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느 날과 다름없이 퇴근 후 귀가하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때마침 노약자석에 자리가 남아있었고, 그곳에 앉아 집으로 가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얼굴이 불그스름한 중장년 한 명이 술냄새를 풀풀 풍긴 채 내 앞에 서더니 대뜸 한 마디 던진다.
"거 젊은 애가 자리 좀 비키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아 나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걸. 무시하고 갈까 고민했지만, 가만히 있으면 또 한 마디 거들 것 같아 지지않고 이야기했다.
"저 지팡이 짚고 있어요."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굳이 굳이 내 상황을 말하기 싫었고,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닌다' 정도의 표현 정도면 어느 정도 이해하겠거니 싶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나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지팡이 짚고 다니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잘못 들었나? '노·약자'석(교통약자석)의 뜻을 모르나? 그 자리에 그려져 있는 그림의 사람이 딱 내 모습인데?
기어이 '혹시나 싶던 상황'이 발생했다란 생각과 함께 서러움과 짜증이 솟구쳤다.
"내가 하반신 마비가 와서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
"아 그래. 그럼 양보해 줘야지."
그러고선 아무 일 없다는 듯 휴대폰을 보며 그렇게 내 앞에 계속 서있었다.
닷새 전 퇴근길은 서러움이 복받치는 시간이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위아래로 빤히 쳐다보는 그 수많은 눈초리들이 익숙해질 무렵, 기어코 혹시나 싶던 상황이 발생했다. 무엇보다 넌지시 물어보는 뉘앙스였다면 모를 수도 있겠거니 넘어가는 감정으로 쓱 지나갔을 테지만, 이 날의 어감은 그렇지 않았다.
"감히 너가 이 자리에 앉아있어!?"
의 뉘앙스는 한동안 머릿속에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술 냄새 풀풀 풍기는 붉은 얼굴의 그 중장년이 풍겼던 분위기는 가히 강압적이었다.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런 좋지 않은 예감은 어째 빗나간 적이 없는데.
이 외에도 다양한 진풍경을 경험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이젠 하도 익숙해진 나머지 이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무튼 돌아오는 주도 출퇴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