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정신건강의학과에 갈 수 있다
남들보다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일이 꼬일 때, 신체적 반응이 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어지럽다거나 심할 때는 쓰러질 것도 같고 구토가 나올 것 같은 기분도 든다. 특정 상황일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정말 아무 일이 없이 앉아있거나 밥을 먹을 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할 때는 당이 떨어진 것처럼 손이 떨리기도 한다. 현대인에게는 스트레스가 친구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더군다나 어렸을 때부터 빈혈이 있었기 때문에 어지러울 때는 으레 철분제를 찾아 먹기도 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던 꼬맹이 시절에 가슴이 답답해 병원을 찾았던 적이 있다. 가슴에 뭐가 얹힌 것처럼 답답했고 한숨을 크게 내쉬어도 답답한 가슴이 풀리지 않았다. 병원에서 심리적인 이유라고 했었다. 그런데 글쎄, 그 증상이 30여년 만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처음에는 이러다말겠지했다. 하지만 증상은 점차 심해졌고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한숨을 깊게 쉬어봐도, 하품을 해도 답답함이 풀리지 않았다. 회사에서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저녁에 심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깊어졌다. 병원에 가야 하나 처음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 나는 매우 바빴다. 대학원에 다니기 시작했고 결혼 준비를 했다. 불필요한 것들은 다 제외했다고 생각했는데 결혼식을 치름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사를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했고, 회사 일도 많았던 관계로 병원에서도 일을 해야 했다. 회사 점심시간에도 틈틈이 과제를 해야했고 나의 취미생활인 축구 직관도 놓칠 수 없었다. 하필 우리 팀은 역대 최악의 경기력을 펼치며 축구장에서 나를 잠들게까지 만들었다. 이것이 삼재인가? 역시 사주팔자는 데이터 사이언스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작년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였다.
스트레스의 가장 큰 요인은 회사였다. 조직장을 제외한 우리팀 인원들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나는 회사의 밑바닥까지 다 보고 나왔다. 그리고 퇴사일에 처음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게 되었다.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아무나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게 나일 줄은 몰랐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만 겨우 이 정도 증상으로 병원에 가야 할까? 괜히 별일도 아닌거로 오바육바 떠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친구가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얘기를 했을 때는 힘들면 병원에 가서 전문가를 만나야지, 잘했다고 해줬으면서 막상 내가 간다고 생각하니 막연한 두려움이 생겨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으면서도 겨우 이 정도 증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힘들 때 먹으라고 챙겨준 상비약을 도통 어느 시점에 먹어야 할지도 몰랐다. 병원을 다니고 얼마 되지 않아 큰일이 한 번 있었는데 그때 깨달았다. 내 상태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병원을 다닌지 3개월 차가 되었고 약을 여러 번 바꾼 결과 힘들던 증상이 많이 줄어들었다. 선생님도 잘 맞고 덕분에 나를 더 깊게 알아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가고 있고 이제 그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