 젊은 와인에서 주로 그랬다. 오크통이 아닌 오크칩 숙성 와인일 수도 있었다.



 그때는 달콤한 모스카토를 즐겨 마셨다. 마치 음료처럼 마실 수 있는 와인이라니, 당시에는 그게 가장 좋았다.



 와인은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그 떫은맛과 맛이 부드러워2차 향, 3차 향이 더해진다고 한다.



 풍부한 과실향, 특이한 2차 향, 그리고 부드러운 탄닌과 산미, 묵직한 바디감. 중 두 가지만 만족하더라도, 와인은 사 먹기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그렇게 찾은 레드와인의 가성비는 개인적으로 포도 품종 중 쉬라(쉬라즈)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중 바닐라나 다크초콜릿 같은 향이 나는 것을 고다. 


   전혀 없지만  향이 탄닌과 산미를 부드럽게 누르는 것이 신기다.

 Vivino 어플로 사진을 찍어 원하는 향을 찾 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괜찮은 와인을 선택한다더라도 떫은맛과 신맛은 있었다. 다만 그것이 쓰거나 날카롭지 않을 뿐.

와인 모임을 통해 와인의 부드러운 탄닌과 산미의 기준을 정하는 건, 가성비 와인을 고르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와인의 떫은맛은 육류의 풍미를 더해주고, 산미는 느끼함을 잡아준다.



 와인은 첫째로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술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산 화이트와인 와 짜파게티를 끓여 먹은 적이 있는데, 가격에 비해 실망했던 와인과 달리, 어본 적 없는 인생 짜파게티 먹을 수 있었다.




 와인모임을 갈  오늘도 맛있게 먹으러 간다는 생각으로 즐거웠다. 뚝딱 만든 음식을 허겁지겁 먹을 때와는 달리, 천히 맛과 향 집중하경험 또한 밌었다.



 수요미식회의 패널들처럼 와인의 풍미와 음식과의 페어링에 이야기를 나누던 것도.

 상반되는 반응에 다시금 마시고, 그것을 이해하기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내버려 두는 것도.

 


 모임 동기들과 양극단으로 갈리는 와인 취향을 가지고 토론이 열리다가도, 취해갈수록 와인은 술술 들어가는 술이라는 사실에 수렴했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럴 때 와인은 대화하는 매개체일 뿐이었다. 

  이어가고, 위기를 살피며, 엉뚱한 말에 난치, 오해가 될 만한 말에 대해 얼른 해명하기하면서 말이다. 사람들과의 대화가 재밌어지고 편해진 건 사회초년생 이후 모임을 다니면 서다.

 



 퓨터 모니터 눈싸움을 하는 한 주를 보낸 끝에 소중한 시간이었다.  회사에서의 한 명의 일꾼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온전 시간이었다.

즐거웠던 농담과 감정을 취하게 했던 말들은 신기하게 쉽게 휘발되었지만 말이다.



 와인모임은 그렇게 8년 차가 되었다. 이젠 한두 번 정도 참석해서 모임 회장님은 얼굴 까먹을 때쯤 온다고 하지만. 



참석하고 싶을 때 갈 수 있는 모임이 있다는 건 정신건강에 이롭다. 혼자인 상태가 자발적인지, 비자발적인 지에 따가 외로움의 무게는 다르.



외로울 때 그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도시에서 갈 곳 없이 혼자 외롭다 느꼈을 때,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며 알려준 사람들이 있었다.


만, 그들은 로운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모임이라는 선택지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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