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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렌지 Sep 21. 2024

걷기 모임 다니다 이사한 이유

 

오랫동안 걸었던 익숙한 길이 있나요?


명절고향에 가면 초등학교 때 등하교하며 걷던 길을 혼자 걸어 때가 있니다.


어릴 적 동네가 그대로 보 때, 여러 기억들이 떠오르죠.



몇 걸음걸음마다 익숙한 풍경들이 보고, 말랑말랑했던 감정들을 피어올라요. 



누군가에게는 그저 오래된 동네의 뒷산과 하천, 슈퍼마켓과 파트겠지만 이 있 곳들이.



포켓몬 빵을 고르던 슈퍼마켓, 또래들이 모이던 놀이터, 매일같이 보던 하천과 뒷산이니까요.



 길 특별했던 이유는 걸으며 쌓아왔던 시간 때문이겠죠. 햇볕 쨍쨍하고, 비 오고, 시원하고 추운 날들이 있었죠. 


비 오는 날 혼자 우산 없이 비를 피했다 뛰었다를 반복하던 기억도.


학교를 갔다 개교기념일이란 걸 알고 친구와 깔깔대며 돌아온 기억도.







어릴 적 모험을 는 것처럼 멀리 가서 발견한 동네 있었죠. 


새로운 동네에는 고급스러운 소라빵을 팔던 빵집이 있고, 서비스 시간까지 주던 PC방이 있었죠. 행운처럼 다가온 장소였어요.



몰랐던 길과 동네를 발견하고, 좋아하고 또 익숙해졌던 경험이 있나요?


 3년 전, 로 이사한 그곳에서 만난 행운은 주변에 있던 강변공원이었어요.


주변 가로수를 따라 걷다 보니 횡단보도가 나오고, 다시금 가로수길 횡단보도가 나왔죠.


건물들을 지나나 보니,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오른쪽 시야 끝부터 왼쪽 끝까지 이 펼쳐진 광경을요.



강변공원 근처 빌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매일매일을 강변공원으로 퇴근을 했어요.


근처에서 밥을 사 먹고, 강을 따라 산책을 한 뒤

카페에 가서 글을 쓰는 게 일상이었.




강변공원에는 사람들이 모여 걷는 걷기 모임도 있었습니다. 

벚꽃 피는 봄날 하루에 두세 번씩 같이 산책을 하기도 했죠. 추운 겨울날 롱패딩을 입고 입김을 뿜으며 었죠.

 



유럽에서 공원은 도시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자연과 다시 연결되고 쉴 수 있는 녹지공간으로 소중히 여겨진다고 해요. 



여러 나라 사람들의 쉬는 법을 고찰한 '잘 쉬는 기술'이라는 책에서도 10가지 중 4가지가 모두 공원에 나갔을 때 흔히 하는 것들이었죠.



집 근처의 콘크리트와 철골의 건물 사이와 아스팔트 길에서는 위압감을 느끼며 걷다가,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공원을 따라 걸어 강을 만나면 왜 위안을 느낄까. 



생명을 가진 자연과 목적을 가진 건축물

직관적으로 차이가 있. 목적이 분명한 공간에서 사람은 자유로울 수 없겠죠. 도시 건물에 사람과 공간은 수단이니까요.



건물들을 벗어나 자연을 찾아갈 필요가 있어요.

자연은 목적 없이 생겨나 자라는 존재이기에, 그 자체로써 위안이 않을까요.



살아 있는 것은 목적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게 자연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늘과 강, 나무, 꽃에 가치를 두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자체에 긍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죠.



'어디서 살 것인가'의 저자 유현준 교수는 책에서 우리 가까이 있어야 할 공원에 대해 말했어요. 건축의 권력과 그것이 재분배될 필요성에 대해서도.



주말에는 인근 공원을 찾아 산책을 나서는 건 어떨까요? 어릴 적 걸었던 길을 추억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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