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지난 몇 달간의 주말을 앞둔 나의 마음엔 반가움과 괴로움이 공존했다.
하나, 지옥철을 뚫어가며 닷새 간의 출퇴근 이후 찾아오는 짧지만, 달콤한 쉼으로부터 출발하는 반가움.
둘, 주말마다 찾아오는 편두통.
토요일 오전 열 시 즈음, 눈을 뜸과 동시에 머리 쪽에 불쾌한 통증이 반겨온다. 미리 구비해 둔 편두통 약 세 알을 먹고 다시 잠에 든다. 1~2시간 후 눈을 다시 뜬다. 통증이 좀 나아지겠거니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머리를 죄여오는 통증은 당최 사라지질 않는다. 꾸역꾸역 밥을 먹고, 다시 약을 두 알 집어든다. 그리곤 다시 몸져눕는다. 이유는 알 수 없는 그런 편두통 덕에 하루종일 이불속에 몸을 몸져누운 채 토요일을 보낸다.
일요일 오전 열 시, 다시 눈을 뜬다. 기대와는 달리 편두통이 채 가시지 않는다. 다시 편두통 약 세 알을 먹고 가만히 이불속에 누워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아침과 낮 시간을 고스란히 보낸다. 오후 5시를 향해 갈 무렵, 편두통 증상이 게 눈 감추듯 싹 사라진다.
출근할 때까지 편두통이 남아있으면 어쩌지 걱정하고 있는 찰나, 편두통이 언제 있었냐는 듯 깨끗하게 사라진 머리를 죄여오는 통증.
억울한 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없어진 게 어디냐 생각하며, 쓰레기를 버리고 코인노래방을 다녀오며 찰나의 바깥바람을 쐰다.
약 3달간의 주말, 토요일 오전부터 시작된 편두통에 시달리다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나아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주말이라는 단어에 겁을 먹기 시작했다.
'아 이번에도 편두통이 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퇴근길에 약국을 들러 편두통 약을 미리 구비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저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런 모습.
1년 간 입원하며 근육이 훅 빠졌던 후유증의 산물인지, 단기간에 일상에 적응하려고 욕심부렸던 과욕이 부른 참사인지는 도통 감이 잡히진 않는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영향을 준 것일 수도 있고, 두 가지 모두 아닐 수도 있지만, 회사-운동-집이라는 단순한 루틴을 갖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참변(?)이 매주 찾아오다니.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오전에도 편두통이 찾아와 약을 세 알 집어먹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결혼식을 다녀온 어젠 편두통이 일절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
흠.. 어쩌면 바닥을 쳤던 체력이 아직 미처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롯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이 시간을 좀 더 느긋한 템포로 가져가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지만, 다시 퇴원 직전으로 돌아간다 한들 지금과 동일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