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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밍한 밍 Oct 17. 2023

다른, 만남.

<일상>

  병원에서 지낼 당시 많은 방면에서 도움을 받은 친구가 있다.

  일상을 공유하는 메신저를 베이스 삼아, 가끔은 통화를 하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때론 서로의 고민을 툭 터놓기도 하고, 심리검사도 덩달아 행해줬던 친구.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그 친구에게 내담자가 필요했고, 기꺼이 내담자로 맘껏 활용(?)하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동안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나의 모습을, 그 친구 덕에 또렷하게 돌아볼 수 있던 재밌는 시간과 경험을 가질 수 있었다.


  퇴원 후, 그 친구와 만나 밥을 먹는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선 친구의 동네로 직접 가기로 한다.


"밍아, 너 이동 불편한데 내가 갈게!"

"아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다며. 우리 집 근처는 딱히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네가 여기 오면 길 헤멜 거 같아."

"어떻게 알았어?"

"그럴 거 같았어. 내가 그쪽으로 갈게."


  내심 집 주변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덜컥 친구네 동네로 가겠다 한 것도 크다. 메뉴는 그래도 동네에 더 밝은 친구의 추천 픽. 도삭면.


"맨날 집에서 밥 해 먹으니까 내가 사는 동네인데 잘 몰라. 여기는 몇 안 가본 동네 음식점인데, 맛 괜찮아!"

"흠.. 그럼 친구만 믿고 간다..?"


  도삭면..이 뭐지? 처음 먹어보는 메뉴에 모험심이 솟아나는 건 덤. 그 와중에 끝까지 의구심을 내려놓지 못한 건 덤. 버스에서 무사히 내려, 천천히 절룩거리며 음식점을 향해 걸어간다.


고기와 면의 조화는 늘 옳다.

  고기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메뉴이기에 갈비뼈 한 대가 들어간 메뉴를 고른다.

  음식점에서 메뉴를 시킨 후 나온 음식을 먹는다. 넓게 자른, 생각보다 두터운 면발을 보며, 잠깐이나마 식감에 대해 의심했던 나. 생각보다 괜찮은 맛이 입 안을 감싸돌자, 행여나 이상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던 찰나의 긴장감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식사를 마친 후 카페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움직인다. 마침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보여 발걸음을 옮긴다.


"난 여기 아인슈패너에 올라가는 크림이 진짜 맛있는 거 같아."


  나의 한 마디에 덩달아 같은 메뉴를 시키는 친구.

다행히 만족해하는 눈치다.

크림이 쫀쫀해서 맘에 드는 곳

  대화는 사실상 정신이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를 한다.

  친구를 만났던 당시 한창 이슈가 됐던 초전도체에 대한 나의 소신을 이야기하기 하다 어쩌다 보니 물리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과학적 고증에 대한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토해내기도 하고, 퇴원 후 있었던 자잘한 삶 속 에피소드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다.

  한창 물리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나의 소신을 이야기하다 문득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말을 건넨다.


"근데 우리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어쩌다가 이런 주제까지 흘러들어왔어?"

"나도 몰라? 근데 재밌다 빨리 해봐바."


  시간이 흘러 슬슬 졸음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 슬슬 졸리다."

"나도 슬 피곤하다. 이제 슬 각자 집으로 가자."


  그렇게 서로의 안녕을 빌며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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