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벨 데드리프트를 수행하던 중, 왼쪽 오금에 깨림칙한 느낌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아무런 느낌 없이 부드럽게 잘 수행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이러지?
"선생님 왼쪽 오금이 살짝 결리는 느낌이 들어요."
"아 그러세요? 밍님 지금 하반신 전반적으로 힘이 부족하다 보니 그런 느낌이 들 수 있어요. 당분간은 데드리프트 하고 다리 좀 풀어드려도 괜찮을까요?"
"넵.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오른쪽 오금엔 아무런 증상이 없는 반면 왼쪽 오금에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걸 보며, 나름대로의 추측을 해본다. 왼발바닥이 지면을 지탱하는 힘, 종아리로 버티는 힘, 엉덩이로 끌어올리는 힘이 부족하여 허벅지랑 무릎에 무리가 간다는 추론. 그 말인즉슨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 차츰 신경이 회복되며, 근육이 붙으면 없어질 통증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이 와중에 스트레칭을 해주시는데 햄스트링이 어지간히도 짧아야지. 다리를 쭉 펴고 살짝만 들어 올렸을 뿐인데도 햄스트링과 오금에 저릿한 느낌이 온다. 아 정말이지, 이때 느껴지는 저릿함은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치료사의 보조 하에 한 발씩 번갈아 높게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한다. 내 등에 4kg 빈 봉을 든 채. 한참을 하고 있다가 전신이 보이는 평면거울을 들고 오는 치료사.
"거울로 본인 자세 한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오 좋아요."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린다. 엥? 거울 속에 비친 다리를 들어 올리는 내 모습이,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머릿속 모습은 코어를 단단히 고정한 채, 상체가 흔들리지 않고 다리만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그린 반면, 거울 속의 나는 왼쪽 다리를 들어 올릴 땐 상체가 왼쪽으로 기울고,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릴 땐 오른쪽으로 상체를 기울이고 있다.
아~ 그래서 치료사가 코어에 힘을 빡 주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던 거였구나. 그제야 코어에 힘을 주라고 끊임없이 강조하던 치료사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꼬리뼈 부근의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통증치료가 한창일 때. 갑자기 전기자극이 더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자극을 낮춰달라 요청한다. 분명 전기자극의 세기는 변함없을 텐데.. 그 말인즉슨?! 신경이 조금 더 회복됐단 이야기렸다.
치료시간 이루어지는 운동의 가동범위와 반복 횟수가 늘어나는 것을 겪으며, 몸이 점차 개선되고 있음을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확신이 든다. 동일 세기의 자극이 들어왔을 때, 더 심하게 자극이 오는 것이면 분명 신경이 회복된 것이 맞으리라. 이렇게 회복되고 있는 걸 확인하게 될 줄이야. 감회가 새롭다.
마사지볼을 들고 오는 치료사.
"밍님, 왼발 아치가 많이 주저앉아 있는 거 같아요."
"엥 진짜요?"
"네. 지금 발바닥 한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두 발의 아치 모양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왼발의 아치가 그냥 커피라면, 오른발의 아치는 TOP일 정도로, 누가 봐도 두 발바닥의 모양새가 다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난 왜 이걸 보지 못하고 있던 걸까? 아니 애써 무시하고 지냈던 걸까?
먼저 발바닥 전반에 걸쳐 자극을 주기로 한다. 마사지볼을 바닥에 대고 발로 누른 채로 굴린다. 발 전체에 걸쳐 자극이 오도록 요리조리 굴린다. 물론 발목에 힘이 부족하고, 가동범위도 나오지 않아 삐그덕거리며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마사지볼을 굴리는 것만으로도 발 전체에 자극이 가면서 강제로 운동하는 듯한 효과를 줄 수 있어요."
이어서 무너진 아치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을 한다.
"뒤꿈치와 새끼발가락,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시는데, 뒤꿈치 5, 새끼발가락 3, 엄지발가락 2의 비율로 나눠주시면 자연스럽게 아치가 만들어질 거예요. 그 힘을 유지해 보도록 할게요."
나는 분명 치료사의 말에 따라 뒤꿈치와 발가락에 힘을 주는 중인데, 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는 것인가?
"선생님. 저는 분명 뒤꿈치에 힘을 주는데, 왜 허벅지가 힘든 걸까요?"
"허벅지에 보상작용이 일어나서 그럴 수 있어요. 허벅지에 힘 풀어주시고, 억지로 힘을 쥐어짜 내는 게 아니라 힘을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줘보세요."
새로운 자극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때다.
보바스 테이블에 매달려 왼다리를 뒤로 들어 올리는 운동을 계속 진행하는 와중, 치료사가 건네는 한 마디.
"오 이제 왼쪽 엉덩이도 힘이 좀 더 들어오는 거 같은데요? 이전엔 아예 그냥 평평-하기만 했는데, 이젠 조금이지만 힘주면 볼록해지는 게 느껴지기 시작하네요."
이 말을 듣기 무섭게 바들바들 떨며 들어 올리지 못하는 다리. 조금 휴식을 취한 후 무릎 꿇고 스쿼트하는 자세를 취한다. 왼쪽 엉덩이에 자극을 좀 더 주기 위해, 왼발을 살짝 뒤로 뺀다. 그리고 몸을 내리기 시작하는데...
"몸 틀어지면 안 돼요."
"네? 저 몸 틀어졌어요?"
"네. 몸은 틀지 말고 그대~로 뒤로만 내려가시면 돼요."
몸이 틀어지지 않도록 손으로 자세를 교정해 주는 치료사. 그럼에도 자꾸 틀어지려는 내 몸.
"왼쪽 엉덩이에 힘."
그럼에도 자꾸 틀어지는 내 몸.
드디어! 외래를 제외한! 병원 생활 반년만의 첫 외출!
딱히 가고 싶은 곳은 없었다. 그냥 병원을 나가고 싶었을 뿐. 아무 생각 없이 떠나 도착한 곳은 이천. 금강산도 식후경 이랬던가. 어렸을 때 속초를 오갔던 길을 따라 이동하며 항상 먹었다던 막국수를 먹었다.(물론 기억은 안 난다.)
배를 채우고 난 뒤 주변 풍경을 구경하는 시간을 갖는다. 유난히 바람이 세차게 불던 4월의 첫 주말.
밖에서 한 번 걸어보자는 심산으로 들고 온 의료용 지팡이에 몸을 실었다. 한 발자국씩, 보폭은 좁게, 아주 천천히, 몇 발자국 떼 본다.
5분 여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다시 휠체어에 몸을 얹힌다. 지팡이로 걷는 게 아직 많이 어색한 것도 있지만, 세차게 부는 바람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어 넘어질 뻔한 위험을 받은 게 컸다. 아니 조금 세게 부는 바람도 못 버티면 어떡하니.
이천에서의 첫 외출.
분명 바깥공기는 쐬고 온 게 맞는데.. 분명 리프레시가 되어야 할 그런 것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퇴원에 대한 희망을 살포시 내려놓게 되는, 4월의 첫 외출은 다시금 소승불교를 실행하게 되는 그런 시간이었다.