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병원에서 지낼 당시 많은 방면에서 도움을 받은 친구가 있다.
일상을 공유하는 메신저를 베이스 삼아, 가끔은 통화를 하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때론 서로의 고민을 툭 터놓기도 하고, 심리검사도 덩달아 행해줬던 친구.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그 친구에게 내담자가 필요했고, 기꺼이 내담자로 맘껏 활용(?)하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동안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나의 모습을, 그 친구 덕에 또렷하게 돌아볼 수 있던 재밌는 시간과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퇴원 후, 그 친구와 만나 밥을 먹는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선 친구의 동네로 직접 가기로 한다.
"밍아, 너 이동 불편한데 내가 갈게!"
"아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며. 우리 집 근처는 딱히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네가 여기 오면 길 헤멜 거 같아."
"어떻게 알았어?"
"그럴 거 같았어. 내가 그쪽으로 갈게."
내심 집 주변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덜컥 친구네 동네로 가겠다 한 것도 크다. 메뉴는 그래도 동네에 더 밝은 친구의 추천 픽. 도삭면.
"맨날 집에서 밥 해 먹으니까 내가 사는 동네인데 잘 몰라. 여기는 몇 안 가본 동네 음식점인데, 맛 괜찮아!"
"흠.. 그럼 친구만 믿고 간다..?"
도삭면..이 뭐지? 처음 먹어보는 메뉴에 모험심이 솟아나는 건 덤. 그 와중에 끝까지 의구심을 내려놓지 못한 건 덤. 버스에서 무사히 내려, 천천히 절룩거리며 음식점을 향해 걸어간다.
고기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메뉴이기에 갈비뼈 한 대가 들어간 메뉴를 고른다.
음식점에서 메뉴를 시킨 후 나온 음식을 먹는다. 넓게 자른, 생각보다 두터운 면발을 보며, 잠깐이나마 식감에 대해 의심했던 나. 생각보다 괜찮은 맛이 입 안을 감싸돌자, 행여나 이상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던 찰나의 긴장감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식사를 마친 후 카페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움직인다. 마침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보여 발걸음을 옮긴다.
"난 여기 아인슈패너에 올라가는 크림이 진짜 맛있는 거 같아."
나의 한 마디에 덩달아 같은 메뉴를 시키는 친구.
다행히 만족해하는 눈치다.
대화는 사실상 정신이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를 한다.
친구를 만났던 당시 한창 이슈가 됐던 초전도체에 대한 나의 소신을 이야기하기 하다 어쩌다 보니 물리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과학적 고증에 대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토해내기도 하고, 퇴원 후 있었던 자잘한 삶 속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다.
한창 물리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나의 소신을 이야기하다 문득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말을 건넨다.
"근데 우리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어쩌다가 이런 주제까지 흘러들어왔어?"
"나도 몰라? 근데 재밌다 빨리 해봐바."
시간이 흘러 슬슬 졸음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 슬슬 졸리다."
"나도 슬 피곤하다. 이제 슬 각자 집으로 가자."
그렇게 서로의 안녕을 빌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