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의 책장 #11, <두려움 없는 조직>
"어디 좋은 아이디어 좀 없을까요? 의견 좀 내주세요."
"라디오 방송을 하는 콘셉트로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아 그거 제가 예전에 냈던 아이디어예요. 다른 아이디어 없어요?"
"여행하는 콘셉트는요?"
"아 그것도 제가 예전에 내봤던 아이디어예요. 좀 참신한 거 없어요? 그게 다예요? 하. 새로 들어오셔서 뭔가 색다른 게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그렇지 않네요. 다른 분들은 아이디어 없어요?"
"........."
"항상 저만 아이디어를 내놓고, 제가 다 하잖아요. 다른 분들도 좀 내보세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의 능률은 결코 오르지 않았다. 매 번 찾아오는 회의시간이 싫게만 느껴졌고, 하루빨리 그만두고 다른 곳을 알아볼까 싶은 생각을 갖기도 했고, 심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게 다가왔던 그런 경험이다. 갈수록 입을 다무는 시간이 길어지기만 했다. 마치 생각을 포기한 듯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고,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 역시 줄어들어만 갔다. 그저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인형이 되어가고 있었다.
책의 저자가 말하는 심리적 안정감 혹은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 구성원의 모습이다.
저자는 심리적 안정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위험으로부터 근무 환경이 안전하다고 믿는 마음'. 좀 더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의견을 말해도 무시당하지 않고 질책당하거나 징계받지 않는 다면, 즉 구성원 모두가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면 동료들의 눈치 따윈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이나 질문, 우려 사항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심리적 안정감은 구성원이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때야 비로소 생긴다.'
위에서 언급한 리더에 이끄는 팀엔 이런 건 일체 찾아볼 수 없다. 리더는 그저 자신의 생각을 주입하기 바빴으며, 타인의 의견에 대한 존중은커녕 이를 무시하기 바빴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상황의 분위기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직장임을 말하면, 되려 부러워하는 시선을 받게 된다.
그럼 이러한 심리적 안정감이 쌓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어떠한 것이 필요할까?
업무를 바라보는 틀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실패를 그저 질책하는 것으로 매듭짓는 것이 아니다. 그 실패를 통해 어떠한 '교훈'을 얻었는지 주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통해 실패는 '새로운 도전의 결과'라는 것을 조직 구성원들이 알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의 실패는 '예방 가능한 실패'의 것과는 결이 다름을 명심해야 한다. 예방 가능한 실패는 충분히 피해 갈 수 있었음에도 움직이지 않은,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한 부산물일 뿐이다.
이러한 토대 위에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원들의 의견을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상황적 겸손함'을 보여주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감사를 표현'하고, '실패라는 부정적인 것'을 제거하고, '위반에 대한 엄벌'을 진행하는 것이다.
리더로서 모든 답을 알고 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어 임원부터 신입까지 모두가 '배우는 중'임을 보여주고, 적극적인 질문을 통해 상호 생각의 폭을 넓게, 깊이를 깊게 가져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감사 표현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패는 항상 일어나는 것임을 숙지하고, 업무를 추진함에 있어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규칙 위반에 대한 엄격한 대응을 통해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행위에 대한 선을 만든다.
이에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 웰스파고 사태 등등의 심리적 안정감이 없는 조직에서 일어난 거대한 사건사고들 뿐만 아니라, 다비타 신장투석 센터,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등 심리적 안정감이 충분히 자리 잡고 있는 조직에서의 바람직한 모습 또한 열거하고 있다.
이러한 대비되는 사례를 동시에 들어주어 심리적 안정감에 대한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와닿게 해 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이 잘 잡힌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본다.
가족을 이루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나의 가족 분위기에서 심리적 안정감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수 있으리라. 자녀가 있는 가족이라면, 자녀가 자신의 생각이나 꿈, 성적표 등을 쉽사리 공개할 수 있는가? 한 단계 더 나아가, 만약 자신의 생각이나 꿈을 곧이곧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면, 쓸데없는 생각일랑 말고 공부나 더 하라고 하진 않는가? 혹은 그 생각이나 꿈이 단순히 '부모가 바라기 때문'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진 않은가? (사견이지만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부모님이 원해서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할 말을 잃곤 했다.)
내가 속한 조직은 어떠한가?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맘껏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의견을 표출한다면, 그때 '상사인 나'는 부하직원에게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가? (세대 논리는 넣어둬라. 그건 말도 안 되는 떼쓰기에 불과하니까. 막말로 고대 벽화에도 라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심리적 안정감이 잘 마련되어 있는 곳이라면, 더 좋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꾸준히 이루어낼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지금이라도 심리적 안정감을 꾸준히 구축해 보도록 노력하자. 어느 순간 매력적인 조직으로 탈바꿈될 수 있으리라.
'혁신'을 외치기 전에, '혁신'을 끌어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붕부터 짓는 건물은 없다.
(시퍼렇게 어린놈이 뭘 안다고 책 한 권 읽고 이딴 글을 써?라는 생각이 혹시나 든다면,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그대로 팔을 머리 쪽으로 빠르게 접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