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번 친구들과의 잉여짓은 병원에서 생활할 무렵, 친구가 보낸 하나의 카톡에서부터 시작됐다.
5월 말 사람의 상상에서 출발한 이 한 마디는, 11월 중순 현실화됐다. 목적지는 태안.
출발 사흘 전, 무엇을 먹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다 오가는 길엔 부추탕수육과 게국지를, 펜션에선 최초 이야기한 바와 같이 고기와 조개를 구워 먹기로 했다. 굽는 건? 당연히 나였고..
출발하는 날은 유난히 깨끗해 보이는 가을하늘이 반겨주었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하지 않던가. 파란 하늘빛과 뭉게뭉게 가을 한 자락의 솜사탕이 반겨주는 하늘. 하지만 태안에 다다를수록 점차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이내 수많은 구름 사이로 해가 가려지기 시작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구름 틈새로 쏟아지는 빛줄기 덕에 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빛의 연출을 보며, 약 2~3시간을 달려 게국지 집에 도착하였다. 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반겨주는 거센 바닷바람과 짠 내. 음~ 바다 스멜~ 비로소 바다에 인접했음을 실감 나게 해 준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였다. 밑반찬으로 나온 간장게장, 양념게장, 그리고 간장새우. 특히 간장새우가 맛있더라. 밑반찬을 해치워갈 무렵 나온 게국지. 게국지의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 머릿속에 그 효과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 오오오!! (대충 요리왕 비룡 미미 짤)
밥을 먹는 내내 친구들과 오가는 대화는 단 두 마디뿐.
"와, 국물 미쳤다. 엄청 시원해."
"와 대박 맛있다."
게국지와의 만남을 마치고, 바다를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바닷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더욱 많아지는 구름과 거세지는 바람이 우릴 맞이해 주었다. 차고 센 바닷바람에 몸을 가눌 수 있을까 싶었지만, 다행히 다리는 잘 버텨주었다. (반년 전이었으면 분명 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넘어졌을 것이다.)
바닷바람과 맞서 싸워가며(?) 무사히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나서 거닐기 시작했다. 목표는 일몰을 보기 위한 것이었으니, 그 시간까지 인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한 걸음 여정이 시작됐다. 가는 길엔 거친 바닷바람뿐이었다.
"나 이제 머리가 아파."
"평형기관이 고장 났나 봐. 뭔가 어지러워."
카페로 가는 길에 귀에 멍-해지는 기분과 더불어 편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신기한 현상이군.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구름 사이로 비추는 붉은빛을 본 뒤(일몰이었던 것) 펜션으로 향했다.
펜션에 무사히 도착, 고기와 조개, 소시지, 파인애플 등을 함께 구우며 잉여짓을 하기 시작했다.
밤바다의 찬 기운 덕에 고기는 숯불에서 꺼내기 무섭게 차디차게 식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맛있는 고기. 소화 잘되는 고기. 고기에 조개를 하나 얹어 쌈을 먹고 또 먹어도 줄지 않는 기이함이 있긴 했지만.
음악을 들으며 고기를 굽고, 먹고 마시며 불멍.. 인가? 싶은 불멍을 즐기며 저녁을 보냈다.
닌텐도 스위치를 들고 온 친구가 어댑터를 들고 오지 않는 뼈아픈 실수를 하여 아쉽게도 뺨다구 때리는 게임은 비록 닌텐도 화면으로만 즐길 수밖에 없었으나, 서로 번갈아가며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친구의 몬스터헌터 영업은 실패했지만)
다음 날은 올라오는 길에 부추탕수육을 먹기로 했다.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감안을 한 채 당진으로 향했다. 브레이크 타임에 걸리진 않을까 싶었으나, 다행히 브레이크 타임으로 인한 주문마감 전에 도착, 무사히 먹을 수 있었다.
와 이번 부추탕수육 역시 성공적이었다. (역시 내가 선택하는 곳은 항상 성공한다.)
무즙을 갈아 넣은 특제 소스로 인한 감칠맛과 단맛이 조화로웠고, 특유의 신맛도 거의 나지 않아 거부감 없이 먹었다. 텁텁한 맛없는 깔끔한 뒷맛이 일품.
이후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며 무사히 이번 잉여짓이 마무리되었다. 다음엔 이번에 오지 못한 친구까지 함께 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품고, 이번 1박 2일의 잉여짓을 매듭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