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불행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백예린의 노래 'Antifreeze'는 빙하기의 도시에 대해 말한다. 노래는 기후변화로 얼어버리는(freeze) 도시에 살아남으려는(Anti) 상황을 묘사한다. 그런데 가사가 조금 엉뚱하다.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라 노래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 내면에 있는 의지를 음악이 형상화한다고 했다. 절망 속에서 춤을 춘다는 건 어떤 걸까.
단편소설 '어느 밤'에서 주인공 할머니의 '그것'은 절망 속에서 춤을 추기 위한 물건처럼 보인다. 그녀가 말하기 시작하는 불행의 서술은 주변 인물로부터 시작해 가까운 관계로 좁혀온다. 사고로 인해 절망 속에 돌아가신 아버지, 사이비 종교에 빠져 사라진 동생과 어머니, 망가져버린 남편 등에 대해 말한다. 이러한 소설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다소 파격적이다.
할머니는 삶을 삼킬만한 파도 속에서 구명정 같은 것으로 인해 떠있다. 소설의 첫 번째 문장은 '일주일 전 킥보드를 훔쳤다'로 시작한다. 할머니는 킥보드를 훔쳐 타는 엉뚱함을 사이에 두고 불행과 행복추구를 넘나 든다. 그녀가 킥보드를 타며 노래를 흥얼거릴 때, 그 일탈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순수한 욕망이 불행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때, 독자에게 전해져 오는 것은 안도감이다.
'인생은 아름다워(1999)'에서의 주인공 귀도또한 마찬가지로 엉뚱하다. 길을 가다 누군가에게 발을 밟히면 보통 인상을 쓰겠지만, 귀도는 '밟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인연을 만드는엉뚱한 사람이다.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도라의 마음을 얻어내는 귀도의 기발함을 연극처럼 보여준다. 그렇게 귀도와 도라 둘 사이에 죠수아가 태어난다. 영화는 그들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유대인 수용소 이야기를 다루지만 전체관람가라는 상식적이지 않은 영화이다. 이는 귀도가 아들 조슈아를 위해 유대인 수용소의 절망을 치열하게 가리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죠슈아의 생일날 들이닥친 군인들로 인해 둘은 유대인 수용소로 향한다. 하지만 귀도는 이 상황을 아들 죠수아에게 단체게임이라 속인다.
영화는 수용소의 잔인함을 묘사하는 대신, 코미디의 방식을 고수한다. 귀도는 아들 죠수아가 의심을 가질 때마다 특유의 재치를 발휘한다. 영화 내내 귀도는 숨 가쁘게 기발함과 유쾌함을 유지한다. 마치 위험한 마술을 태연하게 하는 마술사처럼, 멈출 수 없는 춤을 추는 댄서처럼 열중한다.귀도는 반복되는 임기응변으로 아들 죠수아를 눈가림하고, 악전고투하며 수용소 내에서 죠수아를 숨긴다.
영화 말미 귀도가 시체가 더미로 쌓인 절망의 형상을 본 이후에도 그의 죽음을 암시될 때도 엉뚱함을 고집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숨어있는 아들을 향해 윙크를 하고 우스꽝스러운 걸음으로 걸어간다.영화에서 유대인 수용소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엉뚱하게 희망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아들 죠수아는 수용소의 절망을 모른 채 희망(단체게임의 상으로 받는다고 알고 있는 탱크)을 갖고 숨바꼭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