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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Nov 12. 2023

다시, 출근

<일상>

  썩 좋지 않은 기억만을 남겨둔 면접의 경험들이 스쳐 지나가던 23년의 여름.

어디는 정신병자라는 키워드를 사용하고, 어디선 오너십이 없었을 것이란 이야기를 직접 들어가며 면접장을 오가는 시간이 흘러갔다. 면접의 합격 여부와는 관계없이 연락을 줄 것이라던 기업들로부턴 역시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 기업들에 대한 이미지만 점차 나빠지고 있던 와중, 최종 면접까지 합격한 곳이 드디어 등장했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보고, 여기도 떨어지면 몇 달 재정비하고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겠다.'


  마음먹었던 찰나,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었다. 본가에서부턴 거리가 꽤 되는 거리였기 때문에 당장 나가 살 집을 계약했고, 이사를 하는 등 출근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로써 병원에서 2023년을 맞이했을 때 다짐했던 것들을 모두 이뤄냈다.


1. 퇴원하기

2. 재취업하기

3. 자취 재시작하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가을 무렵부터 다시 직장이라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오랜만에 경험하는 출근길은 매일매일이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인파들 사이에 낑겨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불안전한 하지까지 더해졌으니 이거 넘어졌다간 진짜 큰일 난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손잡이를 잡기 위해 자리를 잡아야 했고, 어떨 땐 팔을 쭈우우욱 뻗어야 했기에 팔이 후들거리는 날도 비일비재였다.


  퇴근길 역시 만만치 않았는데, 정시퇴근을 할 적엔 지하철을 2~3대 보내놓고도 꽉꽉 들어찬 퇴근길을 경험하며 그냥 3~40분 늦게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자리 잡게 해 주었다.


  한 분기동안 출퇴근길 속에서 경험했던 것들은 이전의 것과 흔히 다르지 않았다. 다만, 지팡이를 짚고 거니다 보니 사람들이 야속해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 정도? 몇 가지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자리는 안 비켜줄 수도 있지

  - 그래 출퇴근길은 누구나 힘들고, 솔직히 자리가 나면 앉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눈 마주치고 뻔히 지팡이 짚고 있는 거 보이는데 권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다. 그냥 슥 앉고, 앞에 서있는 날 위아래로 슥 훑어보고 그냥 그렇게 슥 간다. 훑어보는 것도 기분 나빠 죽겠다.


2. 위아애로 좀 그만 훑어봐라 진짜

  - 이건 유독 나이 많은 사람들이 그러는데, 진짜 그냥 적나라하게 위아래로 슥슥 훑어보고 지팡이를 빤히 바라본다. 와 진짜 면전에다 무어라 한 소리 내뱉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랑 눈을 마주칠 적마다 한없이 기분 나쁜 눈총을 보내곤 한다.


3. 교통약자용 엘리베이터로 신명 나게 뛰어가는 이들

  - 이건 뭐랄까... 그냥 혀가 내둘러진다고 해야 하나? 할 말이 많지만 굳이 적지 않겠다. 이건 그냥 절레절레 다. 이들 덕에 타야 할 사람이 정작 타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종종 연출된다. 남녀노소 관계없이.


  아무튼 간에 이제 한 명의 출퇴근러로서 또다시 다가올 한 주가 기대된다. 솔직히 요즘 일 하는 게 너무 재밌다. 비록 출퇴근길은 약간의 다이내믹함이 있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새로이 다가오는 한 주가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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